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영 Feb 02. 2020

남미 여행 마무리하기

남미+마드리드

한 여름의 NBA 크리스마스 매치

12월 25일.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지구 반대편 산티아고에서 보내며 남미 여행 중 가장 힘든 일정 하나를 하루 앞뒀다. 마추픽추 트래킹도 아니고 버스로 19시간 동안 해발 3500m 올라가기도 아닌 바로 집에 가기. 


그 당시 남미에서 서울에 가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찾다 보니 칠레 산티아고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를 경유해서 서울에 가는 항공권을 찾게 됐다. 제일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도 두 가지의 옵션이나 있었다. 첫 번째는 마드리드에서 6시간만 경유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마드리드에 경유하는 것. 


두 번째 옵션을 택했고 마드리드까지 12시간 12시간 경유 다시 서울까지 12시간 총 36시간의 긴 여정이 시작됐다. 남은 칠레 페소를 유로로 전부 바꿔보니 정확히 37유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다 쓰고 서울에 가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렇게 시작된 마드리드 하루 여행.


인터넷 없이 하는 여행은 오랜만이라 긴장했지만 사실 혼자 서울을 돌아다니는 것과 별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별 정보 없이 여행하다 보니 몇 가지의 문제가 발생했다. 유럽의 12월은 남미와 다르게 가장 추운 한겨울이라는 점과 스페인의 점심시간은 2시라는 점.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 추운 한겨울에 후드티 한 장 입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방랑자가 돼버렸다. 

사실 스페인에 2주 정도 머물기도 했어서 굳이 여행할 필요까지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내까지 나온 이유는 빠에야 때문이다. 그래서 마드리드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빠에야 음식점들을 구석구석 뒤져보기 시작했다. 평상시였다면 그냥 첫 번째 보이는 곳 아무 데나 들어갔겠지만 마지막 빠에야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순간 백종원이 된 것 마냥 꼼꼼하게 가게들을 살펴봤다.


그렇게 비장한 마음으로 음식접에 입장. 설레는 마음으로 빠에야를 주문한 뒤 기다렸다. 

역시 내가 뽑은 유럽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1위 빠에야답다. 해물이 약간 부실하긴 하지만 정말 한국인의 입맛에 이것보다 잘 맞는 게 있나 싶을 정도다. 살짝 매콤하면서 게다가 짬짤한 해물 야채 볶음밥 느낌.


식사를 마치고는 남은 돈과 시간을 쓰기 위해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문 앞에 있는 생맥주 기계를 가리키며 영어로 말을 건넸으나 점원은 동양인인 나를 보며 영어를 못하니 미안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스페인어권 나라에 있기를 1개월 자신 있게 외쳤다. 


Uno Cerveza porfavor (맥주 한잔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남미에서 주워 들어온 싸구려 스페인어를 써대며 짧았던 마드리드 여행도 마무리를 해냈다. 


남미 여행은 치안, 금액 등등 여러 특성들을 고려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가 아닌 처음 보는 사람들과 동행을 하며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동행이 있어도 무장한 군인들이 길거리를 지키고 아슬아슬한 도로를 대형버스로 누비는 등 늘 긴장상태를 유지해왔다.


반면 남미여행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는 지나친 경계때문에 여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하는 사람도 꽤 있었고 유럽이나 동남아를 여행할 때에 나도 후회를 좀 했었으나 남미 여행에서의 지나친 경계는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물론 여행에 정답은 없고 누구나 다른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온전히 자신에게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중 가장 큰 묘미 중 하나는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남미 사진 몇장


매거진의 이전글 두 얼굴의 이과수 폭포, 아르헨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