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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Mar 01. 2020

자전거 생초보 제주도 종주하기-1

제주도 자전거 종주- 첫날

조금씩 쌀쌀해지기 시작한 10월 어느 날 특별한 여행을 위해 제주도로 향했다. 약 120여 일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또 어떤 고생을 사서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자전거를 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 결정한 여행은 바로 '자전거 캠핑 종주'. 부랴부랴 친구와 함께 준비를 시작해 나갔다. 


자전거를 30분 이상 타본 적도 없는 나는 사람이 자전거를 하루에 얼마나 탈 수 있는지,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텐트를 어떻게 어디서 치고 자야 하는지 등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자전거랑 텐트만 가져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에 캠핑장 리스트만 기록해둔 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2박 3일도 다들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여유롭게 자전거 타면서 근처 구경할 곳이 나오면 천천히 놀면서 타면 되겠다는 생각에 총 3박 4일 일정으로 선택했다. (물론 한 군데도 구경 못하고 꼬박 자전거만 타고 끝났다.)


본격적으로 자전거 대여점에서 짐을 싣고 자전거에 올랐다. 짐은 친구와 나 옷 가방 한 개씩, 텐트 가방, 침낭 두 개, 귀중품이 든 힙색 하나.

자전거 대여점은 공항 근처에 위치.

우리의 전략은 바로 초반에 최대한 많이 달려 놓은 다음 후반부에 가서는 우도 가서 캠핑도 하고 천천히 경치도 즐기고~ 관광지도 즐기자 전략. 하지만 처음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고 말았다. 자전거에 짐을 사이좋게 실어 놓고 달리는데 대충 10분마다 짐이 계속 떨어져서 짐을 다시 정리하느라 계속 시간이 지체됐다. 그래도 한 번씩 짐을 고쳐갈 때마다 발전을 거듭했고 약 10번이 넘는 시도에 겨우 짐을 완벽하게 묶었다.


자전거의 짐이 안정되자 우리는 탄력을 받으며 쭉쭉 약 2시간을 멋진 바다를 보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잠시 쉬는 시간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마시려는데... 처음에 출발할 때 친구가 매고 있던 내 힙색이 사라졌다. 휴대폰, 현금 20만원 등 중요한게 다 들어있는 가방이라 우리는 약 10번 짐을 고쳐맨 곳을 반대로 하나씩 되돌아가는 생고생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약 3시간 동안 방치돼있던 힙색은 거의 처음 짐을 고처맨 곳에 홀로 나뒹굴고 있었다. 


목표를 가지고 한 방향으로 진행되던 여정이 반대로 향하게 되니 정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아무 데나 들어간 1인분 9000원 흑돼지 두루치기.

너무 힘도 없고 피곤해서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었겠지만 특히 제주도에서 먹었던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힘들고 피곤해서 자전거 타기가 힘든 이유는 주로 배고파서였다. 힘이 빠지면 근처 편의점에서 빵, 초코바 등을 먹으면 신기하게도 바로 힘이 났다.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다시 자전거에 오르니 마침 내리막길과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그간 힘들었던 라이딩과 달리 훨씬 힘찬 라이딩이 시작됐다.


제주도에는 특히 다른 지역들보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으며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10개의 인증센터가 존재하고 인증센터에는 자전거 종주 인증 도장과 간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 몇 개가 있다.

첫 인증센터 다락 쉼터

열심히 자전거를 타다 보니 어느새 오후 5시. 어두워졌을 땐 자전거를 안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제는 자야 할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제주도의 대부분의 해수욕장에는 무료 캠핑장들이 있다. 따로 관리하는 사람이나 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평한 땅과 화장실, 성수기에는 샤워장까지 있다. 첫날 생각보다 많이 못 타서 공항에서 약 40여 키로 떨어진 협재 해수욕장에 자리 잡았다.

너무 비수기여서 텐트친 사람이 우리뿐.

텐트를 치는 것과 텐트에서 자는 것 둘다 생각보다 좋았는데 10월 중순 늦가을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잠잘 때 너무 시끄러울 정도였다. 그래도 못 잘 정도는 아니다.


원래 일정상으로는 70km 정도 떨어진 서귀포 금모래 캠핑장까지 간 뒤 3일 차에는 우도에서 캠핑하는 게 목표였지만 첫날 타고 보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왔다.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첫날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뭐 다음날 열심히 타면 되겠지.




첫날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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