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만연한 이탈리아 남부 차별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는 외국인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 나폴리에 살고 있는지 어느새 3년 차, (알고 지낸 지는 5년) 이 애증의 도시에서 잘 살고 있다가도 가끔 이탈리아 북부에서 살다가 한국 간 사람들이 별 시답지도 않은 농담 한답시고 "남부 사람들은 촌스러워요. 남부 사람들은 거지 같이 가난해요. 남부에서는 새해에 폭죽보다 총성이 더 많이 울린데요. 촌구석이라 더럽고 멍청해요." 같은 차별적인 말들을 서슴없이 해대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그 잘난 상판대기 보고 다시 얘기해 보자고 하고 싶을 만큼 짜증이 확!!! 솟구친다.
거기, 나폴리에 한 번이라도 오고 하는 소리요?
아니, 여기서 살다가서 그렇게 얘기한다면 '그래, 여기 사는 게 그리 녹록지는 않지..'라며 어떻게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보겠다. 알고 보니 이탈리아 남부에 여행으로도 온 적도 없고, 전 세계인들이 다 아는 외국인 바글바글 거리는 도시에서만 살다가 한국 들어와서 북부인들이 하는 얘기만 어디서 주워듣고는 그게 백 프로 사실인 마냥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인들에게 떠들어 대면 글로벌적으로 가만히 있는 남부 사람들 차별만 더 격화시키는 꼴인데 내가 이걸 알면서도 입 닫고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있어야지!
막말로 어떤 외국인이 한국 서울에서 대충 살다가 자기 나라 돌아가서 티브이나 유튜브에 '전라도는 그렇다더라, 경상도는 저렇다더라'라며 허위 사실 떠벌리고 다니면 듣는 한국인들이나 저기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기분이 좋겠는가?
역지사지라고 말하기 전에 본인이 하는 말이 사실 근거에 맞춰 얘기하고 있는 건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고 뱉어내길 바란다.
여기 남부 사람들 이탈리아로 통합된 이후 몇 백 년 내내, 남부 (특히 나폴리를 포함한 메초조르노 지역)은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지속적인 차별과 소외를 받아왔다.
이탈리아 통일(1861)은 북부 중심의 사르데냐 왕국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남부 왕국(나폴리 중심의 두 시칠리아 왕국)은 군사 점령에 가까운 방식으로 흡수되었다.
남부에 있던 공장과 철도는 통일 이후 대거 북부로 옮겨지는 바람에, 산업 기반이 북부에 집중되었고, 남부는 주로 농업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새로운 이탈리아 정부는 남부 발전보다 북부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19세기 후반부터 이미 '남부 문제"라는 용어가 사용되었고, 이는 남부가 통일된 국가 안에서도 만성적인 빈곤, 교육 격차, 인프라 부족에 시달렸음을 의미한다. 현재까지도 북부 GDP는 남부보다 평균 30~40% 이상 높다.
통일 이후 일자리와 기화가 줄어든 현실 때문에,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수백만 명의 남부 이탈리아인들은 미국, 아르헨티나, 독일, 스위스 등지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무식하다", "게으르다"는 편견에 평생을 시달렸다.
북부 출신 정치인이나 언론은 종종 남부를 '문제지역', '범죄의 온상'으로 묘사해 왔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이후 북부 정치 세력 (예, 레가 노르드)는 노골적으로 남부를 "기생충" 또는 "세금만 축내는 지역"이라고 표현했다.
여전히 일부 기업, 공공기관, 심지어 학교에서도 남부 출신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악센트, 성, 출신 지역만으로 차별을 겪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탈리아 티브이에서도 잘 보면, 북부에서 종종 나폴리어(또는 나폴리 방언)에 대해 '못 배운 사람들의 말'이나 '거칠고 비속한 언어'처럼 묘사하며 검열하거나 "자막 없이 못 알아듣겠다"며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리가 없다고?
짜증 나게도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차별이다. 당장 2024년 산레모 페스티벌에서 래퍼 에마누엘 팔룸보가 완전한 나폴리어로 부른 I p’ me, tu p’ te를 무대에 올렸을 때 일부 객석에서 관객들이 자리를 떠난 사건이 있었다.
그러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오해들은 정말 사실일까?
공기 오염은 나폴리 보다 북부 대도시가 훨씬 더 심각하다. 유럽환경청(European Environment Agency) 자료에 따르면, 밀라노, 토리노, 브레시아 등 북부 도시들이 초미세먼지(PM2.5) 농도에서 이탈리아 최악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나폴리는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대기 순환이 좋아 공기 질이 더 나은 날이 많다.
정말 나폴리만 치안이 심각하게 위험할까?
범죄율 공식 통계(INSTAT)에 따르면, 로마, 밀라노, 토리노 등의 대도시가 전체 범죄 발생 수 기준으로 나폴리보다 더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관광객 대상 범죄는 북부 도시에서 더 빈번하고, 폭력 범죄는 남부가 더 높지만 규모는 비교적 작다. Statista와 Il Sole 24 Ore 등 최신 보고를 보면, 밀라노, 로마, 피렌체는 2023~2024년 기준으로 가장 범죄 발생률이 높은 도시 상위권에 포함되며, 나폴리는 상위 10위 밖으로 12위 정도에 해당한다. 나폴리는 일부 지역(예: 스파카나폴리 근처)을 제외하면 일상적인 생활공간은 안전한 편이며, 주민들도 서로 잘 돌봐주는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하다.
나폴리는 특히 차별에 저항한 도시로 유명하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나폴리 시민들은 독일 점령에 맞서 '4일 봉기(Le Quattro Giornate di Napoli)'를 일으켜 스스로 도시를 해방시켰다. 이는 유럽 역사상 시민 저항 운동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건 정말 확신할 수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정"은 이탈리아 북부보다는 남부에서 더 잘 느낄 수 있다. 문화적으로 남부 이탈리아는 공동체 의식과 인간관계 중심 사회이다. 나폴리 사람들은 초면에도 말을 걸고, 도움을 주려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고 내가 밑도 끝도 없이 '나폴리는 천국이니 아무 대비도 하지 말고 오세요.'라고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니다. 매번 얘기하지만, 세계 어디를 가도, 현재 한국처럼 치안이 좋은 나라 찾기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나 또한 여기서 살다가 무례한 사람들도 만났고, 억울할 때도 있었고, 주먹구구식인 행정 처리 방식도 한숨이 나올 때도 많다. 솔직히 다른 도시보다 살짝 더 쓰레기가 많은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무엇보다 제일 걱정하는 ‘마피아’는 주로 시칠리아에 기반한 조직범죄 집단을 가리키며, 나폴리에는 ‘카모라’라는 지역 조직이 존재한다. 이러한 범죄조직들이 여전히 활동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범죄는 드물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총기 소지가 매우 제한되어 있으며, 미국과 달리 총기 난사 사건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캐나다처럼, 보통 범죄조직 간의 내부 문제나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 일반인을 무작위로 공격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래서 나에게는 나폴리가 애증의 도시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도 계속 여기에 살고 있는 이유는 그것을 넘어서는 나폴리의 유구한 역사와, 정겨운 사람들과 나누는 "정", 그리고 어느 도시에서도 맛볼 수 없는 피자와 모차렐라 치즈의 본고장, 싱싱한 해산물 요리, 비건 음식 천국, 싼 물가, 항상 맑은 날씨, 무엇보다 여름이 되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바다가 나를 반기는데 쉬이 떠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폴리에서 일자리 잡기가 너무 어려워서 언젠가는 떠날 것 같지만, 욕을 해도 내가 하지 어디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내 2의 고향 나폴리에 대해 험담을 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