많이 힘들었구나!

by 정진현

이제 30을 갓 넘긴 딸아이가 유방에 혹이 있어 초음파 촬영 후에 조직 검사를 권유받고 조직 검사를 예약 중이다. 우리 부부에게는 자식이 오롯이 딸아이 한 명이다.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지 남편이 얼마나 딸바보인지는 말을 안 해도 짐작을 하실듯하다.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하고 우리 딸만 잘 하는듯한 착각과 또래 중 제일 이쁜듯하여 자주 만나는 지인마다 많이 이야기하고 자랑했다.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평범하다 못해 더 내려갈 때마다 속은 있는 대로 터졌고 일본으로 대학을 간다고 유학원에 다닐 때는 우리 아이가 일본의 명문대를 다니고 있는 착각 속에 또 자랑을 해댔다.

그러다가 고3을 올라가자마자 일본행을 취소하고 국내대학을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딸의 결정을 존중 하기보단 국내 대학을 준비 해 오지 않던 아이가 합격할 대학이 없다는 것에 절망하여 무척 창피했다. 엄마는 네가 일본 대학 간다고 소문 다 냈는데 이제 어쩌냐! 창피해서 어쩌냐! 라고 소리를 질렀던 철 없던 엄마였다. 그래도 운 좋게 일본 대학을 준비 해 온 것으로 입학 사정관제로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을 땐 딸아이 또래 엄마들의 마음은 생각 안하고 자랑했다.


지나서 생각하니 참 잔인했고 못되었던 행동을 많이 했다. 자식 자랑을 하면 자랑한 범위만큼 자식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그 범위만큼 막아야 한다.

내가 한사람에게만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면 일본 유학을 취소했을 때는 그 한 사람에게만 취소하고 국내 대학을 준비하고 있다고만 하면 된다. 만약 그래서 국내 대학도 원하던 대학이 아니라면 그 한 사람에게만 말하면 되는데 범위가 넓게 해놓았다면 그 범위만큼 변명 아닌 변명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애는 원래 일본 우수한 대학 갈 실력인데 갑자기 국내 대학을 가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는 변병 아닌 변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그 말을 듣고 싶어 하는가 말이다. 결과가 아닌 걸 말이다. 사정은 어떻든 결과는 네가 자랑하던 그게 아니네! 인데 말이다.


그래도 나의 친구 지인들은 나의 말을 잘 받아주고 함께 기뻐해 주었다. 고맙고 또 감사하다.


그래서 어느 때부턴가 자식 이야기는 상대방이 궁금해하고 물어보면 그때 이야기하자, 내가 먼저 이야기 꺼내지 말자! 했다. 자식을 자랑하면 한만큼 자식의 복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서. 지금껏 몇 해 잘 그러고 있다. 여러 이유로. 그중에서 한 가지는 이제 자식에 대한 나의 중요 개념과 인식이 조금 바뀐 이유도 있다.


그 딸아이가 어렵게 직장인이 되었는데 한달만에 그만두고 다시 공부해서 다른 직장엘 들어갔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에도 다시 공부한다고 했을 때에도 좋은 이야기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누구나 다 힘들다고 해 주었을 뿐 아이의 결정이 쉽다고 생각했고 뭐 먹고 살꺼냐 몰아붙였을 뿐이다.

다시 공부해서 힘들게 직장엘 들어갔고 지금은 매일 나갈 수 있는 직장이 있어 부모로서 마음으로 그냥 마음은 편 하다. 딸아이는 돈을 벌어도 10원 한 장 우리 부부에게 잘 주지 않고 내가 밥도 빨래도 다 해 주고 있다. 그냥 딸아이는 무임승차 같다.


그런데 이번에 유방 조직 검사 이야기를 듣고 몸에 혹이나 암이나 생기면 유전적인 것과는 다른 이유를 떠나 흔하게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들 하지 않나. 그래서 혼자 생각해 봤다.


어쩌면 딸아이는 무임승차가 아니고 우리 부분에게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름 아주 힘들게 노력하고 있었구나.자식으로서 인정 받기 위해 손바닥 뒤집듯 한 쉬운 결정 같아 보인 여러 상황들이 괴롭고 힘들고 그랬었구나. 부모에게 인정받고 보답하기 위해 그 쪼그만 것이 애쓰고 있었던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죽을 만큼의 힘을 다 짜내서 살아 내고 있었던 거였구나 라고. 그 여리고 쪼그만 것이 그렇게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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