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호흡으로 오르기
모든 것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에도 있지만, 생애에 녹아든 시간들에도 있다.
영원할 것처럼 흐르지만 새롭고 또 새로운 시간들이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다른 어떤 감정이든 간에, 그것들의 시간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끝없이 어둡던 터널을 지나면 한줄기 햇살이 쩅하게 눈을 찌른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은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유로 끝난다. 언제나 함께 밥을 먹을 것 같던 사람들은 각자의 꿈을 위해 흩어진다. 그래서 어두운 터널도, 찰나의 사랑도, 함께했던 식구들도 다 소중한 법이다.
모든 것에 유효기간이 있다. 유효기간이 지나서 그것을 바라볼 때, 그때의 내 마음이 뿌듯함이라거나 대견함이었으면 좋겠다. 자,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들을 허망함이 아닌 소중함으로 맞이하자. 행복은 그 소중함을 인식하는 자에게, 그래서 또 그 소중함을 내려놓고 새롭게 가는 자에게 온다.
산 정상에 다다르는 여러 길이 있다. 당신은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가파른 능선을 타고 바쁘게 도착하는 산행로.
느리지만 제 호흡으로 도착하는 산행로.
나는 후자의 산행로를 택했고, 아직도 오르고 있다.
먼저 산을 올라간 이들에게 미소 지으며 인사한다. 그들 중 표정 없는 사람들이 유독 보인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이 유효기간이 끝나면 나는 행복할까?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나는 이 오름의 유효기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이제 그들보다 먼저 또 산을 간다. 하지만 제 호흡으로 가리라. 삼엄한 산을 오르기 위해 가장 여린 산맥을 따라서 오르리라. 산을 이겨내려는 억셈이 아니라 능선을 타고 흐르는 유연함을 배우며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