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아줘

호킹의 봄

by 정종해

그러지 말자고 해놓고 쫓기듯 살아가는 내 모습을 봅니다.

참 많은 관심이 고픈지 끝없이 이어지는 상념들을 배설해놓고

이내 후회하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을까?

무엇을 그리고 있을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금새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정리되지 않은 잠자리를 보면서

그냥 오늘 하루를 포기하고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가버릴까

하는 유혹에 굴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조차 불편해집니다.


마음속에선 지혜로운 언어들이 떠돕니다.

쉽게 생각하라는 말과 긍정적으로 살아가라는 말이 떠다니고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라는 가르침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달됩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도 어렵습니다.


잠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인터넷 기사를 읽습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별세와 더불어 그의 업적을 기리는 영화가 소개되어 나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봄은 어땠을까?”



휠체어에 앉아 있을 그가 떠오릅니다.

스스로 한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봄의 거리를 바라봅니다.

나뭇가지에 새로 돋아나는 잎을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유난스럽게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봄의 특별한 향기를 음미하였을지도 모릅니다.

겨우내 찾아오지 않던 사랑하는 연인들의 속삭임을 엿들었을지 모릅니다.

나비가 공중을 배회하고, 방금 꿀을 머금은 벌이 급히 어딘가로 날아갔을지 모릅니다.

호킹은 잠시 눈을 감고 이 순간들에게 감사했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타인의 시선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마치 나는 어리광부리는 어린 소년같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집니다.

이렇게 건강한 육체를 가졌고, 언제든 어디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순간의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는 고개를 숙입니다.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하였던 그는 위태로운 인류와 지구를 더 걱정해왔다는 사실들에...


2018. 4. 2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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