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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아 Mar 13. 2023

15. 응원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허를 찌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내가 보기에 (어떤) 사람들은 너무 어리석었거든요. (와. 쓰면서도 창피한 문장입니다) 내 눈에는 빤히 정답이 보이는데, 저 사람은 왜 저걸 모를까. 내가 그걸 알게 해주면 저 사람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요. 


이게 다 내가 지혜로운 이유로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더 많이 아는 사람이구나. 

나는 남들보다 더 지혜롭구나. 

나는 심지어 예리하고 날카롭기까지 하구나. 


그래서 나는 당신을 조금 당혹스럽게 할지라도 마구 질문을 던지고, 궁지에 몰아넣으며 진실을 깨우치게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그게 멋있는 줄 알았고, 나의 숙명인 줄 알았어요. 이게 내가 할 일이구나. 


그런데 이상하게 전혀 기쁘지 않았어요. 실컷 예리한 척 여기저기 푹푹 쑤시며 대화를 마치면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습니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아무도 행복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얼마 전에야 알았어요. 너무 어리석은 건 나였구나. 


그래서 마음먹었습니다. 


나는 이제 응원하는 사람이 되기로 합니다. 훈수보다 응원이, 가르침보다 응원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믿어 보려고요. 조건 없는 지지를 받을 때만 할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요. 


고민으로 끙끙 앓고 있는 이에게도, 

너무 엄청난 일을 벌여놓고 덜덜 떨고 있는 이에게도

나는 이제 응원을 건네려고 합니다. 


매일이 연습의 날들입니다. 

오만 방자한 훈수와 조언을 잔뜩 쏟아내는 날들 속에서도, 이를 악뭅니다. 

예리함으로 가장한, 괴로운 질문 같은 건 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아직은 실패하는 날이 더 많지만, 이렇게 말하고 나면 나아지겠죠. 



왜 그랬어? 그거밖에 방법이 없었나? 

보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애썼어! 

라고 말하려고 안간힘 쓰는 날들. 


내가 괴로울 때, 이게 아닌 걸 알면서도 고쳐 나가지 못할 때

나를 양지로 데려와준 건 응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꽤 괜찮은 다짐이길 바랍니다. 



2022년 9월 2일 금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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