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억 / digital>
작년 봄...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한참동안 허전했다.
두고온 것이 있는가 싶어 다시 여행가방을 뒤적거린다.
그러나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다.
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되었고,
여행의 기억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년 봄엔 지금의 나를 만날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작년 봄 여행길에 있던 나의 꿈속에 나타나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어한다.
후회없이 자세히 보아라.
후회없이 소중히 들어라.
후회없이 깊숙이 느껴라.
그리고 후회없이 그 흔적들을 남겨놓아라.
코로나가 올줄 몰랐다.
그때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허전함이 몰려오는 것은
오후의 따스한 볕 아래 가을 바람이 불어와서다.
그리고 가을바람이 여행의 기억을 불러왔다.
그리고 바람이 여운이 되어 들숨속으로 사라진다.
2020. 9. 10
-jeongjong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