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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Jan 14. 2020

인생샷을 건지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남미-볼리비아


여행기간 중 


'여행 중 결국 남는 건 사진이야'


라는 말을 자주 하며 사진찍는 것에 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동행들을 여럿 만났다. 그럴 때마다 항상 입으로는 그렇다며 동의했지만 머리로는 '그깟 사진 따위'하면서 비아냥 거린 결과 내 핸드폰 사진첩에는 내가 나온 사진이 아니라 남이 나오는 사진과 어디 구글 같은 데서 가져온 사진인지 내가 찍은 사진인지 모를 사진들만 남게 되었다. 


그때 마침 우유니에 가기 며칠 전 페루 쿠스코에서, 2주째 여행을 같이 하던 동행이 한 가지 큰 제안을 건넸다. 우유니에서 한국인 스냅사진 기사분에게 약 15만 원을 주고 스냅사진을 찍지 않겠냐는 제안. 평소의 나 같았으면 정말 한치의 고민도 없이 거절하고 따로 투어를 갔겠지만 초라한 사진첩을 들여다보다가 충동적으로 수락해버렸다. 


하지만 여행 약 90일, 막바지를 달려가는 나에게 15만원이라는 큰 예상치 못한 지출을 감당할 잔고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정신을 다잡았다. 그렇게 시작된 야간 버스 여행으로 온몸이 녹초가 돼서야 우유니 사막 전초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며칠 후 받게 될 나의 인생샷을 생각하며...


쿠스코에서 우유니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약 36시간, 계획상 우유니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0시간. 게다가 이틀 동안 작은 버스 천장을 바라보며 잠을 청한 결과 아쉽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새벽 1시부터 약 8시까지 진행되는 스타라이트-선셋 투어 단 하나만 선택하였다. 아침에 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잠깐 눈을 붙이고 마을 중심을 구경하자는 약속을 하고 눈을 떴는데 투어 갈 시간이 되고 말았다. 


새벽 1시 이른 새벽에 조용한 우유니 마을에는 여러 대의 자동차 라이트가 온 마을을 밝히고 있었다. 투어사 앞에 준비된 봉고차에 현지인 운전사 한 명, 한국인 사진기사 두 명 그리고 한국인 여행자 다섯 총 8명이 추운 새벽 공기를 맞으며 우유니 사막으로 향했다. 


사막에 들어가기 바로 전에 잠시 장화를 갈아 신기 위해 어느 한적하고 허름한 창고에 내려서 하늘 위를 쳐다봤는데 벌써 별들이 하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내 낡은 휴대폰에 담을 수는 없었으나 옆에 액션캠을 빌려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내 휴대폰의 한계...

그렇게 약 30여 분을 달려서야 사진을 찍을 만한 사막 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주위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찰랑거리는 물소리와 가림막 없이 정통으로 내 얼굴을 강타하는 차가운 바람을 제외하고는 느낄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자동차 라이트 켜짐과 함께 '내가 우유니 사막에 와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후에 우리가 계획한 일명 인생샷 건지기 작전을 실행했다. 약 7시간의 새벽 동안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점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오직 햇빛의 강도에 따라 풍경이 바뀌기 대문에 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사막의 풍경은 바뀌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 몇 장을 올려보려 한다. 

가자마자 약 2시경
약 3시쯤?
약 4~5시쯤 햇빛이 생기고 난 뒤
멀리 보이는 불빛은 마을.
완전히 밝아진 약 5시쯤.
6~7시쯤.

결과적으로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인생샷 랭킹과 프로필 사진은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대성공. 하지만 아쉬웠던 점으로는 하필 내가 여행한 12월이 사막에서 건기에서 우기 사이 애매한 날짜라서 저렇게 투어사에서 소금으로 벽을 만들어 약간 인공적으로 물을 만들어 놓은 점이다. 원하는 사진은 얻을 수 있었으나 덜 아름다운 풍경을 봐야 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행을 하다 항상 어려워지는 순간은 한 여행의 막바지에 다가가고 있을 때다. 여행 마무리에 맞춰 놓은 잔고는 눈에 띄게 줄어 가고 예산 정할 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마지막에 다 되어서는 생각나서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하고 말기 때문이다. 


숨겨 놓은 비상금을 짠하고 찾아서 사용하면 정말 좋겠지만 애초에 적은 예산으로 여행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한 가지를 선택하면 예정된 어떤 한 가지를 포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번 스냅사진의 지출로 칠레 아타카마 사막 여행은 포기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것도 여행의 일부이기 때문에 떨쳐내고 그다음 여행에 집중해야 한다.  


어찌 됐든 만족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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