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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아 Mar 21. 2023

29. 다정함은 힘이 세다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다정한 사람을 보고 눈물을 찔끔 흘리는 날이면 나는 나약한 사람일까 생각한다. 


곱고 다정한 말을 들으면 매번 번번이 아주 자주,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사람처럼 어찌나 빨리 녹아내리는지. 다정함은 그냥 표현이고 표현과 본질은 늘 같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안된다. 안 돼. 


비가 오는 날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던 날 옆에서 우산을 씌워주며 같이 달리던 아저씨에게도, 남들보다 더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아이와 기다리느라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해주는 돈까스 가게 사장님에게도, 낯 가리느라 이리저리 쳐다만 보는 아이에게 가만히 있는 모습이 꼭 인형 같다고 해주는 동네이웃에게도 나는 고마운 게 참 많다. 이게 어떻게 가짜일 수 있지,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만나는 다정함은 약과다. 

어떤 다정함은 위험한 곳에서 더욱 힘이 세다. 

감히 나라면 하지 못할 일을 할 정도로. 

때로 누군가를 살릴 수 있을 정도로. 



다시 묻는다. 

다정함에 속수무책인 것은 약점일까.


센 것에 약한 건 당연한 거지. 

결국 또 이렇게 답하고 만다. 





2022년 11월 4일 금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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