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아줘

쓸모없이 버려진 시간들

by 정종해


며칠을 쉬었는데, 아쉽습니다.

차라리 아무 생각없이 푹 잠을 자거나

그동안 시간이 없어 잘 찾아가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거나

시간이 없어 못했던 놀이라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아쉬움처럼 남습니다.

쉽게 말해 ‘시간이 나면’ 하려던 것을 시간이 나도 안했다는 것이 뒤늦게 후회로 남은 것이죠.

시간이 남아서 쉬었는데도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쉬지 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오늘은 이런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내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이 과연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을까?

그리고 적어나갑니다.


일어나서 차 마시기 / 음악들으며 책읽기(잠시) / 전자담배 피우기 / 설거지하기 / 밥 차려먹기 / 멍 때리기 / 샤워하기 / 작업실로 향해 산책 / 작업실로 향해 버스타기 / 작업실에서 차내려 마시기 / 인터넷 검색하기 / 그림 작업하기 / 전자담배 피우기 / 저녁 약속잡기 / 약속 없으면 집으로 가기 / 가끔 마트에서 장보기 / 집으로 가서 저녁 차리기 / 저녁 먹고 TV나 영화보기 / 게임하기 / 전자담배 피우기 / 샤워하기 / 잠들기


저의 주어진 하루의 패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빠진 것들이 있더군요.

그건 올해 목표로 잡았던 일들이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없어 못하는 것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영어회화공부하기 / 글쓰기 / 책읽기 / 악기연습하기


사실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 멍 때리는 시간이 많고, TV를 보거나 게임하는 시간이 참 많거든요.








문득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야한다는 중압감이 그것들을 멀리하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영어회화공부, 글쓰기, 책읽기는 틈나는 자투리 시간에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악기연습도 30분정도만 할애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참 안합니다.


그리고 생각을 바꿔봅니다.

부담스러운 일을 먼저 하자!

일어나서 음악대신 영어회화를 먼저 듣습니다.

많지 않지만 틈틈이 책을 펼칩니다.

좋은 문구를 옮겨 적습니다.

그리고 들어가서 저녁을 짓고, 밥이 뜸 드는 동안 기타를 퉁깁니다.


이런 하루하루가 모여서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면

참 많은 유익한 시간들로 채워질 것이고

아마 저는 영어실력이 늘어있고,

원하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조금씩 천천히 부담스럽지 않게...









오늘은 쓸모없이 버려지는 시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8. 3. 12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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