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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아 Mar 13. 2023

14. 약국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약국에서 환자와 약사가 나누는 대화란 아주 간단하다. 


처방전을 들고 가면 약사님 혹은 직원분이 받아준다. 기다리다 보면 이름을 불러 주고, 약 설명, 그리고 계산. 환자가 많은 약국은 처방전 받아주는곳, 계산 미리 하는 곳, 약 받는 곳이 컨베이어벨트처럼 되어있어서 물 흐르듯 흘러가다 보면 하루 세 번 먹는 약 받아 들고 밖으로 나가면 끝이다. 


간단하고 짧은 관계. 

그런데 누군가는 그런 관계를 마구 헤집어 놓는다.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다정함으로. 


아이 약을 사러 약국에 갔던 어느 날. 

아이가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떼를 써 급한 대로 약국에 들어갔던 어느 날의 일이다.  


“요즘은 약국에 확진자도 많이 오니 보호자가 있다면 아이는 나가 있는 게 좋아요, 어머니.” 

명확하고 정중한 약사님의 말에 나는 아차 싶어 남편과 아이는 밖으로 내보냈다.


약을 받고 돌아서는데 약사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혹시 마스크가 없어서 그럴까요? 작은 게 하나 있는데 줄까?” 


아이에게 마스크 교육 제대로 시켜야 한다, 확진자 다시 느는 거 보면 모르겠냐는 일장 연설이 나와도 부족한 마당에 약사님은 마스크를 주겠다고 했다. 그곳은 마스크를 파는 곳인데도. 




아이가 모기에 물렸는데 며칠째 띵띵 부어 있길래 그 약국에 다시 갔다. 


처방전을 내려고 줄을 서 있는데, 내 앞에 한 아이와 엄마가 씨름 중이다. 아이는 이미 한바탕 울고 온 것 같고, 엄마는 아이에게 뽀로로 밴드를 붙여주고 있다. 얼핏 봐도 까진 흔적이나 피도 없다. 나는 속으로, 엄마가 고생이 많네, 생각하고 있는데. 


약사님이 그 모습을 보시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이 어디 다쳤나요?” 


아이 엄마의 대답은 나도 이미 아는 것이다. 

“넘어지긴 했는데, 다치진 않았어요. 근데 이걸 붙여 달라고 떼를 쓰는 통에..” 


그 말을 들은 약사님은 하유, 한번 웃으시더니 서랍에서 비타민 사탕을 잔뜩 꺼내 봉지에 담으시며 얘기하신다. 


“내가 비타민 사탕 많이 줄게요. 이걸로 달래야겠네. 엄마가 얼마나 힘들까. 고생이 많아요. 이거 가져가요.” 




어떤 친절은 손해 본다. 본인이 팔 수도 있었던 마스크와 본인도 그저 공짜로 생기진 않았을 사탕을 계산 없이 준다. 다른 약국은 두 개 주는 것을, 한 주먹 가득 담아주면서 더 줄 게 없나 둘러보는 눈빛에는 출처 모를 다정함이 한가득. 내 차례가 되어 처방전을 내야 하는데 자꾸 코끝이 벌게져 큼큼거리느라 혼났다. 


고마운 약국에는 진짜로 고마운 인사를 두고 나왔다. 그분이 나의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차려, 종일 친절을 나누시느라 바닥난 마음이 조금은 찰랑이기를 바라면서. 



2022년 8월 31일 수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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