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젯(WestJet) 이용 후기 및 캐나다 입국 안내서 (2024)
그전에 이탈리아 갔을 때는 항상 다른 대형 유럽 항공사 이용 했었는데, 와- 딜레이랑 캔슬은 기본. 갑자기 캔슬당해서 계속 환불 담당하는 부서에 연락했는데 도저히 전화받을 기미가 안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좌석 환불도 못 받았다. 게다가 기내 서비스 엉망이고, 같이 타는 승객조차도 하나같이 다 매너 없어서 서로 싸우기 일쑤고, 심지어 나오는 음식들도 쓰레기 수준이라 도저히 못 먹겠더라.
너무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캐나다에서 승무원 학원 다녔을 때 우리 승무원 지망생들의 꿈의 항공사들 대부분이 유럽에 위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승객으로서 이용하기에는 유럽 라인은 너무 엉망진창이었다.
한국 항공사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가난한 프리랜서에게는 너무나 큰 사치였다. 저가 항공사에 대한 평판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그나마 캐나다 시민권자로써 캐나다 항공사에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유럽 항공사에서 외국인 입장보다는 덜하겠지 희망을 걸어보며 처음으로 웨스트젯에 예약을 했다.
웨스트젯(WestJet)은 캐나다 기반의 저비용 항공사이다. 에어 캐나다(Air Canada)보다는 덜 광범위하지만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운항하며, 합리적인 가격과 비교적 친절한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다. 북미, 유럽, 카리브해 등 다양한 지역으로 항공편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에는 약혼자가 알레르기가 있어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에 내 불편함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고, 약혼자의 첫 장거리 비행을 건강하게 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정보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항공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반 고객의 후기입니다. 따라서, 이 글의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웨스트젯의 규정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공식 웹사이트를 확인하시거나 전화 상담을 통해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웨스트젯 비행을 예약한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으로서 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이다.
1. 알레르기 발생 시 위험 대비를 위한 약 준비
2. 웨스트 젯에 알레르기 정보 제공하기
3. 웨스트 젯에 전화해서 스페셜 밀 오더 하기
가장 먼저 의사에게 미리 약 처방을 받아놓는다. 쓸 일은 없었지만 혹시나 세관 검사할 때 걸리면 그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약에 대한 설명서와 처방전도 준비해 갔다.
보안 검색할 때, 배터리가 없는 의료 용품이어도 전기를 쓰는 기계라면 노트북처럼 가방에서 꺼내서 박스에 따로 놓아야 한다.
호흡 질환이 있을 때 사용하는 "흡입기(inhaler)"라고 불리며, 기계는 "네블라이저(nebulizer)"라고 칭하는데 둘 다 기내 반입이 가능했다.
캐나다와 다르게 이탈리아는 알부테롤(Albuterol) 같은 기관지 확장제를 100미리 넘는 액체로 유리병에 보관해서 어느 약국이든 쉽게 파는데, 이 액체류가 기내 반입이 가능한지 그 어디에서도 답변을 찾을 수가 없어서 가져갈 수 없었다. 대신, 눈물약처럼 한 번에 조금씩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을 가져갔다. 공항에서 나눠주는 플라스틱 한 봉지에 다른 액체 물품과 함께 같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면 충분히 기내 반입이 가능한 것 같다.
항공기 내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들이 의료용 구급상자와 산소 공급 장치 등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구급상자에는 일반적인 응급 처치 물품만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항공사가 "에피펜(EpiPen)"을 제공하진 않는다. 따라서 중증 이상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자신의 에피펜/에피네프린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웨스트 젯 안내에 따르면 "에피네프린 자동 주사기, 항히스타민제, 또는 흡입기를 최소 한 개 이상 휴대해야 합니다. 이러한 물품들은 좌석 아래에 보관되는 개인 소지품에 넣어야 하며, 기내 선반에 넣는 휴대 수하물이나 위탁 수하물에 넣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심각한 알레르기가 있고 에피네프린을 소지해야 하는 미성년자는 보호자 없이 혼자 여행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소송의 나라 캐나다 답게, 웨스트 젯 또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홈페이지에 '무슨 일 일어나면 항공기가 공공장소인 만큼 백 프로 우리 책임은 아님'의 뉘앙스로 경고문을 써놓기는 했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나 비행 도중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미 항공사에 의료 정보 양식을 제출했었다"와 "항공사는 승객의 부주의로 인하여 의료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의 차이가 항공법 위반이나 그 후 책임 소재를 따질 때 크게 작용할 것 같아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웨스트 젯 웹사이트의 안내에 따라 양식을 작성 후 제출 했다.
