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아의 행복편지
그가 동네에서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과장이겠거니 했습니다. 원래 동네 커뮤니티에 도는 얘기란 게 그렇잖아요.
역시 소문은 사실과 좀 달랐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딱딱하고 보수적이라고만 했지, 간호사 선생님도 쌀쌀맞을 거라고는 안 했잖아요.
인기 없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단연 1위는 역시 불친절이었어요.
아이가 아프면 보호자는 불안하기 마련이고 이런저런 질문으로 불안을 해소하고 싶지만, 그는 어루만지기보다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그랬군요, 가 아니라 왜 그게 불안하죠? 였어요. 아이를 보고 웃어주거나 우는 아이를 달래는 노력을 일절 하지 않는 두 의료인의 모습에서는 기개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처방 방식에도 불만이 있다고 했습니다.
약한 처방은 그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인지 불친절을 견딜 수 있는 보호자는 몇 없었습니다.
저도 그를 완전히 납득하지 못했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차로 가야 하는 병원은 환자가 늘 많아 대기가 길었고, 결정적으로 제가 운전을 못 하거든요. 알쏭달쏭한 마음으로 약 2년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간호사 선생님이 제 얼굴만 봐도 우리 아이가 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쯤, 아이가 진료실에 들어가는 일을 더 이상 싫어하지 않게 되었을 때쯤, 의사선생님의 웃는 얼굴을 보았습니다. 18개월 만의 일이었어요. 이제 그는 아이가 울면 제게 휴지를 건네는 대신 본인이 직접 눈물을 닦아줍니다. 그사이 별다른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을 받았다면 그걸로 충분한데, 더 바라는 마음이 맞는 것일지 생각합니다. 친절하지 않다고 비난해버리는 사이, 중요한 것을 놓치면 어쩌죠?
의료인의 친절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그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난생처음 보는 아이에게 화사하게 웃을 수 있는 선생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은 하면서, 동시에 우리 아이에게 살가운 모습을 보고 고마웠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지난주 행복편지에서는 다정함은 힘이 세다고 했습니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떤 다정함과 친절은 시간이 필요하구나, 누군가는 아주 천천히 마음을 키우고 있겠구나, 느낍니다.
이런 경험과 고민이 쌓여 안목이 되겠지요.
어느 정도의 불친절, 관계가 쌓이는 시간, 상대를 이해해보려는 노력 같은 것을 감당하면서요.
결국 제가 얻고 싶은 건 타인의 태도가 어떻든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년 11월 8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