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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r 24. 2020

유감이다. 내 일이여.

부서장으로 부터 단체로 서신을 받았다. 일상적인 근무관리에 관한 내용이다. 업무와 휴게시간을 철저히 지켜달라는 당부가 전부다. 마지막 내용에 눈이 자꾸만 간다.


“근무시간은 ... 컴퓨터에서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할 경우에만 인정됩니다.”


흔들리면 안된다. 말과 글은 다른 표현이지만 같은 뉘앙스를 갖는다. 이 글에서 내가 느끼는건 뭘까. 다르지 않았다. 동료도 나와 같이 느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직장에 간다. 일을 하기 위해서다. 결과는 소중한 보수라는 이름이 붙는다. 그 과정에서 내 일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 재미도 있고 흥이 난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보수만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 그런 사람들은 일에도 관심이 없고 애착도 없다. 최소한 그런 부류는 되지 않겠다는 무언이 다짐을 가슴에 담고 오늘 아침도 출근하고 일을 한다.


내 일에 대한 애착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사라져 간다. 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그렇게 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유감스럽다. 뒤돌아본다. 내 눈에 펼쳐진 내 일과 업무는 소중하고 가치가 높다. 이왕이면 애착을 가지고 참 훌륭하게 이루고 또 성취하고 싶은게 내 가슴 속 울림이다.


그렇지 않다. 누군가의 눈에는 한 낱 업무 중 하나일 뿐이다. 그것도 관리자의 눈에는 더욱 명확해 진다. 그냥 일이고 업무일 뿐이다.


기운빼는 말과 글을 접할 때마다 내 일에 대한 애착은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애써 당당한 척, 그렇지 않은 척, 별거 아닌 척 외면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내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지켜내고 싶다.


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열심히 일해도 소용이 없다. 누군가의 눈에는 별거 아니고 누군가의 말과 글에 내 소중한 가치는 상실되기 때문이다. 조직내에 하나의 소중한 구성원이 아니였다. 하나의 부품 정도로 취급당하는 것 같다. 유감이다. 내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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