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을입니다.
스산한 바람이 붑니다.
밤 바람을 마시기 위해 골목의 어느 벤치에 앉았습니다.
밤 거리에 노오란 가로등불이 켜져있습니다.
가로등불 아래에 요란하게 왔다갔다하는 존재들을 발견합니다.
날개가 긴 곤충 하나가 눈에 띕니다.
제 눈은 그 곤충을 향해 초점을 맞춥니다.
자세히 보니 하루살이였습니다.
오늘은 하루살이가 나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마치 솔제니친의 <모닥불과 개미>를 읽는 것 같습니다.
저 하찮게만 보이는 생명조차 빛을 찾아 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자신의 살을 태우고 있음을 아는지
노오란 유혹이 자신의 몸을 위협한다는 것을 모르는지
뜨거운 불을 향해 계속 몸을 던집니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나는 하루를 망설이기만 하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나 역시 하루살이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식어버리지 않을까하고 조마조마하고
내일 당장 길거리에 내버려져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지금 나의 모습이 누군가의 시선에 매우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살아왔습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언젠가 떠날 때가 되면 떠나게 되는 하루살이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루살이의 열망처럼 용맹하게 살아가지 못했습니다.
그 용맹함은 오히려 사물을 바로 보는 길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포장지에 쌓여 진열장에 진열된 상품처럼 살아왔습니다.
왜 이 공간에 존재하는지
무엇을 위하여 하루하루를 움직이고 있는지를 돌아보지 않고,
진열장의 물건처럼 순응하고 포기하고 살아왔습니다.
하루살이는 제게 말하는 듯합니다.
진짜 삶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하여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떤 것이 더 달콤한 인생인지,
무엇이 더 나를 사랑스럽게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말입니다.
2017. 8. 28
-jeongjong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