다음은 웹사이트에 안내된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알레르기뿐만 아니라 비행 전 병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경우 여행이 가능한지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항에서 아프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승객은 웨스트 젯의 직원이나 승무원의 재량에 따라 의학적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다음과 같은 의학적 상태가 있는 경우, 여행 전에 의사가 진찰하고 직접 작성한 웨스트 젯의 의료 정보 양식(Medical Information Form)을 최대 출발 48시간 이전에 제출해야 한다.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그전에 제출하길 권장한다.)
전염성 질환 (결핵, 수두, 홍역 등)
혈액 질환 (응고 장애, 백혈병, 심각한 빈혈 등)
골절 (출발 48시간 이내에 깁스를 한 경우)
암 치료 중 또는 활성 암
인지 및 심리적 문제 (불안정하거나 공격적인 행동 등)
귀, 코, 목 질환 (귀 감염, 중이 또는 코 수술 후 10일 이내)
위장 문제 (복부 수술 후 14일 이내)
심장 및 폐 문제 (증상 또는 불안정 상태)
신경학적 문제 (출발 48시간 이내 머리 외상, 최근 발작, 뇌졸중 등)
임신 (단태 임신 36주 이상, 다태 임신 32주 이상)
최근 항공기 내에서 발생한 의학적 사건
심각한 알레르기
의료 정보 양식(Medical Information Form)은 다음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https://www.westjet.com/en-ca/health
작성된 양식은 MedDesk@WestJet.com 으로 이메일을 통해 제출하거나, 팩스 1-866-737-1202 로 전송할 수 있다.
심각한 알레르기를 가진 승객을 위한 기내 완충 구역 요청 시, 알레르겐에 직접 노출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 줄의 완충 구역이 제공된다. 이 완충 구역은 심각한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과 인접한 좌석으로 구성되며, 앞뒤 좌석이나 통로 맞은편 좌석은 포함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클래스의 경우, 완충 구역은 개별 좌석만으로 제한된다.
완충 구역이란 특정한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여기서는 알레르기 환자를 알레르겐으로부터 최대한 격리하기 위한 좌석 구역을 의미해. 비행기에서 알레르기를 가진 승객의 주위 한 줄을 비워, 다른 승객들로부터의 직접적인 알레르겐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아, 안타깝게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또 웨스트 젯에 따로 문의를 해야 한다. 좌석도 우리가 원하는 extra leg room, 즉 다리 공간이 더 넓은 좌석을 내어줄지 미지수라 이거까지는 차마 못하겠어서 그냥 건너뛰었다.
혹시나 완충 구역 요청까지 해야 한다면, 이메일에 적혀있던 정보는 다음과 같다.
"1-888-937-8538 (1 888 WESTJET)로 전화하시고, Accessible Travel Support Team 옵션을 선택하시면 Special Care Desk에 연결됩니다."
그 외에, 양식 작성하는 데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본인 부담이라던가, 미국행 비행은 캐나다와 다른 국제선 규칙이랑 기한이 좀 다르다는 것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메일을 보낼 때, 양식을 첨부하는 것은 물론, 빠르고 명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이메일 본문에도 아래 양식에 따라 간단하게 의료 정보를 작성했다.
하루가 지나고, MedDesk에서 바로 승인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뿐만 아니라, 운영 처리 번호, 승인 발효일, 승인 기간 (3년), 승인 만료일과 승인 대상과 같은 기타 세부 사항도 같이 안내해 줬다.
개인적으로는 이 답변을 꼭 인쇄해서 (폰은 충전 문제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앞으로 3년간 웨스트 젯과 비행 다닐 때마다 들고 다니길 추천한다. 비행 탑승 할 때마다, 승무원이 꼭 한번 더 체크를 하는데 그때마다 알레르기에 대한 더 자세한 질문을 하는 바람에, 구태어 여러 말할 필요 없이 이 종이를 딱- 보여주면 서로 이해하는데 훨씬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액체류 의료 용품과 스페셜 밀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본인들은 담당이 아니라며 비행 날 프런트 데스크에 직접 문의하라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바람에 이탈리아에서 캐나다 갈 때 스페셜 밀을 미리 주문하지 못하고 빈 속으로 장거리 비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마음씨 좋은 승무원을 만나서 (내가 느끼기에는 스페셜 밀을 못 받았다고 통보할 때 컴플레인이 크게 들어올 줄 알았는데, 우리가 그녀의 예상보다 매끄럽게 상황을 처리하니까 고마운 표정이었다.) 따로 남는 식사도 챙겨주고 했었다. 결국에는 못 먹었지만...
