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아의 행복편지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날에는, 나는 아이의 이모가 되고 싶어요.
진주알처럼 빛나는 아이를 앞에 두고도 예쁜 것보다 걱정되는 일만 생각할 때는, 이건 결코 사랑이라고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차라리 덜 사랑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적당히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엄마가 해도 되는 건지 모를 고민이 들어요.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는 너무 걱정하는 마음이 항상 같이 사는 것 같아요. 우리는 때로는 걱정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아이에게 내가 주고 있는 사랑에는 온전히 좋은 것만 들어있지는 않을 거라는 마음이 들어요.
저녁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에게 어두운 얼굴로 차가운 말을 할 때.
친구를 보고, 강아지를 보고, 놀이터를 보고 신나서 달려가는 아이를 다칠까 봐 붙잡을 때.
아이 몸에 난 작은 뾰루지만 보고 종일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나를 볼 때.
자꾸 아이 마른 것만 생각하고, 누구보다 야무지고 알토란 같은 아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
그럴 때,
아이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랑을 압도해서, 아이에게는 엄마의 먹구름 같은 얼굴만 닿는 것 같아요.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두고, 더 먹게 하려고 인상 쓰는 동안 아이의 귀하고 고운 시절이 자꾸 빠르게 가버리는 것도 모르고요.
엄마 몰래 아이와 짜릿한 모험을 함께 해주는 이모 삼촌처럼 아이와 즐거운 순간만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 입가에 난 뾰루지보다 동그랗고 예쁜 눈을 먼저 봐줄 수 있다면, 작은 체구보다 귀여운 춤 동작에 깔깔 웃을 수 있다면 말이에요.
아이에게 걱정 말고 사랑을 주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엄마의 걱정 섞인 표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그게 너무 어려워 마음이 들볶이는 날이 있습니다.
내가 아이였을 때 정말 받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과
내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막막할 때,
사랑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이라는 학자의 말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사랑은 어려운가 봐요.
나에게 없는 걸 줘야 하니까.
2022년 8월 25일목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