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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y 15. 2019

모두 힘내자 별거 아니야

# 상대를 이해하고 나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하다.

직장 생활을 하면 말이 안 통하는 그들을 가끔 본다. 그들은 보통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말한다. 뭐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나르시시즘을 가진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다. 그들은 일상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특별한 이벤트 즉,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우리는 상대가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때가 바로 말이 안 통할 때다. 아마도 상대는 스스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은 주위 사람과 다른 해석과 논리로 일반적인 진실 혹은 팩트를 흐리게 만든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웅덩이를 진흙탕으로 만드는 꼴이다. 고집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로 이해할 기회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상대방의 진심을 의심하고 자신의 주장을 앞세운다. 이로 인해 우리들의 공간은 어색한 공기로 채워지고 어색한 감정으로 소용돌이친다. 서로에게 확인된 작은 상처는 서로 언쟁을 높여가며 끝내 말싸움을 하게 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선임의 고집에 적잖이 짜증 난 후임들을 본다. 반대로 말을 듣지 않은 후임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선임들도 보인다. 그들의 표정은 수심 가득한 얼굴이 아닌 그저 무덤덤한 표정이다. 한두 번 겪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일상생활처럼 다가온다. 안타깝다. 나도 똑같이 겪어보고 상처를 입고 입혀봐서 알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조금 느낌이 온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이 든다. ‘우리는 왜 이런 쓸데없는 논쟁에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모르겠다.’ 궁금해서 알아보기도 했다. 이해하고 해결해보고 자 했다. 그러나 바뀌는 건 없기에 더욱 암울한 기억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이에는 침묵만이 허공을 떠 돌고 있다. 이래서 사람들은 직장생활은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 상대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하나 싶다.


나도 그런 선임 혹은 후임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내가 겪은 경험만큼이나 나 역시도 말이 안 통하는 고집쟁이였을까? 아니라면 거짓말일 거다. 잠이 취해 저 멀리 꿈나라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4살 베기 딸아이 얼굴을 본다. 아주 달콤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옆에는 12살짜리 아들이 코를 드르렁 거리며 깊은 잠에 무엇인가 상상하는 표정이 보인다. 행복한 얼굴 표정이다. 지금 내 얼굴은 어떨까? 나이 때문에 깊어지는 잔주름과 탈모로 몇 살 더 늙어 보이는 물리적 얼굴은 어쩔 수 없다 치고 그냥 표정이 어떤가? 직장생활에서 찌들 때로 찌든 고민스러운 고집불통 불쌍해 보이는 행복하지도 않은 그런 얼굴 표정인가? 그들과 같이 변하는가? 그들과 똑같이 변하는가? 그들과 나는 같아지는가?


술자리에서 문득 친구의 한 마디가 생각난다.

“나이 40이 넘어가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얼굴이 보여준다.”

내 얼굴이 행복한지 불행해 보인 지 혹은 밝은지 아니면 찌들어 보이는지 아니면 의심만 가득한 고집쟁이 험상궂은 중년이 아저씨인지 궁금해져서 거울을 보며 친구의 말 한디를 곱씹어 본다.


그들과 아무리 말이 안 통해도 대화는 유지해야 한다. 일단 이야기는 들어야 한다. 나의 생각과 주장은 차후에 따져볼 일이다. 그렇다고 침묵하거나 말도 못 하는 벙어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어이없음, 짜증, 화남과 같은 감정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로 스스로 함정을 만들 필요가 뭐 있을까? 이럴 때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 옳고 그름을 떠나 감정에 휩싸여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지 생각이 필요하다.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인간이 아무리 자기중심적이라고 하더라도 보통사람들은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얼마만큼인지 그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공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들어야 한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짓과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단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그래도 말이 안 통하면 상대는 매너가 없는 사람이다. 상대는 나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게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들을 생각해 보자. 배려가 없다는 것은 참 비참하다.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속이고 무시할 것이다. 그래야 그들은 스스로 마음이 다치게 하지 않는다. 자기 방어가 확실한 부류다. 반대로 그들은 나약한 존재다. 자기 방어를 하면 할수록 약한 마음의 소유자라는 걸 보여주는 꼴이다. 평소에 상처를 받는 자기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경험을 한다. 다만 스스로 깨우치느냐 아니냐는 본인의 몫이다. 흔히 이를 두고 개인의 성품이라고 정의하지 않는가. 그래도 계속 대화를 시도하는 편이 오해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낫다.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고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날 때가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쉬면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말이 안 통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선임 혹은 후임을 보고 당연한 일상으로 치부할 수 있다. 욕하고 짜증 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수록 그들과 똑같아진다. 아니 그들보다 더 할 수 있다. 배려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척이 없으면 상대할 가치를 두지 말자. 기대하지 말자. 기대만큼이나 실망감을 몇 곱절 자신한테 올 테니. 그만 신경 쓰고 맡은 업무에 충실하자. 냉혹하지만 그게 정답이다.


사람의 얼굴로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오감이 아닌 육감 혹은 직감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상대의 얼굴을 보면 고집불통인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변하지 않는다. 명심해라 사람 나이 40이 넘어가면 성격은 얼굴에 그대로 녹아있다.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 낭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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