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아줘

고독한 사랑법

by 정종해

사랑에 관해 말하겠다.

너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온 나는

오랜시간 사람을 그리워한 적이 없었다.







고독이 싫어 떠난 더 고독한 공간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언어도 사라졌을 때

나는 걷기만 했다.







나는 위험한 골목으로 들어갔고

위험한 사람들을 만났고

위험투성이의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나 그 위험들은 순진하였고,

통념은 더 위험한 것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골목 너머에는 신비로운 성이 있었고,

사람들은 나를 바른 길로 인도했다.







그때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여인의 사연을

아주 멀리서도 들을 수 있었다.







광장 한편에서 모이를 주던 남자가 새들에게 전하는 말들을

아주 멀리서도 들을 수 있었다.







차갑고 공허한 도시에서 만난 당신은 온실이었다.







언어가 사라진 곳에서 길을 인도해준 당신은 은혜였다.







입맞춤에 눈이 먼 연인들은 열정이었다.







고독하였던 나는 더 고독한 공간에서 사랑을 배웠다.

그리고 돌아왔다.







시간이 흘렀고

너무 많은 사람들과 너무 많은 언어들 속에서

또다시 나는 사랑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더 고독한 곳을 찾아 나선다.


고독하였던 내가 더 고독한 공간에서

사랑을 발견한 것처럼

지금 고독한 당신은 사랑을 찾을 것이다.

갈 곳을 잃고, 언어가 사라져버린 곳으로 걸어가라.


2018. 9. 4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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