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아의 행복편지
단골집은 단골집이라 때로 좀 만만합니다. 오늘 갈까 하다가 아니 그냥 내일 가지 뭐, 쉽게 미루고요. 그러다 한 한 달쯤 미루고 그사이 이래저래 분주한 일이 생겨 6개월 만에 찾아갔을 때 우리는 폐업한 가게를 마주할지도 모릅니다.
6개월 전에 생각났을 때 그냥 갈 것을. 이렇게 없어질 줄 알았더라면은. 저는 그렇게 새우만두와 비빔국수가 맛있었던 만둣집과 후라이드 치킨이 싸고 맛있어서 좋았던 치킨 집을 잃었습니다. 그만한 게 없었는데요.
좋은 날씨를 가만두지 못하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볕이 좋은데 온도까지 적당하면 집에서 내다보는 거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나가서 걷고 걸으며 살에 닿는 공기를 마음껏 느껴야 내일 갑자기 날씨가 돌변해 소나기가 쏟아져도 아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흐린 날씨 역시 영원하지 않으니 너무 상심할것도 없네요.
어제는 정말 잠을 못 잤습니다. 머리 닿으면 11시간씩 자던 아이가 요즘은 3시간마다 깨서 엄마 아빠를 찾거든요. 심지어 본인 방에서 혼자 잘 자더니, 요즘에는 잠들 때까지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고함을 치는 터라 좁은 아이 침대에 같이 누워 한참을 함께 있다가 결국 저도 아이 방 한쪽에 이불을 폈습니다.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나면 좀 자야지 했는데, 나가보니 날이 참 좋은 거 아니겠어요. 제 몸 어딘가가 갑자기 힘을 냈고,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 글도 그런 걸음 끝에 단골 카페에 앉아 쓰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이 카페도 영원하지 않겠죠? 어제 갑자기 영업을 안 하길래 심장이 덜컥했거든요.
단골 가게도, 날씨도, 게다가 아이의 이런 시절도 영원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혼자잤습니다. 내 방이 있어서 밤새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고, H.O.T. 오빠들과 UN 오빠들, 2002년 월드컵 전사 오빠들에게 연서를 쓰다가 잠들 수 있었어요.
아이도 언젠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며 살 테니, 길면 10년 뒤쯤에는 혼자 자겠다고 할 겁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서 들어가겠죠. 엄마의 토닥거림 없이는 잘 수 없는 날은 아이 인생 전체에서 아주 찰나일 것입니다.
이 시기가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 지쳤던 사랑이 조금 힘을 냅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사랑뿐 아니라 두 다리도 갑자기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맥없던 눈빛에도 생기가 도는 듯합니다. 물론 불안은 힘이 세서 이런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날도 있지만은요. (오늘처럼요. 부족하다, 부족해)
힘을 내야지요. 영원하지 않으니까. 다 지나가 버릴 테니까.
이번 주가 벌써 목요일인 것처럼요.
2022년 11월 17일 목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