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아줘

동해는 말이 없다 -동해 여행 후기

by 정종해

<캔버스에 아크릴 / 40호 / 다 잘될거야 / 제주도에서>



동해는 말이 없다.

그저 반복적인 파도소리만 있을 뿐이다.

그런 동해에서 누군가는 길고 긴 스토리를 만날 것이고,

누군가는 하나의 장면을 만날 것이다.


파도소리는 그 모든 것을 담을 뿐이었다.


다만 그 스토리는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미하엘 엔데가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이야기를 만나서 끝없는 이야기를 써내려가듯

나 역시 할 말이 많아도 그저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파도 속에서 이야기를 얻어간다.


사람의 인생은 스토리다.

그것이 아주 험난하고 굴곡이 심할지라도

그것이 아주 얕고 가벼울지라도

하나의 스토리는 동일하다.


취향의 차이일 뿐...


서울에 도착할 즈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만난 와인의 대가(나는 그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고, 믿고 있다) 민수형에게서 연락이 와서

짐을 풀어놓고 형님의 많지 않은 거래처 몇군데를 둘러보고 마지막 거래처에서 와인들을 시음했다.

그러고 보니 난 참 잘 살아왔다 싶다.

가지를 쏙아내듯 수많은 가지를 쳐내고, 그 건강한 인생을 경험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숙성된 와인처럼...

늘 같은 소리를 내지만 한결같은 동해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서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오늘 조금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2017. 9.16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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