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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Dec 06. 2019

잉카인들의 힘, 마추픽추와
쿠스코 음식.

남미-페루

시간은 약 6시쯤. 장소는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마을 아르마스 광장.


아르마스 광장에는 쌀쌀한 공기를 맞으며 마추픽추에 올라갈 수많은 팀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모여있었고 나도 남미 여행, 아니 여행 전체 중 가장 기다려왔던 순간을 맞기 위해 긴장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버스는 약 30분 정도를 구불구불한 길을 힘겹게 올라갔다. 

마추픽추 입구.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마추픽추 입구는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모인 관광객들, 마추픽추 설명을 담당하는 현지인 가이드, 주변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상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이미 입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서둘러 마추픽추에 입성했다. 


마추픽추에 입장하고 걸어서 약 10분 정도만 올라가면 우리가 아는 마추픽추 사진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마추픽추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쿠스코만큼은 아니지만 꽤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것 이기 때문에 특히나 아침시간에 안개가 끼어 버리면 안개만 보다 내려와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런 두려움이 있었지만 나는 온전한 마추픽추를 한에 보는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땅바닥만 바라보며 10분을 올랐고 마침내 가이드가 도착했다고 말한 순간 바로 마추픽추를 내려다보았다. 

마추픽추.

정말 다행히도 페루의 날씨는 나를 저버리지 않았다. 물론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사진도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날씨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맘 놓고 마추픽추를 구경할 수 있었다. 


마추픽추 앞에 서는 순간을 기다렸지만 막상 '마추픽추에 가면 뭘 하고 뭘 봐야 하지?'라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마추픽추 앞에서 사진을 찍고 하염없이 마추픽추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여행 중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하지만 원망스럽지만 당연하게도 마추픽추 산 위에서 인터넷은 열악했다. 카톡 정도도 겨우 보내지는 상황에서 인터넷을 잡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드디어 영상전화를 걸 수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영상전화를 걸자 가족들은 함께 모여 내 전화를 받았고 대화 내용은...


나- "여기 마추픽추야!!!"

가족-"어~~ 그러네" 신기하게 말하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뭐... 사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생각에 뿌듯해하며 마추 픽추를 자세히 관람하기 위해 밑으로 내려갔다. 

마추픽추 내부.

사실 위에서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일행들과 가이드를 모두 놓쳐버렸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투어에서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얻어냈다. 물론 마추픽추 내부의 설명은 포기(?)당했지만...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장 기대했던 마추픽추에서 갖게 되니 나름 기분은 좋았다. 

마추픽추 내부
도대체 뭐하는 물건일까.

그렇게 한 바퀴 마추픽추를 돌다 보니까 어느새 출구로 나오게 되었다. 투어는 도대체 어디서 끝난 걸까...? 한 바퀴 관람을 마치고 나니 밖에 일행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만남은 함께였지만 투어 해산은 자유로웠나 보다.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마을에서 마추픽추를 올라가는 버스는 마추픽추 투어에 포함이 되어 있었지만 내려가는 버스는 12$를 주고 구매해야 하는 옵션이었다. 걸어내려 가는 길은 계단식으로 약 한 시간 반 정도 소요... 내려가는 풍경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12$라는 옵션을 선택하기 싫어서 걸어 내려가는 것을 택했다. 


걸어내려 가는 선택은 좋은 선택이었다. 앞으로 마추픽추를 가는 사람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선택지다. 물론 약간 가파른 계단이긴 하지만 남미의 뜨거운 태양에서가 아니라 시원한 산에서 주변 경치를 내려다보면서 가는 방법은 정말 강추다. 

다시 내려온 마을

다시 내려온 마을에서 오얀따이 땀보 마을에 가는 기차는 오후에 있기 때문에 전날 구경 못한 마을을 둘러봤다. 저 페루 옆의 깃발은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는 성소수자를 위한 무지개 깃발이 아니라 잉카제국 시절 사용했던 깃발로 현재는 쿠스코의 주 깃발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페루의 물가는 꽤 저렴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지화 된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마을의 물가는 꽤 비쌌다. 페루 여행이 끝나 가는 상황이었기에 페루 돈도 얼마 없어서 겨우 샌드위치만 하나 입에 물고 기차를 기다리게 되었다. 

공사 중인 마을

쿠스코에 돌아가는 방법은 마추픽추로 가는 길보다 정말 쉽다. 오얀따이 땀보 마을에 기차를 타고 가면 이미 투어사에서 준비해둔 미니밴을 타고 안전하고 편하게 쿠스코로 돌아갈 수 있다. 


다음 스케줄은 바로 우유니에 가기 위해서 잠시 들르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 라파즈에 가는 버스는 이카에서처럼 오후 9시 야간 버스. 페루 출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우리는 남은 페루 돈을 털기 위해 몇몇 페루 음식을 선택했고 소개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알파카 스테이크.

알파카 스테이크

우리나라에선 귀한 동물이고 많이 없어서 대부분 관상(?)용 동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먹을 생각도 못하겠지만 페루에서 알파카는 흔한 동물이며 충분히 고기로써 충분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약 2만원 정도 하는 페루 나름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맛이 상당히 좋았다. 알파카라는 것을 몰랐으면 소고기를 먹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드럽고 고소했다. 


그다음은  쿠스코의 꼬치구이들.

닭, 소 꼬치

우리가 묵는 숙소 앞에는 매일은 아니지만 이틀에 한 번꼴로 닭꼬치 냄새를 풍기는 꼬치를 판매하는 이동식 판매점이 나타났다. 먹고 싶을 때마다 주머니에 동전이 없어서 못 사 먹었는데 마침내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맛을 볼 수 있었다. 왼쪽은 평범하게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닭꼬치였고 오른쪽은 소의 심장을 꽂아서 만든 '안티쿠초'라는 페루 전통음식이다.


안티쿠초는 살짝 향이 있긴 했지만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맛있게 먹었으나 같이 있던 일행은 한입을 먹고는 입맛이 확 사라져 저 닭꼬치도 먹지 못하였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마지막으로 페루 음식들을 먹으면서 마추픽추와 페루 여행을 마무리했다. 해발 3,600미터에 지어진 도시, 쿠스코와 2,300미터에 지어진 마추픽추, 마추픽추로 가는 길의 모라이, 살리네라스 등등 왜 지어졌는지 의도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었으나 잉카인들의 지혜와 힘을 느낄 수는 있었다. 물론 잉카인들은 그때 만들어 놓은 것들로 지금까지 3천만 페루 인구들이 혜택을 보며 살 것이라는 것은 그들도 몰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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