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Canyon National Park

by Butter

나에게 그랜드 캐니언은 13년도 사우스림, 18년도 노스림 그리고 이번 22년까지 총 세 번째다. 그러니까 각각 학생 때, 사회초년생 때, 사회초년생을 벗어난(?) 시점에 방문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방문했을 10년 전에 내가 본 것이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일까 하는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생각을 했다.


Flagstaff에 있는 Greentree라는 Inn에서 숙박을 했다. 저렴하고 깔끔하고 따듯하고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쌀쌀하고 상쾌한 아침 공기마저 너무 좋았던 곳이다. 내가 지냈던 숙소 사진을 꼭 촬영해 두는 편인데 다시 보면 그 기분이 리마인드 되어 기분이 몽글몽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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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40W에서 AZ-64N를 타고 쭉 북쪽으로 올라간다. AZ-64 도로를 타고난 직후 Kaibab lake라는 이정표가 보였고 궁금한 마음에 곰이 나올 것 같은 울창한 숲을 들어가 본다. 사람 한 명 없는 고요한 동화 속 옹달샘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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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쭉 북쪽으로 가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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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니언 사우스림 입구에 도착할 즈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토 스팟이 나온다. 여기에서 내가 사진을 찍어준 인도에서 온 가족들을 그랜드 캐니언 내부에서도 계속 마주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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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ance를 통과하기 전이다. 항상 친절하게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고마운 레인저들 덕분에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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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림의 관문 같은 Grand canyon viliage에 주차되어 있는 수많은 차들 사이에 겨우 찾은 자리에 주차할 수 있었다. Visitor center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Mather point로 걸어간다. 날이 제법 쌀쌀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국립공원 중 한 곳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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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걸어가 보니 거의 10년 전 내가 봤던 그랜드 캐니언이 저 끝까지 보였다. 겨우 10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라고 하기엔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된 그랜드 캐니언이었기에 철없는 말장난 같았다.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가드레일에 매달려 그랜드 캐니언을 촬영하기에 바빴다. 지평선 끝을 보고 있자니 말을 잃게 되는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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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은 협곡들이 촘촘하게 모여 그 아래에 콜로라도 강이 지나가는 장관을 이룬다. 붉은색으로 그라데이션이 입혀져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이 모습은 그랜드 캐니언이 어떻냐는 질문에 그냥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밖에는 묘사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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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근처에 있는 엘크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이 지나간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추고 구경을 하는데 이 엘크는 너무도 익숙한가 보다. 신경도 안 쓰고 천천히 풀을 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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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ert View 드라이브 도로를 따라 마지막 목적지인 Desert View Watchtower로 출발한다. Watchtower 까지는 20마일 정도, 직진으로 가게 되면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인데, Entrance에서 받은 지도에서 보다시피 이 드라이브 도로에는 많은 view point가 있어 중간중간 놀다 쉬다 먹다 가기로 한다. 출발하자마자 Pipe Creek Vista를 가장 처음 마주한다. Vista라는 말을 로드트립 하며 참 많이 보게 되는데 그 아래 내려진 뷰를 내려다보기도 전에 이곳은 끝내주는 곳이구나 라는 보장을 의미하는 말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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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일을 달려 Duck on a rock에 도착한다. 안내문을 보니 정말 오리 같기도 하고. 그랜드 캐니언에서는 오리인지 뭐든 간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넓은 그랜드 캐니언을 차를 이용해 다각도로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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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얼마 가지 않아 보이는 곳이다. 딱히 이름이 정해진 뷰 포인트는 아니지만 일단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차에서 내려본다. 이곳이었는지 기억은 정확하진 않지만 유럽에서 온 듯한 남자 몇 명이 국립공원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런 21세기에 누가 국립공원에서 흡연을? 어떻게 금연인 것을 모르는지? 금연이라고 바로 알려주고 끄는 것까진 확인했어도 흔히 미국에서는 건조한 시즌엔 우리나라 도 크기 몇 배에 달하는 면적이 불타서 몇 날 며칠에 걸쳐 불을 끄는데 그런 일이 왜 일어나지 싶은 생각이 앞섰다가 이런 직접적 경험을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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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잘 가다가 이번에는 좌회전을 해서 Grand view point에 도착한다. 제법 주차장에 차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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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파스텔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 질감의 자연화가 그랜드 캐니언이 된 듯했다. 파스텔 특유의 뿌연 느낌이 암석에 입혀져 수억 년에 걸쳐 완성된 마스터피스는 정말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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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분 정도를 달려 Moran Point에 도착한다. Canyon on Canvas라는 안내문이 알려주듯이 색깔이 조화스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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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벤치에서 전날 먹고 남은 저녁을 점심 겸 해서 먹었다. 그랜드 캐니언을 앞에 두고 먹는 점심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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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며 앞에 펼쳐진 뷰를 천천히 씹고 뜯고 맛보게 된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협곡 사이로 지나가는 콜로라도 강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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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저트 뷰 타워를 얼마 안 남기고 Lipan point 전에 위치한 이름 없는 아무 곳에서 또 내려본다. 내리기 전 차에서 보는 흔한 그랜드 캐니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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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우리를 사진 찍어준 미국인은 메릴랜드 주에서 왔고 그랜드 캐니언은 처음 왔다고 너무 멋지다 한다. 이런 소소한 연대(?)가 또 로드트립의 장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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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데저트 뷰 와치타워에 왔다. 한 디자이너가 인디언 건축물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전망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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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내부 모습이다. 차가운 바깥공기와는 다르게 아늑하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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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엔 계단 위로 올라가서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막아 놓아 기념품 샵 캐시어분에게 물어보니 1년 반 정보부터 막아놓았다고 한다. 그래도 창문을 통해 멀리 보이는 캐니언으로도 충분하다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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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끝을 가보면 지금까지 달려왔던 전망대 가드레일에 매달려 캐니언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너무 멀어 다 보이진 않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상상하며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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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지쳐 갈 즈음 근처 하나밖에 없는 카페 및 기프트 샵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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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잘 쉬어갔다. 좋은 날씨와 기온과 시간과 여유에 감사함을 절로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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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가 돼서 데저트 뷰 와치타워를 출발해서 Flagstaff로 돌아온다. 국립공원을 떠나며 운 좋게 야생동물 무리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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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는 올 때와 다르게 US-180 E 도로를 통해 다른 경로로 왔는데 멀리 보이는 산 꼭대기 녹지 않은 눈이 너무 멋있어 운전하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시네마틱 동영상을 촬영해 놓길 정말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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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지쳐 샤워를 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냉동피자를 사다 먹을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따땃한 피자(?)를 먹어보자 해서 간 리틀시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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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맛있게 먹었다. 방전된 체력과 허겁지겁 먹은 피자가 이 날 하루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인 것 같다. 이다음날은 내가 가장 오래 기다린 세도나를 가는 날이다. 내가 세도나를 갈 수 있다니. 설레 잠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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