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아의 행복편지
사람만큼 나를 괴롭게 하는 것도 없습니다.
가까운 사람, 먼 사람,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어떤 사람은 나를 노골적으로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은 은근하고 뭉근하게 괴롭힙니다.
노골적인 경우 나 역시 괄괄거리며 대응하지만, 은근한 경우는 자칫 잘못 대꾸하면 나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되기 때문에 불쾌해하면서도 아리송합니다. 속 좁은 사람이 되기 때문인데요. 요즘은 왜 속이 좁아서는 안 되는 걸까, 내 속이 태평양처럼 넓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은근한 악인들이 그들 자신의 소소한 악행을 모른 채 살게 해주는 것뿐인데요.
흔히 제 3자로부터 “그 사람이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그 악의랄께 특별히 따로 있는 건가 생각이 듭니다. 은은하고 티 안 나는 괴롭힘이야말로 악의 중의 악의가 아닐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어렵습니다.
나도 사람이니까 나도 누군가에게는 엄청 어려운 세계일 것입니다. 저 인간은 왜 이렇게 일을 벌일까.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말이 많을까. 저 사람은 뭘 이렇게 많이 먹을까. 저 아줌마는 애는 잘 키우는 걸까 등등. 나의 존재가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미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일을 도모하진 못하겠다는 거예요. 내가 저 사람 이겨보겠다고 운동을 하거나, 복수하고 싶어서 성공을 꿈꾸지는 않는 거지요. 불쾌함과 분노는 눈물로 욕으로 다 나가버립니다.
대신 나는 나의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는 좋은 말을 연료로 씁니다.
나를 움직이는 건 나의 자랑 당신이 나에게 해준 말입니다.
나의 자랑 당신은 누구냐 하면,
내가 보기에 나보다 훨씬 멋진 사람. 정말 똑똑한 사람. 엄청 사랑스러운 사람. 제 일을 참 잘하는 사람. 너무 프로여서 옆에 있는 내가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인사람. 혼자 어떻게 저 일을 다 하지 싶은데, 그 많은 일을 다 하고 있는 사람. 정말 힙한 이와 정말 착한 이. 재치와 해학과 유머에 아주 능통한 이는 또 얼마나 많으며 유명한 사람도 있습니다. 유명해질 사람도 있습니다.
적당한 내용과 적당한 양의 말을 하는 사람. 쓸데없는 말은 안 하는 사람. 그래서 이래저래 말이많은 나보다 훨씬 깔끔한 사람. 유명하지 않은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 기꺼이 나의 수신자가 되어준 사람. 여기에 일일이 다 적어주고 싶은 사람.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이 여기에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 겸손한 사람. 그러나 당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을 콕 집어 말해주고 싶은 사람. 내가 배우고 싶은 사람.
무엇보다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다정함으로 나를 구조해주는 사람.
취해서 이런 말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조금 취한 건 맞지만요.
사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는 여름이라 그렇습니다.
사람만큼 나를 괴롭게 하는 것도 없지요.
그렇지만 사람만큼 날 위로하는 것도 없다는 사실이 쉽지 않고, 복잡하고 그렇습니다.
어렵고 괴롭지만 고맙고 안전하고 다정한 사람들.
나의 자랑 당신.
2022년 8월 16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