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cier National Park

Crown of the Continent

by Butter

Americas Best Value Inn에서 잠을 자고 아침을 먹고 글레이셔 국립공원 서쪽인 Apgar로 출발한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다이어리에 글을 쓴 게 있었다.

글레이셔는 나에게 꿈꾸지 못할, 닿을 수 없는 국립공원이었는데 이제 며칠 내 간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고 황홀하다. 너무 멀고 못 갈 줄 알았던 이곳을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 이루어 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물욕도 사고 싶은 것도 하나도 없다. 그냥 글레이셔 단 하나만 촬영하고 돌고 오고 싶을 뿐인가 보다.


30마일, 45분 정도 걸려 도착한 주변에는 glacier, apgar 사인이 곳곳에 보인다. 차분한 도로와 그렇지 못한 내 두뇌상태..

놓칠 수 없는 입구 사인. 여기서부터는 내 코로 마시고 있는 공기가 다름을 체감했다.

매표소입구에서 지도를 받고 Apgar visitor center로 들어간다. 산 내부라 그런지 역시 쌀쌀한 아침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로 셔틀버스 대기줄은 붐빈다. 기대에 부푼 나와 같은 사람들을 보는 게 기분이 좋다.

NPS 웹사이트 Webcam을 참 많이 봤다. 이 시간대에는 얼마나 사람들이 모여있을까, 날씨는 어떨까? 궁금했기 때문이었는데 스팟별로 너무 봤던 탓인지 실제로 도착해 보니, webcam이 찍고 있는 구도가 여기겠구나를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어느 내셔널파크이든 visitor center의 따뜻한 분위기는 몽글몽글하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곰이 많기로 알려진 국립공원이다. 어느 날은 트레일로에 곰이 출몰했다는 것이 즉각 레포트되어 며칠간 closed 된 것을 인스타그램에서 본 적도 있었다. 사실 곰 때문에 글레이셔에 온 사람도 많을 것이다. 걸어서 얼마만큼 떨어진 곳에서 베어스프레이를 빌렸다. 베어스프레이를 빌리며 든 생각.. 제발 나오지마 아니 나와 아니 그냥 나오지마 제발, 아니야 그냥 제발 나와라.. (너무 걱정되어서 곰을 마주쳤을 때 행동요령을 유튜브에서 수십 번 본 사람)

아발란체 레이크 트레일을 시작한다. Avalanche lake는 all trails이라는 어플에서 검색하면 글레이셔 국립공원 내 단연코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어렵지 않지만 꽤 길고 주차가 매우 곤란하다는 점 외에 단점이 없다. 포스팅되어 있는 것 같이 곰이 있어 베어스프레이를 꼭 가져가라는 주의사항이 있다. 제발 나오지마 아니 나와..

물도 흐르고 오전이었지만 숲도 우거져 있어 대부분 그늘이었던 것 같다.

국립공원의 국립공원이라고 하는 글레이셔, 매우 붐비지는 않았으나 곰이 나오기 꺼려할 만큼(?) 사람들이 꽤 있었다. closed가 한 달 조금 안 남았을 시점이어서 그런지 아쉬움의 끝자락을 잡는 사람들이 많아 무서울 틈이 없었지만 산 깊은 곳에서 곰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착각인 듯해서 뒤 돌아보니 어느 백인분이 곰이 우는 소리가 맞다고 맞장구 쳐준다. 본인이 곰 우는 소리를 많이 들어봤다고 확실하다고 하시는데.. 베어스프레이를 꽉 잡고 계속 걸어가 본다.

한 시간을 넘게 걸어갔을까, 닿지 않을 것 같은 아발란체 호수를 마주한다. 빙하로 깎아진 산이 그 뒤로 보이고 산이 품고 있는 호수가 숨겨져 있는데 어디에 대체 호수가 있다는 거야.. 그때 보인 호수, 흐리지 않고 더 날이 좋은 날이었다면 함께 보인다는 빙하.

가만히 앉아 눈에 담는 사람들.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사슴. 물을 마시는데 동네 큰 개(?)가 짖자마자 놀라 다시 숲으로 들어가 버린다. 어머니는 어느 동화에 있는 것 같았다고..

올 때는 몰랐는데 갈 때 여유가 생기니 트레일이 더 잘 보인다. 키 만한 통나무도 있고 어느덧 더 화창해진 날씨가 보인다. Service dog이라는 개도 마주쳤는데 어쩌다 주인분과 대화를 하게 되어 알게 되었다. 군인들에게 정신적 안정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그리고 본인이 한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포항, 부산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 신기한 경험이다.

아발란체를 즐기고 고잉투더선 로드를 가보기로 한다. Going-to-the-Sun Road는 절대 글레이셔에서 빠질 수 없는 모든 여행자들의 로망이라고..편도 50마일의 산을 깎아 만든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이때 고프로를 선바이저에 고정시켜 고잉투더선로드를 녹화한 영상은 내 평생 동안 볼 수 있는 영상이 되었다.

고잉투더선은 올라가는 길은 특히 조수석이 조금 힘든 자리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고잉투더헬 이 될 수도 있는 두려움이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뷰트는 Haystack Butte 인데, 이 뷰트를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뷰트를 보며 고잉투더선로드를 올라올 때 했던 말.. 나는 이렇게 멋있는 걸 살면서 본 적이 없어.

요 아래에서 먹는 월마트산 5불짜리 샐러드, 샌드위치, 블루베리. 그리고 내일 갈 히든레이크 트레일까지. 무사히 글레이셔에 들어올 수 있었음에 안도의 기쁨을 누렸다.

온 김에 로건패스까지 가 보았다. Visitor center 주차장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visitor center 왜 이렇게 여행자들을 끄는 매력이 있는가..

다시 고잉투더선로드를 내려가 예약한 Lake McDonald Lodge로 향한다. 이번엔 운전자가 고잉투더선로드를 오백퍼센트 누릴 수 있는 방향이다. Crown of the Continent으로 부르는 이유를 온몸으로 알 수 있다.

끝이 안 보이는 맥도널드 호수를 끼고 있는 랏지,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있었다면 한가히 앉아서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 하지 못했다.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글레이셔 국립공원이다.

겨우(?) 예약에 성공한 랏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다음 날 4시 정도에 일어나 로건패스로 갈 계획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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