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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Mar 03. 2020

자전거 생초보 제주도 종주하기-2

제주도 자전거 종주- 둘째 날

대망의 둘째 날.


 첫째 날의 아쉬운 라이딩을 만회하기 위해서 우리는 목표를 아주 높게 잡았다. 북서쪽 협재 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약 100km 떨어진 동남쪽 표선해수욕장. 만약 거기까지 못 간다면 무료 캠핑장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앞으로의 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아침 7시, 해 뜨기 전에 텐트를 정리하고 부리나케 자전거에 올랐다. 


사실 10월의 제주도는 자전거 타기에는 완벽한 날씨라고 생각한다. 해도 쨍쨍한 데다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 덕분에 시원함까지 하지만 출발하고 점심쯤 되어가니 이 두 가지가 모두 악조건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는 쨍쨍한 햇빛. 전날 생각 없이 선크림도 안 바르고 탄 덕분에 이미 얼굴은 땀만 흘려도 따끔할 정도로 타버린 상태며 두 번째는 바람. 전날 시원하게 등 뒤에서 불어오던 바람은 강한 바다 역풍으로 우리의 얼굴과 자전거를 때려오기 시작했다.

풍경은 좋다.

우리는 어차피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바람에 이기려 드는 것보다는 기어를 낮춘 체 힘을 아끼며 천천히 풍경을 구경하면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가다 보면 12시간 안에는 도착하겠지... 특히 바닷가를 벗어나 일반 도로로 들어갈수록 계속해서 언덕이 몇 시간 동안 나타나며 몸이 계속해서 지쳐갔고 그런 우리를 아무렇지 않게 추월해가는 프로 자전거인들을 보니 마음까지 지쳐갔다. 


그럴 때마다 가장 아니 유일하게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이 작은 편의점. 정말 지치고 힘들 때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편의점에 앉아서 시원한 물과 빵, 초코바를 먹으면 마치 게임에서 아이템을 먹는 것처럼 정말로 힘이 생겨나는 신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지속시간이 짧긴 하다...)

하지만 넓은 바다와 많은 관광객들을 지나치며 자전거를 타다 보면 그래도 시간은 가고 그래도 남은 거리도 줄어든다.  해가 뜨기 전 출발한 제주도의 해변은 강한 햇볕을 지나 어느새 해가 지고 있는 제주도의 해변으로 바뀌었다. 역풍 덕에 8시간 동안 고작 70km를 달렸으며 어느새 목표지점을 30km를 남긴 시점의 시간은 오후 3시. 


머리로는 어두워지기 전 남은 3시간 동안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것은 알겠지만 예쁜 일몰을 핑계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몸은 도저히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이때까지 여행 중에 무리해서 좋았던 마무리가 없지만 더 완벽한 여행 일정을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나섰다. 

예상대로 혹은 예상보다 훨씬 더 고난이었다. 아무리 예쁜 제주도의 해변인들 하루 종일 계속 보니 아무런 감흥도 없고 오히려 바닷바람이 싫어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하 그냥 쉴걸... 하 그냥 쉴걸... 을 계속 내뱉으며 한참을 달렸고 깜깜해진 7시가 되어서야 목적지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제주 표선 해수욕장. 12시간 꼬박 달려 100km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몸상태와 날씨를 고려하여 아쉽지만 캠핑장 대신 주변 가장 저렴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틀간 못 씻고 못 먹은 우리는 그 배고픔을 가지고 바로 행복을 찾기 위해 고깃집으로 향했다.

흑돼지. 짜투리 고기 무한리필. 뭘 먹어도 맛있었겠지.

숙소 침대에 누워 바라본 다 타버린 손과 얼굴, 아파오는 엉덩이는 그날 피로를 잊을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을 해줬다. 이러한 몸의 증거들은 '이야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만들어 냈고 이번 여행의 목표(사서 고생하기)의 성공에 가까워져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했다. 

2일 차 결과 

7시간 거리를 12시간 걸려서 왔다.

남은 거리 약 1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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