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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Jan 15. 2020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한 한국의 흔적
칠레 산티아고

남미-칠레

칠레 사람들은 거꾸로 걸어 다닐까?


어린 시절 책에서 접한 꽤 충격적인 문장이었다. 중력이란 개념을 모르는 한 초등학생의 머리에서 둥근 지구본 아래 위치한 칠레라는 나라는 '거꾸로 걸어 다니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고 실제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력의 개념을 알아차리고 바쁜 나날들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작은 호기심은 잊혀져갔다.


우유니 사막에서 칠레 산티아고에 가기 위해 칠레 북부 도시 칼라마행 버스를 타자 어렸을 시절의 호기심과 내가 한국에서 출발해 드디어 '정반대 칠레에 간다'는 생각에 작은 웃음이 났다. 


하지만 작은 웃음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다. 우유니 그 작은 마을에서 출발한 낡고 저렴한 버스는 이전의 130도 젖혀지는 야간 버스와는 다르게 잘 쳐줘야 우리나라 고속버스 일반 등급 수준이었고 도로는 비포장에 흙먼지 투성이라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토하는 사람과 창문에 달라붙은 흙먼지를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고물버스는 국경선을 지나서야 좀 괜찮아졌다

약 10시간 정도의 운행 끝에 칠레 칼라마의 땅을 밟고 다음날 산티아고행 비행기를 타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티아고의 중심 아르마스 광장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은 바로...


여기가 유럽이야 남미야? 


남미에서 우리가 거쳐온 여러 도시들과 비교해봤을 때 산티아고는 유럽을 연상시킬 만큼 다양한 인종들과 멋진 건물들이 자리했다. 

이런 높은 건물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뉴욕이였는데...


옷 판매
칠레식 디저트와 1kg에 2000원 딸기

그리고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나라답게 시차도 딱 정반대 12시간에 날씨도 12월의 여름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정도 앞둔 도시라고 전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뜨거운 날씨를 자랑했다. 쿠스코, 라파즈와 달리 길거리엔 판초 대신 반팔, 따뜻한 코카잎차 대신에 핫도그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산티아고의 아르마스 광장 중심에 가장 크게 위치한 성당 앞에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덕분에 겨우 크리스마스를 까먹지는 않았다.

대형 트리

그렇게 여름의 크리스마스와 오랜만의 도시생활에 들떠 그동안 입에도 제대로 못 댄 한국식당을 찾아 나섰다. 산티아고에 한식집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르마스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국식당 몇 개가 아니라 한국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지구 반대편까지 펼쳐져 있는 각종 한국음식과 한국 마트를 둘러보며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무려 한국에서도 수입해오는 칠레산 돼지고기가 여기서는 국내산 돼지고기였고 한국식당치고도 저렴한 가격덕분에 신나게 삼겹살과 소주를 해치웠다.

누가 봐도 한국 같다.

사실 외국에서 한국식당에 찾아가 한국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물론 나도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 명이었지만 태국 치앙마이에서 고수에 시달리다 삼겹살에 김치로 바로 치유했고 이후로는 그 나라 음식을 체험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1순위를 여행지에서의 컨디션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 이외에도 쉽지 않게 한국 마트를 찾아 들어가 다음 여행지에서 먹을 라면과 한국 음료수 등을 든든하게 구비하는데 성공했다.


여기가 한국이야 남미야...?


이른 저녁에 술을 마신 뒤 잠을 자볼까 침대에 누웠는데... 

거짓말 없이 저녁 8시 반 풍경.

한국의 여름보다 정말 해가 길게 떴다. 한국의 애주가로서 도저히 이런 쨍쨍한 날씨에 잠을 자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 우리는 패기롭게 칠레에서 2차를 하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 한국이었다면 거리에 나가 치킨에 맥주, 포장마차에서 닭발에 소주를 마시겠지만 아쉬운 대로 남미식 만두 엠빠나다에 맥주를 마시며 남미 여행을 정리해갔다. 


이렇게 산티아고에서 1주일간 머물며 남미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겠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가 자꾸 머리속에 맴돌아 과감히 이과수 폭포 왕복행 비행기를 끊고 4박5일간의 여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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