그래서 캐나다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갔을 때, 이 뼈 아픈 실수를 기억하고, 미리 웨스트 젯에 전화로 연락을 했다. 그러나! 구글링으로 급하게 찾은 번호는 몇 시간을 기다려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웨스트 젯뿐만 아니라 텔러스 문의할 때도 느꼈는데, 기본 2-3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좀 해소하려고 캐나다 회사끼리 최근에 담합을 했는지, 숨겨져 있는 '전화 상담 예약하는 페이지'를 따로 찾아야 한다.
콜백 요청을 원한다면, 아래 주소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https://www.westjet.com/en-ca/contact/phone/request-call-back
참고로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전화 연결이 가능하며, 비행 관련 문의 콜백 서비스는 항공편 예약과 관련된 문의에만 답을 줄 수 있다. (어? 이렇게 되면 다음 비행 때 또 못 먹겠는데...?)
항공기에서 제공되는 특별 식사로, 승객의 특정 식이 요구 사항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준비된 식사이다. 이러한 식사는 보통 알레르기, 종교적 규율, 건강 상태(예: 당뇨, 고혈압) 또는 채식주의와 같은 식습관에 맞추어 제공한다.
웨스트 젯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에게는 모든 노선에서 특별 식사를 사전 주문할 수 있다. 787 프리미엄 및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들도 대서양 횡단 및 태평양 횡단 (장거리) 노선에서 스페셜 밀을 사전 주문할 수 있다.
주의 사항:
1) 체크인 후 프리미엄 또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한 경우, 스페셜 밀 요청은 처리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보잉 737 항공기에서는 스페셜 밀이 제공되지 않는다.
2) 무릎에 앉혀 여행하는 유아에게는 모든 비행에서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3) 8가지 스페셜 밀 중 하나가 필요할 경우, 출발 24시간 전까지 예약 번호와 함께 콜센터에 연락해 예약에 추가해야 한다. 원래 예약한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일정이 변경된 경우, 스페셜 밀을 다시 예약해야 한다.
4) 기내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맞춤형으로 제공되지 않으며, 스페셜 밀도 결합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아래 옵션 중 요구사항에 맞지 않는 경우, 직접 음식을 준비해 오는 것을 권장한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은 다음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westjet.com/en-it/inflight/food-and-beverages#special-meals
그래서 철저한 준비로 스페셜 밀을 몇 주 전에 미리 주문했고, 비행 당일에는 뜯지 않은 과자 몇 개를 식사 대용으로 챙겨 갔다. 텀블러도 빈 상태면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함께 가져갔다.
비행 전에 한 번 더 웨스트 젯에 전화해 스페셜 밀 예약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러지 못해, 비행 당일 보딩할 때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예약이 잘 되어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스페셜 밀은 생각보다 맛있어서, 약혼자가 기분 좋게 먹었다. 다만 점심과 저녁 식사가 똑같은 소스에 약간 다른 재료인 게 조금 흠이긴 했다.
이탈리아에서 캐나다로 비행하려고 탑승 절차를 진행했을 때, 담당 승무원이 새내기라 그런지 어리바리한 게 스페셜 밀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었고, 보딩 패스도 심지어 하나만 출력해 버린다.
당시에 스페셜 밀 문제 때문에 실수한 보딩 패스에 대해 물어볼 여력도 없었다. 담당하던 메니져가 나를 힐긋 보더니 여기서 이렇게 주문하는 게 아니라면서 예상대로 힐난을 하길래, 뽑아준 종이를 들이밀며 "읽어봐. 너네가 여기서 하라는 뉘앙스로 설명하던데"라고 대드니 아무 말도 못 한다.
그 와중에 새내기 승무원은 메니져랑 내 눈치 열심히 보며, 융통성 있게 체크인 수화물 무게가 한참 빈다고 내 기내 수화물도 추가금 없이 붙여 줘서 고마운 마음에 '설마... 문제가 생기겠어'라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렸더니, 캘거리에서 환승할 때 크게 애를 먹었다.
문제 생길 줄도 모르고 캘거리 보안 검색대에서 오랜 시간 줄 서서 대기하며 기껏 세관 카운터로 왔더니, 세관 담당자 왈, "캘거리에서 밴쿠버 가는 보딩 패스가 없네. 저기 다시 가서 끊어 와."
