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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Feb 28. 2019

행복에 겨운 소리

#시간 외 근무, 그 이름은 특근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지 못하다. 시간 외 근무인 특근이 문제다. 2015년 2월 특근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꾸준히 한 것 같다. 꼬박 4년이다. 정말! 참으로 어이없네. 작게는 1시간 많게는 7시 특근을 했다. 다행인 것은 일주일 내내 하지는 않았다. 동료와 서로 돌아가며 했다. 업무 분산이다. 특근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당연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일의 특성상 치료해야 할 환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일할 시간도 늘어난다. 환자 수와 근무시간은 정비례 관계다. 이 또한 행복해야 한다. 일이 없어서 눈치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그것도 장기적으로 4년 동안, 조만간 5년을 채울지도 모른다.


하루 8시간 기본 노동이면 퇴근 후,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동료들과 소박한 소주 한잔의 여유도 가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충분히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똑같은 시간을 사람마도 다르게 사용할 수 있다.


가령 취미 활동만 생각해보자. 옆 동료를 대상으로 상상해 본다. 김** 선생은 뜨개질이나 손 글씨와 같이 아기자기한 소품 만들기로 공방 활동을 할 것이다. 김** 선생은 열심히 헬스장에서 찬란히 빛나는 구릿빛 몸을 만들어 몸짱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름이 즐거울 것이다. 또 다른 선생은 그냥 놀 것이다. 나의 찬란한 20대 젊은 시절처럼 말이다. 술 먹고 또 먹고 다시 먹고, 그렇게 흥이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갑자기 그의 젊음을 시기하고 있다. 부럽다. 단, 다음날 걱정이 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상상해 보니 '과연 삶의 질은 나아질 수 있나?' 고민이 생긴다.


특근을 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용자가 알게 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특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인력과 장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을까?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4년이라는 시간은 무엇인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혹시, 특근을 하고 있는 걸 제대로 모른 건 아닐까? 최근 1년 동안 특근 시간을 제대로 올리지 않았다. 보상은 두 가지로 나눠 받았다. <반은 돈, 반은 타임 오프(휴가)> 그 이유는 특근 수당 증가로 인한 담당자의 부담감을 줄이고 자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담당자라고 하면 조직의 팀장을 말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랬다. 팀장은 사용자와 팀원의 중간 관리자이다. 본인도 힘들 것이다. 이만큼 팀원도 이해를 한다.  


그러나 타임오프는 자기 살 깎아 먹는 꼴이 되었다. 사용자가 인력 충원과 장비 증대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특근 시간'이라는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타임오프를 사용함으로써 이 정보를 줄였다. 아니 없앴다. 그만큼 인력 충원과 장비 증대를 요구할 정보가 는 것이다. 밤늦게 일한 만큼 특근 시간에 대해 그만큼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가 이 상황에 대해 고려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는 달콤한 기대를 했던 것이다. 특근은 잠시뿐일 테지 뭐.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는 4년이라는 시간이 우리가 했던 모든 노동을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력 충원 계획이 있다고 치자. 정보를 분석해보니 특근 시간이 적고, 휴가 소진율도 좋다면 누가 인력을 고려하겠는가. 적은 시간에 대한 특근은 보상을 해 주면 그만이다. 반대로 특근에 들어가는 비용 즉, 지급해야 할 수당이 많아지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력 충원, 장비 추가 등을 충분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 추가적으로 특근에 직원의 고충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대안 없이 계속되는 특근은 이제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전이암처럼 우리의 온몸을 병들게 하고 있다. 처음 원발종양(Primary tumor)을 제거했어야 했다. 더 전이가 일어나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특근으로 인하여 만성 피로, 휴가 미 사용, 인력 배정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열심히 심혈을 다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작은 돈과 보상에 대한 작은 대체인 타임오프 정도라면 이는 필히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특근은 오로지 일한 만큼 올리고,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서 사용자가 우리의 고충을 알도록 해야 한다. 특근이 없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인데. 4년 동안 계속되는 노동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담당자 혹은 사용자가 있다면 이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노동의 대가는 돈이라는 물질로 보상을 받는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넘어갔다. 노동이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우리를 공장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작은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취급하지는 않나? 생각해 본다. 의심이 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행히 5년은 넘지 않았다.  


우습기도 하고 슬프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힘들게 일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가끔 새벽 첫 차를 타면 생각한다. '왜 이리 사람들이 많지?' 어르신들이 많다. 겉모습으로는 판단하기 힘들다. 꼭두새벽부터 정말 열심히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분들에게는 나의 소리는 한낱 <행복에 겨운 소리> 일뿐이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죄송스럽다. 조금은 이해해 주시 길 부탁드린다. 그만큼 우리도 밤늦게 일하는 특근에 대해 지치고 지쳐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걸, 조금 아주 조금 공감해 주길 바랄 뿐이다.


희망 섞이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 계속 방치할  없다.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근이 당연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대안이 필요하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함께 동료들과 수다 떨고 고민스러운 생각에 펜을 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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