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rain / 캔버스에 아크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음에 불안해하고 있을 때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할까봐 조마하고 있을 때
열심히 살았지만 보상받지 못함에 절망하고 있을 때
유행에 뒤쳐지는 것이 늙어가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을 때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일 때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나를 바라봅니다.
<연애편지 / 디지털>
낭만적이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생각 속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나무 한 그루와 바람이 있습니다.
미지로 떠나는 아주 느린 열차에 올라탄 사람은
창밖을 바라봅니다.
철커덩 소리와 함께 자유와 희망을 가슴으로 안았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맞은편에 앉은 여행자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그 미소가 어떤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waiting in grasse / 종이에 아크릴>
낭만적인 생각들이 언젠가부터 사라졌습니다.
어느날 전해준 아름다웠던 언어가
현실 앞에서 가차없이 휴지통속으로 버려진 뒤부터
그 언어를 부끄러워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눈을 감은 지금
그 언어는 나와 당신을 바라보는 고귀한 시선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cordelia / 종이에 아크릴>
비 내린 뒤 잎사귀에 맺힌 빗방울을 바라볼 때
태양이 저무는 눈높이에 맞추어 노을을 바라볼 때
철썩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맑고 순수한 아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을 때
인생에 관하여 토론을 나누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때
나는 어느 시인의 애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나는 다시 그 고귀한 시선을 찾아냅니다.
<당신에게 / 디지털>
-예이츠 詩 <하늘의 융단>
2017.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