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홍 Mar 24. 2020

극히 평범하지만 소중한 시간

퇴근 시간이 훌쩍 넘었다. 전화가 왔다.

아내라고 생각했지만, 달콤한 딸아이 목소리였다.

“아빠 언제 와요?”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없는 날, 정말 아무런 일도 없는 날이다.

극히 평범하다 못해 심심할 정도다.

집에 와서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을 먹었다.

텔레비전에 눈이 돌아가 있는 나를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저녁 식사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오랜만이라 조금은 어색했다. 배가 부르니 졸리다. 조용한 하루를 마감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아들에게 말했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지? 옷 입고 나가자.”

“싫어”

“나가자.”

“혼자 가세요.”

역시 아들은 이제 사춘기가 맞나 보다.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집에만 있으면 키도 안 크고 멍청 해진다. 네가 바로 그래.”

아들은 자기 방으로 가면서 말했다.

“양말 어디 있지?!”


30분 정도 걸었다. 아들과 단 둘이 걸었다. 산책인 만큼 빠른 걸음으로, 때로는 조용하니 사뿐 거리며 걸었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다. 소화할 겸 가볍게 운동화를 신고 동네 한 바퀴 걷는다는 것은 정말 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이만큼 소중한 시간이 더 있을까.


학교도 못 가고 집에만 쳐 박혀 지내는 아이들, 최근 아들은 비타민 D 결핍과 빈혈 증상이 생겼다. 꼭 지금 집에 있어야 할 사태 때문만은 아닐 거다. 조금 신경을 써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극히 평범하도록 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함께하고 가끔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유감이다. 내 일이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