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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Dec 01. 2019

가장 페루같은 도시 페루 쿠스코

남미-페루

약 11시간의 당일치기 와카치나 여행을 마치고 그날 저녁에 바로 쿠스코로 향했다. 볼리비아 비자 발급 등 쿠스코에서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버스에서 최대한 많이 자기 위해서다. 이카-쿠스코 구간은 약 19시간짜리 최장거리 노선중 하나다. 우리의 작전은 바로 몸을 피곤하게 하고 최대한 많이 자는 것이었다.


버스에 타니 1시간도 안돼서 식사를 제공받았다. 밥을 먹고 나니 다행히 조금씩 잠이 오더니 탑승 1시간 만에 잠이 들었다. 물론 계속 중간에 깨긴 했지만 약 8시간을 자고 밖의 햇빛 때문에 일어났는데 버스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우리를 비롯한 많은 관광객들이 타있었는데 너무 구불구불하고 높은 산을 오르느라 토하는 사람, 우는 아기들 때문에 다들 잠을 못 자고 있었다. 난 다행히 멀미도 안 하고 고산병 증세도 없었지만 인터넷도 안 되는 버스에서 남은 11시간을 버티는 일은 꽤 고통스러웠다.

시설은 좋았으나... 정말 시간이 안갔다.

19시간 걸린다던 버스는 정확히 탑승 19시간 뒤인 다음날 오후 3시에 쿠스코에 도착했다. 우리는 바로 볼리비아 대사관에 볼리비아 비자를 발급받으러 갔다. 대사관 직원들이 꽤 불친절하고 까칠해서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를 인터넷에서 보고 잔뜩 긴장하여 입장했다. 직원이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길래 한국에서 왔다니까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직원- Sur?  Norte? (남? 북?)

우리는 웃으며 남쪽이라고 했더니 직원이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직원- Sur? Finish!  남한은 시간이 지났다며 다른 날 오라는 것. 우리는 당황하며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직원은 어디에 전화하는척하며 우리의 반응을 보더니 장난이고 볼리비아에 환영한다며 웃어주었다.

덕분에 긴장이 풀리고 비자 또한 문제없이 발급되었다.


바로 투어를 예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일 처음 달려간 곳은 다름 아닌 한식집이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한 탓에 기력 보충을 위해 한식집으로...

밑반찬부터 메인음식까지 너무 행복했다.

일행들은 고산병너무 심해져 다들 숙소로 들어가고 나 홀로 쿠스코의 야경을 구경하게 되었다. 사실 쿠스코는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거쳐가는 도시일 뿐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꽤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했다.

쿠스코 광장

쿠스코는 도시에서 관리하듯 모두 같은 패턴의 불빛과 건물이 지어져 장관을 이뤘다. 여기에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파는 사람, 춤추는 사람 등 페루인의 자유로운 영혼들이  거리를 다니고 있었다. 안 좋은 컨디션에도 우리는 바로 다음날 투어를 예약했다.


투어 시작 시간은 바로 새벽 3시. 이미 피곤해있었기 때문에 저녁 일찍부터 자서 투어 30분 전에 기상했다. 차례대로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큰 문제가 생겼다. 바로 물이 안 나왔다... 자고 있던 숙소 주인에게 빨리 전화를 걸어 이 긴급한 상황 설명했다.


No Agua. No Agua (물이 없어)!!!! 평소에도 있었던 일인 듯 주인이 바로 이해하고 우리 숙소에 와서 설명하기를 수도 회사가 5시에 문을 여니 그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계속해서 사과했다. 뭐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산에 갈 때 보통 안 씻고 가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비니쿤카 초입

약 두 시간 동안 승합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바로 비니쿤(무지개 산). 해발 약 5,000미터에 위치한 이 무지개색 산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4,600미터 지점에서 도보로 약 두 시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두 시간 등산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발을 딛었는데 정말 숨이 안 쉬어졌다. 해발 5,000미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고산병에 좋은 코카잎을 씹으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그러나 쉬울 리가 있나 아무런 장비 없이 한 번도 안 가본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옆에는 당나귀가 지나가며 타고 가라며 호객행위를 했지만 왕복 80솔(25,000원)의 비싼 가격과 오기 때문에 5분 걷고 쉬고를 반복하며 열심히 나아갔다. 좋은 점은 천천히 가다 보니  주위에 각 나라에서 온 여러 명의 관광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숨차서 짧은 대답의 연속이었지만...

2시간의 등산 끝에 드디어 비니쿤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르고 보니 여러 페루인들이 자신이 키우던 알파카를 데리고 사진을 찍게 하거나 여러 가지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그중에는 노인분들이 대다수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올라온 것인가... 역시 이미 높은 고도에 적응해있는 현지인은 달랐다. 아무런 힘든 기색 없이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모시기 위해 당나귀를 끌고 산을 뛰어다녔다.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비니쿤카

온갖 필터를 씌워 놓은 사진은 멋있으나 당시에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서 본 광경 치고는 약간 실망적이었다. 그렇게 정해진 시간이 되어 산에서 내려갔다. 이번엔 주변의 경치를 둘러보며 혼자 이어폰을 끼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내려가는 방법을 택했다.


내가 생각하는 비니쿤카 투어의 핵심은 정상이 아니라 하산하는 길이다. 올라가면서는 너무 힘들어서 땅만 보며 사람들과 대화했는데 내려갈 때는 주위를 둘러보며 풍경을 감탄하면서 내려가니 정상에서보다도 훨씬 좋았다. 이렇듯 한 여행에도 개인마다 좋아하는 부분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에서 실망하더라도 억지로 '여기가 나한테도 좋은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인정한 후 다른 좋은 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비니쿤카 투어를 마치고 쿠스코에 다시 돌아왔다. 리마에서부터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고산지대를 다녔기 때문에 피로회복을 위해 다음날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시내를 편하게 구경하기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쿠스코에는 여행사와 기념품 가게가 정말 많다. 그중 중심인 산 페드로 시장으로 향했다.

3개에 5솔(1600원) 초코 츄러스와 산페드로 시장

가족에게 줄 알파카 인형과 알파카 털 목도리를 사기 위해 시장에 갔으나 먼저 밥부터 먹기 위해 이름도 없는 한 식당에 자리 잡았다.

현지인 같은데 거의...

메뉴는 로모 살타도(Lomo Saltado) 소고기와 양파, 토마토를 볶아서 밥에 올린 요리다. 시킨 이유는 메뉴에 맨 위에 있길래 메인 음식이겠지.


 평소에 현지 음식도 잘 먹기 때문에 내 입맛에는 정말 맛있었다. 현지인들도 다 못 먹는 음식을 낯설게 생긴 내가 웃으며 다 먹으니 가게 주인과 현지인들이 기분 좋게 웃어 주었다. 가격은 6솔(2,000원)정도.


식당 옆에는 페루 과일들로 만든 주스 가게가 있다. 한잔에 3솔(1,000원). 특징은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갈아주는데 한잔을 다 마시면 공짜로 두 잔을 더 준다. 두 잔을 마시고 더 이상 못 먹겠어서 괜찮으니 그냥 가겠다고 했더니 친절하게 종이컵에 까지 따라주었다. 착한 사람들...


그렇게 시장을 더 둘러본 뒤 알파카 인형과 털 목도리를 구매한 후 다음 날 마추픽추 투어를 갈 준비를 마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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