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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Dec 14. 2019

예상치 못한 환대, 볼리비아 라파즈.

남미-볼리비아

남미의 두 번째 나라 볼리비아에 도착했다.


약 1주일간의 페루 여행을 마치고 볼리비아 라파즈행 야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쿠스코에서 라파즈까지는 약 1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약 22시쯤 출발해서 다음날 12시에 라파즈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유는 볼리비아 도로 사정도 안 좋은 상황에 페루-볼리비아 국경 출입국 사무소에서 1시간 이상을 소요하기 때문에 늦어진다.


하지만 늦어져도 큰 부담감은 없었다. 라파즈가 볼리비아의 수도긴 하지만 도시 자체의 치안이 꽤 안 좋다는 소문과 여러 사람의 증언 때문에 어떻게든 라파즈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었으나 쿠스코에서 다음 목적지인 우유니 사막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는 점과 라파즈에서 우유니로 가는 버스가 야간 버스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2시간을 라파즈에서 머물러야 했다.

라파즈

남미의 두 번째 나라 볼리비아에 도착했다. 볼리비아 라파즈의 첫인상은 페루와 딱히 다를 게 없었다. 물가가 페루에 비해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체감될 정도는 아니었고 위험하다고 했지만 그냥 버스 터미널 분위기를 보고서는 짐작할 수는 없었다. 위험하다는 소문으로  9시간 동안 버스터미널에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 우유니로 가는 버스와 유심칩 문제를 해결하고 밖을 나섰다.


라파즈에서 가장 유명한 마녀 시장. 말린 어린 알파카, 부적, 종교(?) 용품 등을 팔기로 유명한 중앙 시장이다. 남미 어떤 도시를 가도 중앙 시장은 존재했고 거의 비슷한 물건들을 판매해서 이번에도 그냥 구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시장으로 향했다. 그냥 평범한 시장이겠구나 하고 찾은 마녀 시장은 페루시장들과는 약간 다르면서 비슷했다.


마녀 시장 분위기는 좀 으스스했다. 가게 천장에는 새끼 알파카들이 말려서 전시되어 있고 관광객도 몇몇 없어서 살짝 겁먹었지만 페루에서는 못 본 특이한 의류들이 눈에 띄었다.


알파 카다스, 코카잎 콜라... 등 재치 있는 티셔츠들이 많았다. 실제로 입고 다닐 자신이 없어서 구매하진 않았지만 딱딱했던 분위기 속 나름의 재미를 찾고 앞으로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했다. 나름의 긴 여행을 해오면서 소홀해졌던 관리들을 위해 립밤, 손톱깎이, 머리 자르기 위한 가위 등 생필품을 구매하고 버스터미널로 돌아왔다.


라파즈 버스터미널은 쾌 크고 식당, 약국 등 여러 시설들이 많았고 가장 좋았던 점은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날 마추픽추 투어 후 씻지 못하고 아침 도착-야간 버스 스케줄 때문에 이틀간 씻지 못해 찝찝했지만 약 천 원 정도의 가격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돈을 주고 들어가서 자기 칸의 번호를 말하고 물을 틀어달라 말한 후 다 씻은 후에는 물을 꺼달라고 하는 시스템. 중요한 건 말이 안 통한다는 점, 유일하게 아는 단어 아구아(물)와 숫자를 사용해서...

시작할 때- 우노(1). 아구아 플리즈...

끝나고는- 우노(1). 노 아구아 플리즈...

어쨌든 말이 통한 덕분에 샤워를 완료할 수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는 라파즈의 유명 야경 스폿에 가기 위해 길거리를 나섰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길거리에 나섰는데 정말 길거리에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알고 보니 저 날이 독립기념일...(?)이라서 길거리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분장을 하고 길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구경하면서 야경 스폿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동했지만 어느새 길거리는 꽉 차서 저 퍼레이드가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남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 번에 만난 적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마추픽추는 저리 가라 할 정도... 덕분에 야경 스폿에는 갈 수 없었지만 이 많은 현지인들과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여러 분장을 한 볼리비아인들이 신기했고 볼리비아 인들은 특이하게 생긴 동양인의 우리를 신기하게 생각해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하면서 재밌게 놀았다. 물론 산타 누나들과의 사진도 잊지 않았다...


많은 도시에서 겪은 일이지만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항상 나를 위축시켰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필요하겠지만 '그들을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행동은 좋지 않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여기서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라파즈에서도 치안 걱정 때문에 위축되어 돌아다니던 도중에 여러 분장을 한 현지인들이 먼저 다가와 "소지품 조심하고 재밌게 놀다가"라는 예상치도 못한 환대를 받으며 축제를 즐기며 우유니 사막으로 떠났다.


하지만 즐거움은 여기까지 어김없이 하루 만에 돌아온 야간 버스 타임. 아쉽게도 볼리비아는 남미에서도 최빈국에 속하기 때문에 라파즈에서 우유니에 가는 길의 도로 사정과 버스 상태가 썩 좋지 않다. 뭐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미국 이모에게서 받아 온 수면 유도제 한 알을 삼키고 낡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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