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피닉스
3년 만에 떠나는 국립공원이다. 그토록 가고 싶던 국립공원을 갈 수 있는 날이 D-1 이 되었음에도 갑자기 회사에서 일이 생겨 정신없이 짐만 챙겨 떠났던 피닉스행이었다. 오후 4시 비행기 었는데, 지방에서 근무하는 나는 오전에 출발해서 점심시간이 돼서야 인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억도 안나는 빠듯함이었다. 여하튼 D-30부터 D-10이 깨지기까지 어찌나 시간이 느리게 흐르던지 끔찍했다.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다.
18년도에 모뉴멘트밸리, 그랜드캐니언 노스림을 방문하기 위해 애리조나 북부를 잠시 들렸었다. 나의 모든 여행은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위해 정신없이(?) 늘 주를 넘나드는 여정이었다면 이번은 애리조나만을 위한 여행이었다. 애리조나의 국립공원, 극강의 건조함 모두 느끼고 오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떠났다.
꽤 오랜만에 온 인천공항은 이전보다 한산했다는 점이 달랐고 비행기에 올라 한참 땅이 안보이기까지 바다와 구름을 관찰하는 엄마는 3년 전과 다를 바 없는 호기심 가득 들뜬 모습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의 대기시간이 꽤 길었던 탓에 3년 동안 보지 못한 비행기를 다 봤는데 대한민국 60대 중 가장 귀여운 엄마는 비행기 이륙하는 모습이 너무 좋으셨던 지 게이트 앞을 떠나질 않으셨다.
떠나기 전 렌트카, 비자, 만료된 여권, 숙소, 로컬 맛집.. 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내 모습이 낯설어 모르겠다 싶어 가고 싶은 곳 사진만 찾아봤었다. 정말 이곳은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내가 방문하는 10월에는 어떤 모습일까. 대자연 앞에 언제나 그 기대감은 무용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