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Lake Overlook
정말 고대하던 히든 레이크로 가는 날이다. 히든 레이크는 주차에 성공한 자와 성공하지 못한 자 이 두 가지로 분류되기 때문에 랏지에서 새벽 5시 전에 일어났다. 따듯한 물과 간식을 먹고 무거운 캐리어를 넣고 출발한다. 산 속이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 로건패스 비지터센터로 30분 이상 달리는데, 이 칠흑 같은 어둠에 대체 누가 갈까 했지만 본격적인 고잉투더썬로드가 시작되는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올라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일찍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늦어버린 것일까..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9월 초 기준) 6시 30분 전 도착했을 때는 주차장은 넉넉히 있었다. 왜일까 우리와 같이 트레일을 준비하기 위해 본격 옷을 껴 입는 사람들을 보니 안도했다.
트레일을 시작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어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본다. 동시에 주차장은 만차가 되고 있었다.
오전 8시에 옷을 껴 입고 트레일을 시작한다. 시작하는 순간 숨이 멎어버릴 것 같은 뷰를 보고 마는데..
내가 한 번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찍는 사진은 삼천장 정도 되며, 수많은 사진 중 아래 이 사진은 내가 당시 어떤 감정으로 찍었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사진이다.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뷰트를 바라보며 비현실적인 현실을 실감한다. 내가 이거 보려고 열몇 시간 비행기 탔구나!!
앞도 보고 뒤도 돌아보며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국립공원을 본다. 그 누구라도 트레일을 시작하는 처음 몇 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날씨 때문에 누구도 모르는 마음고생(?)을 했는데 이 날 온 우주가 도운 것 같다.
30분 이상을 올라갔을까. 조그마한 웅덩이가 있고 물이 흐르는 졸졸졸 소리가 나며 더욱 상쾌해진다. 사람들의 밝은 표정도 꽤 보기 좋았던 것 같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오는데 참 멋지다.
이 트레일에서 매멋은 수도 없이 봤다. 매멋도 사람을 수 없이 봐서 거의 동족인 것처럼 여기는지 피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피해야 하는 아이러니.
그리고 도착한 Overlook에서 웹사이트에서만 봤던 그곳을 직접 보았다.
히든 레이크 뒤에 있는 베어햇 마운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증명하는 곳이다. 딱 커피 한 모금만 먹고 드러누워 구르고 싶어진다.
오버룩을 지나 히든레이크까지 내려갈 수 있는 트레일이 있다. 나는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가는 길에 일광욕하는 매멋도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길이다. 이 돌산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 빙하가 녹아서 레이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만들어진 다음(?) 어쩌다 이 시대에 태어나 한국에서 몬태나까지 올 수 있었고..
히든레이크로 내려가기 직전에 찍은 사진. 한참을 내려온 것 같은데 오버룩에서 본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나 레이크가 크다.
레이크 주변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 뒤늦게 검색을 해보니 Lodgepole pines, subalpine firs, and Engelmann spruce라고 한다. 꼿꼿하게 지키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
아래까지는 내려가보지 못하고 다시 오버룩으로 복귀 후 내려간다. 이 날 오버룩에서 쉬고 계시던 어머니는 말도 안 통하는 동년배 태국인 여행자분과 몇십 분을 얘기하고 계셨다. 과정은 모르겠지만 서로의 호구조사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마치고 올라올 때는 미처 몰랐던 이곳의 360도 뷰를 볼 수 있었다.
새벽에는 너무 추웠던 날씨가 오전이 넘어가니 해가 내리쬐면서 덥기까지 했다.
이미 주차장은 만차였고, 트레일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타겟팅해서 주차자리를 얻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베어스프레이 반납하기 위해 맥도날드 호수 근처로 가는 길. 글레이셔 국립공원에 온 이틀째, 벌써 몇 번째 고잉투더썬 로드를 원 없이 오갔다. 이 맛에 자동차여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맥도날드호수 근처 식당에서 바이슨고기를 패티로 만든 햄버거도 맛봤다. 좋은 경험이었고.. 크렌베리 샐러드가 기억에 남는다.
이 호수에는 여유롭게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뒤로 끝없이 이어진 호수가 참 멋지다.
다시 고잉투더썬 로드를 타고 세인트메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