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도 제게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by 정진현

오래전부터 글을 쓰게 되는 동기는 처음과 끝은 친정엄마!. 때문이라고 하고 또 그렇다고 하려 했다. 그런데 내가 특별하게 마음공부를 한다거나 고민했거나 엄마를 이해하고 용서 차원이 아니라 그냥 엄마 이야기에서 흥미를 잃고 쓰고 싶지가 않아져서 오랫동안 브런치 글도 못 쓸듯한 예감이 든다. 지난 토요일 여전히 엄마를 뵙고 오는 길에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울었던 엄마는 가슴과 무릎이 닿을 것 같은 구부정한 모습으로 거실에서 나를 배웅하셨다. 몸은 비록 접혔으나 고개를 들고 시선은 딸 가는 길을 눈에 꼭 담아야 한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엄마네 현관을 열고 나오면서 뒤에 펼쳐진 모습이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았다. 그래서도 아니고 이제 엄마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졌다. 엄마가 얼마나 못되었는지, 지옥을 당장 가도 이상하지 않은, 당신이 기분 나쁘면 너 같은 건 잘려야 돼! 있는 욕, 없는 욕 다 끌어모아 하시는 욕설에, 실제로 직장 상사에게 달려와 얼마나 못 되었는지, 상사에게 나를 당장 잘라라! 자식이니까 내가 용서하고 산다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해 대던 엄마이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가슴이 떨릴 정도인데도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무수히 많은 횟수를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형제끼리도 지인에게도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했지만 이젠 그것이 의미가 없음을 아니 진작 의미 없음을 알고도 말했다면 지금은 안 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냥 내 삶에 집중하고 내 삶에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쪽으로 선회했다. 내 삶을 잘 가꾸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휘둘리니까 걱정 근심으로 내 삶이 제대로 되지 않고 가정도 흔들리고 그러니 전체적으로 힘든 상황으로 다가온다는 생각이다. 하늘을 원망하지도, 하소연 하지도, 억울해하지도 않고 그냥 주어진 하루를 주어진 삶을 살아낼 생각이다. 아직은 살아간다 보다 간신히 살아낼 수준이지만 내가 그냥 그것밖에 안 되는 거구나 하고 받아들이겠다. 이제 엄마는 이제 아무것도 하실 수 없는, 치매가 깊기에 가능하다. 아니 한순간도 더 생각하고 싶지 않다가 맞는 말이다. 늘 의문도 많고 질문할 것도 많고 가슴 속 밑바닥까지 뒤집어 분노도 토해보고 싶기도 했던 순간이 하늘의 별보다 많았지만 내가 그냥 말자고 접었다. 아직 삶이 뭔지도, 잘 산다는 것이 뭔지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를 흉보는 나는 과연 썩 좋은 삶을 보내고 있는지도 돌아보면서 주어지는 시간을 맞이하고 싶다. 그저 그뿐인 요즈음이다.아 오늘도 제게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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