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홍 Jun 05. 2019

2만원

갈비탕 한 그릇 먹었어야 했는데

백미러에 비친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지쳐 보였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양팔은 마른 장작처럼 가벼워 보였다. 나는 무슨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귀찮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내 마음을 접었다. 가급적 덜컹거림 없이 조용히 가고 싶었다. 오늘따라 우리 가족들의 애마인 SUV 차가 무척 신경 쓰인다. 


1시간 전, 그와 통화를 했다.

“몇 시에 끝나세요?”

“이제 곧 끝난다.”

“그럼, 00역에 도착하시면 연락 주세요. 바로 나갈게요.”

나는 전화를 끝기전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근데, 저녁을 어떻게 드실 수 있으시겠어요?”

“지금 상태를 먹기 불편한데, 1시간 후면 괜찮지 않겠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갈비탕 한 그릇 드실래요?”

“그래. 갈비탕이나 먹자.”


중간에 차를 멈췄다. 그의 구토 증상 때문이다. 약 5분 정도 멈췄다. 내가 도와줄 게 없었다. 우리는 다시 출발한다. 전보다 지쳐있는 그에게 나는 묻는다.

“저녁은 드실 수 있으시겠어요?”

“안될 것 같다. 근데, 너는 저녁 먹어야 하는데......”

“저는 괜찮아요.”

빨리 가고 싶다. 운전대를 가볍게 다시 쥐며 엑셀레이터를 깊게 밞아 본다.


집 앞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시고 내게 주며 말씀하신다.

“갈비탕 한 그릇 먹었어야 하는데, 집에 가는 길에 하나 사 먹고 들어가라.”

“네. 좀 쉬세요.”

아버지는 처음보다 더 지친 모습으로 계단으로 몸을 돌린다. 차에 탔다. 2만원이 쥐어진 손은 운전대로 향했다. 차에 기름이 없다. 정말 없다. 주유소에 가야 한다. 셀프 주유소에서 금액을 선택해야 했다. 내 지갑 깊숙이 접힌 푸른색 2장이 생각나다. 나는 1만원만으로 덜컹거리는 우리 애마에 목을 젖혔다.


2만원은 혼자서 갈비탕 한 그릇을 먹기엔 크다. 둘이 먹기엔 충분하다. 오늘 아버지와 함께할 저녁은 물 건너갔다. 2만원은 충분했지만 그러지 못하다는 게 참 서글프다. 먹고사는 게 살아가는 모든 생물에게 더할 나위 없는 권리이자 소중한 가치다. 그러지 못하다는 게 참 웃기다.

작가의 이전글 접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