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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r 01. 2021

끄적끄적

산책

딸과 가볍게 산책을 했다. 좀비처럼 집에만 있기에는 날씨가 허락하지 않았다. 따사로운 햇살과 온도와 습도가 적당한 포근한 그런 날이 아니다. 단지 미세먼지 없는 날이라 어디든 나가야겠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를 보러 나왔다. 차가운 새벽바람에 옷을 두텁게 입고 함께 손 잡고 올라가는 노부부가 있었다. 찐빵처럼 부풀어 퍼진 뱃살이 제법 눈에 띄는 동네 아낙네들이 싱글벙글 뭐라고 하며 지나갔다. 아기자기한 손으로 커다란 아빠와 오목조목한 엄마의 손을 잡고 연신 즐거워하는 아이도 보인다. 꼬리를 흔들며 뭐라고 킁킁거리는 작은 네발 달린 녀석도 지나간다.


안경을 치켜세우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시간이라는 조각들이 아침을 만들고 점심과 저녁을 준비한다. 어떤 이는 일터에서 땀을 흘리며 퍼즐을 맞추고, 어떤 이는 작은 골방에서 내일을 꿈꾸고 있다. 어떤 이는 삶이 무료하다며 비참해하고 있다. 또 나는 누구이며 왜 여기 있냐는 높은 차원의 철학자와 같은 중학생도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 한다. 눈을 감고 뜨는 잔상의 모든 조각들은 소중하다. 누군가의 기준에 나를 소비하지 말자. 나답게 내가 하고 싶은 걸 생각하고 실천하면 그만이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모여 내 삶을 이루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은 존재한다. 매번 까먹고 있는 건 아닌지 돌이켜 보자. 걷고 달리고 지쳐 쓰러지다 보면 허탈할 정도로 원점에 돌아온 자신을 발견하겠지만  각자 만족이라는 기준은 다르기에 고통스러워하지 말자. 그러다 보면 진정 나를 바라보고 흡족해하지 않겠는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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