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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Feb 28. 2021

끄적끄적

관계

나와 관계된 하나하나를 따져본다. 나는 너에게 무엇인가. 너는 나에게 무엇인가. 우리의 관계는 가족관계만큼 믿을 수 있는가. 아니면 믿지 말아야 하는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 자신을 속이고 있지는 않는가. 요새 어떤 이를 생각하면 이용당하는 느낌이 든다. 혹은 갈수록 의심이 많아지는 더럽고 추접스러운 나를 대할 때가 있다. 관계라는 물음표에 관계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말을 새삼 돌아본다.


그는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2가지가 있다고 한다. 한 가지는 ‘나와 그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나와 너’의 관계이다. 나와 그것의 관계는 나를 우위에 두고 상대를 수단으로 생각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는 관계를 말한다. 반면에 나와 너의 관계는 나의 전 인격을 기울여 상대와 마주 대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범용, 습관의 완성에서 발취>


나와 너의 관계에 있는 얼굴들이 떠오른다.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낸다.

반대로

나와 그것의 관계에 있는 얼굴들이 떠오른다. 애써 감추고 싶지만 불편하다.


분명, 그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용 수단으로 치부하는 내 모습도 있을 것이다.

분명, 너라고 생각하고 인격적으로 배려하는 내 모습도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 사이에 내가 그것이 되어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나는 너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신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오히려 좋다. 교묘하게 모르고 당하고 있다면 훗날, 참 서글프지 않을까. 가끔 나와 너의 관계가 그것인지 아닌지 잠시 따져봐야겠다. 별거 아니지만 가슴에 작은 구멍이 더 커질 수 있기에... 우선 나부터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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