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안아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종해 Apr 19. 2017

대통령님에게



대통령님에게





오늘 모기를 잡았습니다.

웽웽 나의 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불을 켜고 집요하게 그의 목숨을 앗았습니다.

살기위해 만분의 일의 피를 뽑았을 뿐인데, 나눠줄 만도한데 만분의 일을 아끼느라 얼마 살지도 못하게 죽여 버렸습니다.

그동안 참 많이도 죄책감 없이 살았습니다.








희망의 대통령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다수의 기쁨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방법은 있을 것입니다.

다수가 소수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겠지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돌아가면 우리는 또 다시 반복적인 갈등을 계속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불행한 사회는 ‘나 혼자 잘 살면 된다’는 것을 믿음으로 여기는 사회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렇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생존 방식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사회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기쁨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켜온 역사였습니다. 

그 소수가 곧 나였으며 다수임을 숨기고 있었던 정치였습니다.








슬픔을 경험한 소수가 된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왜 나는 그때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었을까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슬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제는 화려한 발전보다 오래전 우리에게도 있었던 ‘아침 먹었느냐’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삶을 더 원할 것입니다. 아버지 세대 때 옆집에서 혹여 굶고 있지 않을까 걱정부터 했었다는 말이 더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참을 수 없어서 양푼에 가득 밥을 나누어 주었을 때 가슴이 편안하더라는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당신의 말의 옳고 그름을 칼질하기보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먼저 알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손을 잡을 수 있고, 이해한다는 눈빛과 미소가 그리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달나라 장난이 아닙니다.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먼 길 돌아가도 우리는 다시 우리의 자리에 있습니다.

지구는 둥그니까요.

그러나 돌아온 땅에 꽃이 피고 새가 울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그 길이 헛된 것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대통령님

보이는 것을 이루는 존재보다 보이지 않게 스며드는 그리고 그 힘을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는 전달자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7. 4. 19

-jeongjonghae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쌓아올린 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