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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y 17. 2019

몽상

# 오리 다리와 혁신

아침 출근길은 이제 덥기까지 하다. 요즘 날씨는 변화무상하다. 여름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는다. 시원 바람이 그리  많지 않은 내 머리털을 마사지한다. 기분이 좋다. 따듯함도 차가움도 아닌 기분 좋은 동남아시아 해변에서 불어오는 이국적인 바람이 오늘 아침 느낌이다. 나는 가볍게 눈을 감고 짧은 거리를 걸어가며 어제 친구가 말한 '오리 다리'를 생각해 보았다.


친구의 이름은 [이쁘고 깜찍하고 섹시하고 귀엽고 상냥하고 사랑스러움]이다.

나는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전했다.

"잘 지내지? 이제 좀 괜찮아?"

"응 살만 해"

친구는 업무가 변경되면서 몇 개월 동안 힘들어하는 듯 보였기 때문에 물어보았다. 얼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쁘고 깜찍하고 섹시하고 귀엽고 상냥하고 사랑스러움이었다.

"다행이네."

"아니 겉으론 멀쩡해도 오리처럼 안 보이는 곳에서는 다리와 발만 허우적거리고 있어."


문득 '오리 다리'를 연상했다. 물가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는 아주 태연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반대로 물속에서 오리 다리는 어떨까? 물속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허우적거린다는 걸 알 수 있다.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근엄하고 뛰어난 자태를 유지하는 게 아닌가. 다시 한번 [이쁘고 깜찍하고 섹시하고 귀엽고 상냥하고 사랑스러움] 친구는 감성적인 표현력으로 아주 적절하게 자신을 표현했다.


물가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 한 마리와 그 아래 허우적거리는 오리 다리


에스컬레이터에서 시원한 바람으로 마사지당한 나의 머리털은 이제 울창한 공원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앞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배꼽 부분을 이등분해 본다. 상반신과 하반신. 그리고 하반신은 [사랑스러움] 친구가 표현한 '오리 다리와 발'을 얹어 다. 아주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아침 출근길에 상반신은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람들 허리 아래엄청나게 흔들어 대는 오리 다리를 상상해 본다. 엄청난 속도의 다리와 널찍한 발


'무릎 아프겠다.'

'허리도 아프겠다.'

'계속 아등바등거리다 보면 스트레스받겠다.'

겉은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 공원을 걷고 있는 사람들 보면서 허우적거리는 오리 다리와 발을 상상해 본다. 측은함마저 느낀. 그래도 계속  상상해본다.


요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시대인데.
아침마다 나를 제대로 체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요새 근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처음으로 요통을 느다. 요추 3번 상하로 느껴지는 작은 통증. 분명운동 부족에 늙어가는 몸의 이상 현상이라 생각한다. 조만간 무릎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좌측 우측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100% 정상치에서 좌측 63%(사실 군대에서 박격포에 다친 적이 있다.)와 우측 75%처럼 아침 출근길에 나를 확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을까. 아주 비주얼적으로 말이다.


무엇이 필요할까? 나의 생체신호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운영체제 즉,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현시대에도 가능하다. 아니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것도 있겠다.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를 평가하고 수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피드백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인공지능 즉, 딥러닝 기술이 필요한가 싶다. 그럼 내가 오늘 출근하며 상반신은 뛰어난 자태를 폼 내고 있는 사람과 하반신은 열심히 움직이는 오리 다리처럼 100% 정상치에서 얼마만큼 소비되고 있는지 파악하면 좋지 않을까. 건강 이상 신호인 빨간 등이 켜지면 우리는 '관리(Management)' 과정으로 진입하면 된다. 식이요법, 운동, 진료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 나만의 인공지능 비서. 또한 내가 정신병에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얼마만큼 받고 감정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지. 자신의 감정 표현과 관리를 해주는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 관리.  

나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고 치유할 수 있다면 정말 '100세 시대'로 표현하기 아까울 정도의 혁신(Innovation)이 생기지 않을까. 나를 알고 관리한다는 것이 참 놀라운 일이 될 것인데. 지금으로부터 2,488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강조한 '너 자신을 알라.'의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바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알아가는 길. 몇 천년이 지났지만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몇 명의 현자(이들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알 턱이 있나.)뿐일 테니 말이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나를 알 수 있는 기술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 상상해 본다.


 [이쁘고 깜찍하고 섹시하고 귀엽고 상냥하고 사랑스러움]이 표현한 우리가 허우적거리는 것은 당연하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생명이 끝날 때까지 계속 허우적거리면 된다. 여유와 행복을 가진 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게 모르게 열심히 움직이고 또 움직이면 그만이지 않을까.


 오리 다리가 나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정신병으로 가지 않도록 만들어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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