어딘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직접 왔던 데로 데려다주는 것까지는 좋았다. 없던 직원이 갑자기 보딩 데스크에 뿅-하고 나타나더니 여차저차 티켓을 끊어서 다시 돌아가려고 하니까 그 새 가이드라인이 막힌 게 아닌가!
공항 직원이 아닌 일반 승객이 이 벨트를 임의로 건드리면 내가 알기로 아마 보안 법 비슷하게 곳에 걸리는 걸로 알고 있던지라, 공항 직원들과 다른 승객들 보는 앞에서 버젓이 열 수가 없었다. 무거운 가방 때문에 밑으로 기어갈 수도 없었다.
다시 보딩 데스크 근처에 가서 "가이드라인이 막혔는데, 우리 그냥 다시 줄 처음부터 서면 안 되냐"라고 애원했더니, 보안 직원은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안되니까 다시 가이드라인에 가서 세관 직원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라는 것이다.
몇십 분을 기다리니 오라는 직원은 다른 승객 상대하느라 올 생각도 없어 보이고...(분명 나를 발견했는데 모른 척했다.) 줄 서있던 다른 승객들은 (이탈리아에 살다가 잠깐 까먹었는데 캐나다인들이 특히 오지랖이 정말 심하다. 누가 규칙을 어기면 어김없이 태클을 걸어온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와서 새치기할 생각하지 말고 뒤에 줄 서라고 잔소리 여기저기 해대느라 점차 패닉이 오더라.
그 와중에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남자 승객 하나가 정말 소리 소문 없이 새치기 해대며 다시 세관 카운터로 가는 걸 보고, 우리도 얼른 뒤따라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우리를 유심히 보고 있던 다른 승객들의 언성이 더 높아지며, 안내하고 있던 다른 공항 직원조차 새치기하지 말라고 우리한테만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정말 너무 억울하고 짜증 나서 "저 세관 직원이 다시 뽑아 오랬어!"라고 소리를 빽-!! 질러버리고 싶었는데 패닉이 오는 바람에 숨을 잘 못 쉬어서 제대로 말 못 했다. 다행히 신경질 내던 그 공항 직원이 내 상태를 보고 바디랭귀지를 용케도 알아서 잘 읽어내더니, 귀찮은 듯이 다시 보딩 체크하는 곳에 보내 버렸다.
그렇게 세관 카운터에 가서 뒤에서 성질내던 사람들 들으라고 크게, "네가 다시 오라고 해서 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쟤네들이 우리한테 막 신경질 내더라."라고 일렀다. 뒤에 듣던 백인 여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라고 한숨 쉬더라. 내 표정 유심히 살피던 담당 세관 직원은 본인 잘못은 생각도 안 하고 "에휴- 힘들었겠다. 그냥 무시해-"라고 툭하니 위로하더라.
그러고 나서도 너무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누가 보든 말든 뒤에 사람들 더 들으라고 이탈리아어로 아는 욕이란 욕은 다 하며 소리를 질러대며 복도를 걸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당연히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다행히 세관 카운터가 국내선이라 아주 작은 곳이어서 직원도 거의 없는 곳이라 아무도 제지하진 않았다.
그 후의 비행은 매우 순조로웠다. 같은 비행에 탑승한 승무원들과 승객들이 다행히 다 젠틀해서 밥을 잘 못 먹었다는 문제 빼고 편하게 본가에 잘 도착했다.
이런 엄청난 일을 겪고 나서, 우리는 캐나다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오는 비행을 했을 때, 미리미리 다 여분의 준비를 하고, 무게 정확히 맞추고, 스페셜 밀 주문을 완료했다. 그래서 오는 비행은 승무원들이 그리 친절하진 않았으나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승객들도 좀 무개념이었으나, 대화로 해결 가능했고.
캐나다에서 캐나다 항공사를 이용하면 탑승 절차하는 게 훨씬 쉽고 빠르다. 할 수 있는 데스크도 다른 항공사보다 훨씬 많은 데다가 오픈하는 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혹여나 전화로 확인했더라도 다시 한번 탑승구에서 승무원이랑 확인하는 게 이롭다. 만약 안되어있으면 공항에서 뭐라도 사야 되니까. 그리고 어떤 스페셜 밀이 예약되어 있는지 직원이 실수할 수 있으니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이탈리아로 왔을 때는 다행히 보딩 패스에 환승지까지 다 적혀 있어서 1장으로 충분하다. 장 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출발지와 목적지, 게이트 넘버와 시간 등 정보를 꼭 잘 체크하자!
