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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r 01. 2019

커피 향과 아이들의 미소

아내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 연애시절에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단 한 번도 없었다. 자판기나 집에서 손수 만들어 먹는 피 믹스가 전부다. 부끄럽게도 결혼 13년 차에 처음 가져본 시간이다. 이제야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미안하지만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 순간을 함께한 가족이 있다. 1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다. 오늘 인천 송도에 사는 친구 녀석과 우리네 가족은 점심을 같이 했다. 정말 오랜만에 함께한 시간이었다. 한 살씩 더 먹은 아이들과 친구 녀석 그리고 그의 아내도 정말 반가웠다. 지금까지 소박한 식사 시간을 갖지 못해서 미안했다. 더 미안함을 가지기 전에 함께해서 다행이다. 그동안 시간이 많았는데도 만나질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가 머릿속에서 합리화라는 단어로 세뇌되고 있다. 그렇다. 모두 다 핑계다. 그래도 더 늦지 않고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반가운 모양이다. 만나지 못한 시간만큼 훌쩍 커버린 친구네 어여쁜 두 딸들은 우리 4살짜리 막내를 챙겨주고 있었다. 향기가 가득한 꽃향기와 같은 딸들은 마냥 즐거운 미소 한 가득이다.


아이고 이쁜 것들


서로 소꿉놀이도 하는 듯하다. 속삭이며 서로 손잡고 놀며 그들만의 세계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생각해 본다. '이 시간이 참 아쉽네.'


가족끼리 만날 시간은 주말뿐이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몇 번이나 될까? 1년은 약 52주다. 추석과 설을 제외한 2주를 빼면 대략 50주다. 그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최대 50번. 친구 녀석은 제약회사에 다닌다. 각종 심포지엄과 학회가 즐비한 시기를 제외한 절반을 빼면 25주가 된다. 여기서 여러 가지 이유를 고려 절반을  약 12주가 된다. 기타 등등  2주를 빼면 10주가 나온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대략 10번이. 이 값은 긍정적으로 계산한 경우다. 오늘 점심식사와 커피 한 잔의 여유가 매우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가득한 휴일이다. 그래도 커피공방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휴일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심리적 여유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다. 행복을 이끄는 힘인 것 같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친구와 함께한 여유다. 서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우리도 늙어간다. 이런 시간을 자주 만들기 힘들 것이다. 1년에 10주의 기회를 다 챙길 수는 없다. 그래도 노력하면 자주 기회가 오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다음을 기약해 본다.


또 다른 친구 녀석이 있다. 오늘 같이 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아이들의 미소와 웃음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조만간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따스한 봄에 꼭 만나자 친구야.



짧은 시간일지라도 커피 한 모금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는 말을 느끼게 해 준다.

커피와 연관된 글이나 명언을 찾아보니 맘에 드는 글귀가 눈이 띄었다. 


내 커피 잔 속에 위안이 있다.
 - 빌레조엘 -


참 편안함을 주는 말이다.

오늘 카페에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작은 느낌을 가져본다.


커피 향과 함께 아이들의 미소만큼 행복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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