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시카 Dec 24. 2021

북미에서 인종차별에 맞서는 방법

더 이상 참고만 살지 마세요. 우리 함께 이겨냅시다. 

코로나 전 후로 동아시안에 대한 혐오가 급격하게 늘었다. 이전에는 암묵적인 차별을 받았다면, 이제는 정말 겉모습만으로도 혐오를 거리낌 없이 나타내고, 아예 대놓고 욕설 또는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들이 최근에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다. 


이민 초기에 당했을 때는 티브이에서 본 것처럼 정의로운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만, 그런 일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냥 지켜보다가 떠나거나, 심지어 오히려 소란스럽게 했다고 같이 동조하는 무리도 있었다. 더 이상 똑같이 당하고만 있고 싶지 않아서 인터넷을 샅샅이 찾아봐도 얼마나 처참하게 당했는가만 알려주지, 그래서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잘 안 나오더라. 


나도 물론 여기 살면서 언제 어떻게 당했는가 서술하자면 날 새면서 쓸 수 있겠지만, 괴로운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야 되는 나도 괴롭고, 보는 독자도 괴로울 테니 바로 해결책으로 넘어가려 한다. 물론 이 방법들은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찾아낸 해결책이니 너무 맹신하지 말고 본인 상황에 맞게 참고하면 되겠다.


자, 지금 당신은 막 차별을 당했다. 그럼 당신의 머릿속에는 온갖 잡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싶으면서도, 왜 내가 이곳에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나 서럽고 열이 받아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일단 진정하려 최대한 애써보자. 


첫 번째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신이 지금 있는 그 장소가 안전한 곳인지 빠르게 훑어봐야 한다. 주위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시민들이 있는가? 또는 으슥한 밤길이거나 위험한 동네 근처인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시비를 거는 그놈이 어디 약에 취했거나 겉으로 보기에 싸워서 이길 수 없는 덩치라면... 짜증 나지만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무시하고 지나쳐야 한다. 기분은 정말 더럽겠지만, 무턱대고 반응하면 오히려 칼이나 총에 맞거나 심지어 집단 폭행당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여기 경찰이 어떻게 해서라도 해결해 주겠지"라는 헛 된 희망은 버리시길. 여기 응급 상황은 (최소한 내가 겪은 바로는) 당신이 직접적으로 신체적 가해를 당해 목숨이 위험 상황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출동하지 않는다. 물질적인 증거가 있어도 큰 사건 아니면 그냥 참으라고만 한다. 혹여나 목숨이 위험할 때는 동네 경찰서로 달려가지 말고 무조건 911에 바로 신고하자. 911은 정말 응급상황에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접수되면 무조건 출동해야 된다. (반대로 장난 전화로 밝혀지면 벌금 및 징역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두 번째로 있을 수 있는 상황들은 당신이 한 동안 다녀야 할 직장이나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때 당하는 차별은 길가에서 랜덤 하게 당하는 것과 조금 결이 다르다. 당신이 자주 마주쳐야 할 상대이기 때문에 무조건 적인 무시만이 정답은 아니다. 오히려 계속 가만히만 있으면 괴롭힘 정도가 점점 심해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미 상황이 당신의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면, 밑도 끝도 없이 버티지만 말고 주위에 최대한 도움을 청하자. 그리고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손해 볼 각오하고 맞받아쳐야 한다. 그조차도 할 수 없다면, 그곳을 떠나는 것도 괜찮다. 당신은 실패한 게 아니다. 세상은 넓고 좋은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게 인종차별인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살짝 나쁜 것 같기도 하고...' 싶을 정도로 헷갈리는 차별들을 숫하게 접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염두해야 될 점은 지금 저 인간이 하는 행동이 진짜 인종차별인지 아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마찰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나 주변 상황을 들었을 때 종종 어감이 달라서 서로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렇게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마찰인데 항상 너무 감정적으로만 대처해버리면, 오히려 결과적으로 조직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배척당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영어로 의사소통이 된다면 똑같이 비꼬면서 웃으며 넘어가 보자. 캐나다에서는 워낙에 다문화 국가인만큼 인종이나 문화 차이를 종종 유머로 쓸 때가 있다. 그럴 때 같이 유머스럽게 맞받아치면 쿨하다며 웃어넘기거나, 그중에 어쩌면 몇몇은 실수했다며 당신에게 가볍게 사과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진짜 대역죄를 저질러서 사과했다기보다는 그냥 원래 습관처럼 "sorry" 많이 한다.)


만약 상대방이 정말 누가 봐도 선을 넘을 만큼의 농담이었다면, 정색만 제대로 해줘도 아마 무안해져서 웬만하면 상황이 종료가 될 것이다. 그래도 눈치 없이 계속 설쳐대면, 대놓고 듣기 싫다고 의사 표현 확실히 해야 한다. 의외로 그들은 그게 정말 웃길 줄 았거나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 안 하면 정말 모른다. 영어 못한다고 바로 포기하지 말고, 짧은 영어라도 의사 표현은 확실하게 하는 게 좋다. 


특히 서비스 쪽에 일할 때 많이 일어나는 일인데, 진상이 대놓고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해대면 한국에서처럼 웃으면서 상대 "안" 해도 된다. 물론 손놈과 밑도 끝도 없이 싸우라는 게 아니라, 상냥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당장 한국 항공사와 외국 항공사가 손님 컴플레인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떠올려보면 되겠다. 그게 대부분 일반 서비스직에서도 적용된다. 


이미 지나간 일들이지만 자기 전에 머릿속에 떠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말했어야 했고 어떤 행동을 취했어야 하는지 영어 공부도 할 겸 이미지 트레이닝을 종종 한다. 웃프게도 비슷하게 차별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미리 준비해두면 나중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멍청이들에게 쉬이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지들 기분에 따라 오물 투척한 것을 당신이 구태여 그걸 다시 집어 들어서 이리 묻히고 저리 묻혀가며 본인의 소중한 하루를 망칠 필요가 없다. 인생을 미움에 허비하는 쓰레기들은 쓰레기통에 넣어두고, 당신은 당신만의 좋은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