몇 가지 헷갈렸던 것들을 미래의 나를 위해 답하자면,
제일 중요한 것! 캐나다는 2017년부터 입국신고서 작성이 생략되고 전자출입국 신고서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더 이상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특히, 동승자 중 한 명이 시민권자라면, 둘이 같이 캐나다 시민 전용 줄에 가서 전자모니터/키오스크를 이용하여 시민권자 이후 동승자 차례로 전자 신고서를 작성하고 프린트된 신고서를 이민관에게 제출하면 된다. 이 얇은 영수증 같은 프린트된 종이에 승객 신상 정보가 다 담겨 있기 때문에 여권에 도장이 없어도, 나중에 이탈리아인이 이탈리아에 다시 입국할 때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한다.
다만, 외국인 입장으로서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여행객은 eTA(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 즉 전자 여행 허가서)을 캐나다 입국 전에 온라인으로 미리 돈을 내고 신청하고 승인받아한다. 이후 이것을 프린트해서 여권과 함께 이민관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까먹으면 안 된다.
그리고 ArriveCAN이라고 앱을 깔아 두고 비행 48시간인가 24시간 전에 미리 입력해 놓으면 세관 신고할 때 키오스크에서 하나하나 입력할 필요 없이 이미 입력된 정보 쭉 훑어보고 뽑을 수 있다.
그 외에도...
0) 이탈리아 로마 공항에서 국제 커플에 대한 의구심에 우리에 대한 개인적인 신변을 물어볼 수 있다. 미리 답변 준비하고 사진도 챙기자.
1) 캐나다에서 이탈리아로 갈 때: 밴쿠버에서 출발해서 캘거리에서 환승을 하면, 국제선이 아니라 국내선이다. 전 날에 보딩도 미리 체크하면 줄 오래 안 서있고 바로 입장 가능 하다. 입구에서 보안 검색대까지 직원에 따라 융통성 있게 부모님도 들여보내주셔서 다행히 제대로 인사를 하고 들어왔다. 그 후에 입장해서 줄 서는 순간부터 바로 보안 검색 시작이니 미리 여권이랑 짐 준비해 놓자.
2) 밴쿠버 국내선에는 살만한 기념품 샵이 1개밖에 없다. 나머지 2-3개는 옷 집인데 딱히 살만 한 게 없었다.
3) 캘거리에서 이탈리아로 갈 때: 보딩 패스를 간단하게 다시 하면 캐나다에서 캘거리 왔을 때 봤던 기념품 샵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다. 여기서 굳이 사지 말고 국제선 게이트로 쭉- 가다 보면 (로마보다는 현저히 적지만) 웬만한 브랜드 샵에 기념품 샵은 여기에 다 모여 있다. 다만, 캐나다 환경 정책으로 인해 돈 몇십 센트 내고 사는 종이봉투가 굉장히 얇아서 잘 찢어지니까 꼭 가방에 미리 튼튼한 장가방을 넣어놓길 바란다.
4) 승무원 성격에 따라, 잘못하면 옆 승객도 알레르기 유발 되는 음식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냄새나 가루정도는 흩날려도 괜찮다면 (안된다면 위에 언급한 완충 구역 신청을 미리 해야 한다.) 미리 얘기를 해두고,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가운데 자리에 좌석 예약을 하지 않는다.
5)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까먹었었는데, 1년 전에 미리 티켓팅해 놓으면 유럽 항공사이던 캐나다 항공사이던 한 번은 꼭 바뀌니까, 좌석 절대 미리 사놓지 않는다. 최소 1달 전에 사두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웨스트 젯은 유럽 항공사들과 다르게 문의하지 않아도 환불된 금액이 카드에 다시 들어온다. 따라서 비행 티켓을 살 때는 웬만하면 신용카드 말고 직불카드로 계산한다.
6) 혹여나 나중에 티켓이 예약이 안되었다거나 다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구글이나 제삼자 사이트에서 비행 티켓을 끊지 말고, 꼭 해당 항공사 오피셜 사이트에서 결제한다. 앞서 말한 듯이 항공편이 수시로 바뀌므로 사기 전에 가입을 해놓는 게 예약 내역을 확인하기에 편리하다.
7) 플러스 이코노미는 비행 시에 술 음료 서비스가 무료다. 그러나 컵에 꽉 차게 따라주므로 미리 조금만 달라고 얘기한다.
결과적으로, 아마도 다음 비행도 웨스트 젯을 탈 것 같다. 저가 항공사치고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