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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Mar 20. 2020

자전거 생초보 제주도 캠핑 종주하기-3 (완)

제주도 자전거 캠핑 종주- 마지막 날

셋째 날 아침. 


불타는 엉덩이와 손등을 잊은 채 깊은 잠에 빠졌지만 겨우 눈을 떠냈다. 전날 약 11시간 동안 100km를 달려온 덕에 오늘은 단 60km. 첫날 생각하면 그것도 정말 긴 거리지만 이제 지도상으로 위로 올라가는 구간이기 때문에 역풍은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나섰다. 


바람도 역풍이 아닌 데다 햇빛도 없네? 완벽한 라이딩을 생각하며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왔다. 그렇게 약 30여분 쌩쌩 달리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하지만 참고 달리기를 약 5분여. 도저히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와서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건물의 지붕에 몸을 숨었다. 

불쌍하게 자전거 두대를 세워놓은 우리를 보고 집주인분께서 저 주차장에서 있으라며 배려해주셨다.

그렇게 30분... 1시간... 계속 지나가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휴대폰에 기상청을 켜놓고 지켜보는 일. 만약 끝까지 안 그치면 어디에서 잘 지 열띤 토론을 하던 도중 드디어 비가 그치고 햇빛이 환하게 돌아왔다. 전 날 까지만 해도 그렇게 싫던 햇빛이 얼마나 반갑던지... 그래도 다행히 강한 햇빛이 아니라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계속 라이딩을 하다 점심시간쯤이 되니 자전거 길 오른쪽으로 드디어 성산일출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산일출봉이 보인다는 것은 전체의 약 4분의 3 지점을 넘어선다는 의미. 자축하는 의미로 편의점에서 사 온 음식들을 의자에 앉아 먹으며 성산일출봉을 바라봤다. 그간 여러 번의 제주도 여행으로 성산일출봉을 자주 봤지만 이번 성산일출봉 구경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 

사실 제주도 자전거길은 정말 잘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바닥에 그려진 파란색 자전거 도로 표시를 따라가기만 하면 길을 잃을 수도 없고 원하던 해안길을 계속해서 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파란색 라인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드디어(?) 자전거에서 처음으로 넘어졌다. 신발, 무릎이 찢어졌지만 자전거는 멀쩡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툭툭 털고 일어났지만 다시 자전거에 오르니 라이딩이 꽤 신경 쓰이고 겁났다. 그 이후에는 친구에게 앞자리를 주며 뒤따라가는 라이딩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60km를 열심히 달려 목표로 잡던 함덕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살짝 어둡고 춥고 바람 불긴 했지만... 텐트 치고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지만... 해수욕장 근처 잔디밭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다. 

해변에 사람이 꽤 많던데... 

그렇게 아무도 없는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자는데 그 날 역시도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그러다 보니 자던 도중 새벽에 텐트를 지탱하던 폴대가 쓰러지고 말았다. 바로 눈 앞에 텐트가 나풀거리고 있었으나 함께 누워있던 친구와 얘기를 나눴다. "너무 귀찮은데 그냥 잘까?" 이 말을 남기고 눈을 떠보니 어느새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아침이었다.


그 정도로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지도를 보고 남은 거리가 20km임을 다시 확인하자 어느새 힘이 다시 솟아 약 2시간 정도만에 출발했던 자전거 대여점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첫날 물건 잃어버리고 길 잃어버렸을 때는 그냥 하지 말고 관광이나 할까?라는 생각했지만 막상 완주하고 나니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약 220km의 자전거 여행이 드디어 종료됐다.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우도 캠핑 일정을 취소한 것, 초반에 최대한 많이 달려 주변을 여행하자는 계획을 못 지킨 것 등은 아쉽지만 자전거 생초보 둘이 웃으며 자전거를 타고 혼자 텐트도 쳐 본적 없던 내가 직접 텐트를 친 뒤 그 바람맞으며 자는 것들이 어떤 세계 여행지들 보다 나중에 나이가 많아졌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 3&4일 차 일정 끝! 자전거 여행 끝.


지나가면서 수많은 자전거 고수들을 봤을 때는 정말 쉽게 나아갔는데 확실히 초보가 타기에는 쉽지 않은 여정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자전거 여행을 청춘과 자전거 초심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서 고생하는 건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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