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홍 Mar 01. 2019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잘 쉬고 다음 주에 보자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너무 건조한 눈을 조금이나마 쉬게 하고 싶어서다. 지하생활 17년 차에 늦은 저녁 이맘때면 항상 눈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소중한 나의 장기 중에 하나가 힘겹게 버티고 있다. 새로운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했다. 나의 소중한 그것이 쉴 새 없이 14시간째 달리며 힘겨워하고 있다. 눈에서 눈물이 난다.

 

마지막 환자를 끝내고 동료와 함께 퇴근한다. 밤늦은 시각. 우리는 우울한 마음을 한 가득 안고 집에 가는 길을 뒤로한 채 조그마한 술 집으로 갔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그리운 날이다. 이번 주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정말 최선을 다 했다. 내일은 공휴일이다. 쉴 수 있는 여유가 너무 반갑고 고맙다. 일주일의 피로가 한순간 풀어지는 느낌이다. 이런 날을 우두커니 퇴근하여 집에 가서 바로 잘 수 없는 노릇이다. 나와 동료는 지친 어깨를 소주 한 잔에 기대어 작은 위로를 받고 자 한다.

  

또 다른 동료도 같은 생각이다. 연락이 왔다. 이렇게 셋은 함께했다. 너무 반갑고 고맙다. 함께 하는 소주 한 잔은 누구에게는 그냥 그런 술자리 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서로의 지친 일상을 가볍게 토닥여 주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는 것. 이 작은 공간에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매우 위대하고 귀중한 가치가 있다. 그날의 피로를 서로의 위안과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은 시간이 너무 고맙다. 감사하다. 땡큐~


각자 많은 생각을 가진채 하루를 보냈다. 그간의 일주일은 잘 넘겨왔다. 또 다른 일주일은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은 자주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 고민하고 이해하는 시간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는 속삭임에 모든 게 들어가 있다.


일주일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힘겨운 어깨를 지친 어깨를 잘 버티고 당신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시간에 소주 한 잔의 여 가짐을 기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말 잘했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일하는 순간은 많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쁜 일들이 공존한다. 서로 공감하고 비공 감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모두 이야기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 시간의 제약이 못내 아쉽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은 이 모든 걸 한 순간 풀어놓는다. 가슴과 마음이 제일 편안 지금을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놀랍도록 편안한 마음이 든다. 작은 공간유한한 시간 속에서 서로의 눈빛이런저런 이야기를 말한다. 서 못다 한 이야기를 마음으로 가슴으로 공감하며 풀어내고 있다. 모든 걸 말로 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인간은 공유해야 한다. 굳이 말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숨 쉬는 공간에 작은 원자의 흐름과 분자의 변화를 예측하듯이 사람의 뇌는 그 느낌을 정말 잘 파악한다. 아픈 감정, 즐거운 느낌, 말 못 할 불안함, 위로받고 싶은 자기애 등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리 주위를 스쳐 지나간다. 작은 술 잔과 함께…


각자 힘들고 지칠 때가 많다. 혼자 힘겹게 이겨내면 안 된다. 고민은 고민일 뿐 해결은 될 수 없다. 어느 누군가는 그런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동료로서 선임과 후임이 있는 것이다. 서로  위안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또한 솔직하고 담백하게 마음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소주 한 잔의 소중함을 절실히 알 수 있다.


서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무거운 마음을 버리고 어깨 힘을 빼는 것이다. 내려놓고 바라봐야 한다. 가볍진지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에게 속삭이듯 이야기하면 된다. 그래야 서로 공감한다. 그게 정답이다.


결국 상대도 이해하고 공유한다. 어느 순간 서로에게 있어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게 된다. 서로의 공감이 교집합처럼 무엇인가 집중될 때 우리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의 위력을 새삼 느낀다. 어느 순간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그러면 됐다. 찌든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없어진다.


일주일의 힘든 직장생활의 묵은 짐과 때를 털어버리는 시간. 또다시 쌓이더라도 오늘만큼은 털어버리고 싶다.  

쓰디쓴 소주 한 잔에 "캬~" 소리와 함께 뒷덜미에 걸려 있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자.


쉴 때 쉬자. 힘내고 다음을 위해 멍 때리고 쉬자. 다만 정신줄은 놓지 말자. 이제 마지막 소주 한잔 마시고 일어나자. 

잘 쉬고 다음 주에 보자. 이쁘고 귀엽고 상큼하고 정말 부드러운 여우 같은 나의 동료들.


-함께한 소주 한 잔의 소중함을 느낀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에 겨운 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