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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n 01. 2019

접선

직거래

진한 갈색톤의 선글라스에 부산스럽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비추고 있다. 창밖으로 차가운 공기가 햇살 가득한 주말 오전을 식혀 주고 있다. 빨간 신호등에 잠시 멈추고 작은 정적이 흐르고 있다. 고요한 차 안에 정적을 깬 것은 핸드폰에 울린 알람 소리와 문자였다.


“1시 00역 좋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연락을 하면 어떨까요?”

나는 주위를 살피며 문자를 보냈다.

“네”

“혹시 어떻게 오시나요? 전철 혹은 차?”

“차로 갑니다”

지금 시각은 12시 40분이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말 오전은 생각만큼 차가 많았다. 그곳까지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차가 서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촉박한 마음은 어김없이 내게로 다가온다. 선글라스를 나의 날카로운 콧등에 다시 추스르고 그에게 문자를 보낸다.

“저는 정확히 1시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도착하시면 문자 주세요”

“네”


조급한 마음에 시간을 보고 핸드폰에 신경을 쓰나는 그곳에 도착했다. 00역은 1번 출구 앞은 주차가 곤란했다. 여기로 차를 끌고 온 걸 후회하고 있었다. 공간은 부족했다. 눈에 띄는 구역은 단 하나뿐이다. 슬금슬금 그곳에 차를 정차했다. 주차금지구역이다. 다행히 경찰은 없고 우리의 일거수를 감시하는 고성능 카메라도 없었다. 나의 서슬 퍼런 빛을 내뿜는 선글라스에 사람들의 모습은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에게 문자가 왔다.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바로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네”

“혹시 차는 어떻게 되나요?”

“하얀 쏘렌토 루프탑입니다”

“네”


약 10분이 지났다. 내 선글라스에 그들의 모습이 지나가고 있다. 나는 그의 얼굴과 키 그리고 옷매무새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심지어 나이와 머리카락 색상도 모른다. 그는 내가 어디 있는 줄 알고 있다. 나는 모른다. 나의 선글라스 뒤편 커다란 원형의 두 개의 단백질 덩어리는 그와 비슷한 모습들을 미세한 파형으로 엄청난 속도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어디 있는가> 1초 2초 3초, 시간의 흐름은 고요한 차 안의 공간을 떨게 하고 있다. 파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운전석 방향에 있는 사이드미러(side mirror)에 저 멀리 그들 속에 의심스럽게 느껴지는 그가 있었다. 내 직감은 언제틀린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시각, 이 장소에서 그와 접선하는 건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들 속에 내 직감이 맞을, 그가 내게 다가오고 있다. 나의 직감이 맞나? 나는 사이드미러에 비친 그의 모습이 채워지는 걸 보았다. 바로 차문을 열고 나간다. 그가 다가다.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그가 맞다.


“여기 있습니다.”

키가 크고, 나와 비슷한 나이로 중후한 얼굴이다. 머리카락 색깔은 브라운으로 나보다 숯이 많아 웨이브가 있었다. 잠시 부러움을 감추고, 나는 인사와 함께 그에게 어봤다.

“개수는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상태는 음…” 나는 그가 건네준 물건을 몇 초 만에 선글라스 뒤에 감춰진 두 구형을 통해 신속히 확인했다.

“문제가 없네요. 좋네요.”

“네. 제가 직접 사용하물건입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의 접선이 끝날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준비해 둔 그것, 푸르고 반으로 접힌 입사귀처럼 생긴 그것 2개를 그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도 나와의 접선이 마무리되었다는 걸 인지하였다. 우리는 서로 누가 먼저라고 생각할 것도 없이 만남을 끝냈다. 최상의 물건 차 안에 넣고, 나는 바로 차 안에 들어갔다. 긴장감 넘치는 이 공간은 나의 아지트를 원하고 있다. 나는 다시 선글라스를 추스르고 운전대를 잡았다. 다행히 나의 사이드미러는 아직까지 경찰이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그의 뒷모습만이 남겨졌다.


우리의 접선은 이것으로 끝났다.

우리의 접선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진다.

우리의 접선은 결국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었다.


-그 물건 보고, 사용하고, 느끼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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