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cier National Park

Hidden Lake Overlook

by Butter

정말 고대하던 히든 레이크로 가는 날이다. 히든 레이크는 주차에 성공한 자와 성공하지 못한 자 이 두 가지로 분류되기 때문에 랏지에서 새벽 5시 전에 일어났다. 따듯한 물과 간식을 먹고 무거운 캐리어를 넣고 출발한다. 산 속이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 로건패스 비지터센터로 30분 이상 달리는데, 이 칠흑 같은 어둠에 대체 누가 갈까 했지만 본격적인 고잉투더썬로드가 시작되는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올라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IMG_6890.JPG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일찍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늦어버린 것일까..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9월 초 기준) 6시 30분 전 도착했을 때는 주차장은 넉넉히 있었다. 왜일까 우리와 같이 트레일을 준비하기 위해 본격 옷을 껴 입는 사람들을 보니 안도했다.

IMG_6891.JPG

트레일을 시작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어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본다. 동시에 주차장은 만차가 되고 있었다.

IMG_6894.JPG

오전 8시에 옷을 껴 입고 트레일을 시작한다. 시작하는 순간 숨이 멎어버릴 것 같은 뷰를 보고 마는데..

IMG_6904.JPG

내가 한 번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찍는 사진은 삼천장 정도 되며, 수많은 사진 중 아래 이 사진은 내가 당시 어떤 감정으로 찍었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사진이다.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뷰트를 바라보며 비현실적인 현실을 실감한다. 내가 이거 보려고 열몇 시간 비행기 탔구나!!

IMG_6922.JPG

앞도 보고 뒤도 돌아보며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국립공원을 본다. 그 누구라도 트레일을 시작하는 처음 몇 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날씨 때문에 누구도 모르는 마음고생(?)을 했는데 이 날 온 우주가 도운 것 같다.

IMG_6926.JPG
IMG_6936.JPG


IMG_6937.JPG

30분 이상을 올라갔을까. 조그마한 웅덩이가 있고 물이 흐르는 졸졸졸 소리가 나며 더욱 상쾌해진다. 사람들의 밝은 표정도 꽤 보기 좋았던 것 같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오는데 참 멋지다.

IMG_6951.JPG

이 트레일에서 매멋은 수도 없이 봤다. 매멋도 사람을 수 없이 봐서 거의 동족인 것처럼 여기는지 피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피해야 하는 아이러니.

IMG_6956.JPG

그리고 도착한 Overlook에서 웹사이트에서만 봤던 그곳을 직접 보았다.

IMG_6972.JPG

히든 레이크 뒤에 있는 베어햇 마운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증명하는 곳이다. 딱 커피 한 모금만 먹고 드러누워 구르고 싶어진다.

IMG_6996.JPG

오버룩을 지나 히든레이크까지 내려갈 수 있는 트레일이 있다. 나는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가는 길에 일광욕하는 매멋도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길이다. 이 돌산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 빙하가 녹아서 레이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만들어진 다음(?) 어쩌다 이 시대에 태어나 한국에서 몬태나까지 올 수 있었고..

IMG_6997.JPG

히든레이크로 내려가기 직전에 찍은 사진. 한참을 내려온 것 같은데 오버룩에서 본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나 레이크가 크다.

IMG_7018.JPG

레이크 주변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 뒤늦게 검색을 해보니 Lodgepole pines, subalpine firs, and Engelmann spruce라고 한다. 꼿꼿하게 지키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

IMG_7010.JPG

아래까지는 내려가보지 못하고 다시 오버룩으로 복귀 후 내려간다. 이 날 오버룩에서 쉬고 계시던 어머니는 말도 안 통하는 동년배 태국인 여행자분과 몇십 분을 얘기하고 계셨다. 과정은 모르겠지만 서로의 호구조사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마치고 올라올 때는 미처 몰랐던 이곳의 360도 뷰를 볼 수 있었다.

IMG_7070.JPG

새벽에는 너무 추웠던 날씨가 오전이 넘어가니 해가 내리쬐면서 덥기까지 했다.

IMG_7077.JPG
IMG_7096.JPG

이미 주차장은 만차였고, 트레일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타겟팅해서 주차자리를 얻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IMG_7103.JPG

베어스프레이 반납하기 위해 맥도날드 호수 근처로 가는 길. 글레이셔 국립공원에 온 이틀째, 벌써 몇 번째 고잉투더썬 로드를 원 없이 오갔다. 이 맛에 자동차여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IMG_7130.JPG

맥도날드호수 근처 식당에서 바이슨고기를 패티로 만든 햄버거도 맛봤다. 좋은 경험이었고.. 크렌베리 샐러드가 기억에 남는다.

IMG_7109.JPG

이 호수에는 여유롭게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뒤로 끝없이 이어진 호수가 참 멋지다.

IMG_7111.JPG

다시 고잉투더썬 로드를 타고 세인트메리로 향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