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봤던 반올림이라는 드라마를 간만에 봤다. 고등학생인 옥림이가 다양한 고민을 안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고등학교 개학식 날 새로운 학급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을 보니, 나의 개학날들이 여린듯 새록새록 돋아났다. 새로운 교실에서 처음 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던 순간들. 무엇보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누구실지 궁금해하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담임 선생님이 누구일지... 긴장반 설렘반으로 앞문을 바라보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지금의 나는 선생님들의 나이에 보다 가깝다. 이제는 책상에 앉아있던 학생의 감정이 아닌, 새로운 학급을 맡을 선생님들의 마음을 더 헤아려 보게 된다.
인간은 평생 성장한다고 하는데, 그런 미숙한 존재가 서른명 남짓한 어린 친구들을 1년동안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 각양각색의 성격을 지닌 그 30명의 오합지졸들을 혼자 떠맡게 된 선생님의 심정은 어떘을까? 한번에 30명이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스쳐가는 인연이 아닌 함께 할 인연으로 보듬어 줘야했을 선생님의 마음 속에는 어떤 감정들이 물들어 있었을까?
함께 일하게 된 팀장님은 나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이번주에는 부딪히는 일이 많아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팀장님은 자신의 기준이 확고하신 분이며, 그 기준에 맞게 팀원들이 행동하기를 바라며, 팀원들이 하는 일 하나하나를 자신이 다 알고 있어야 하는 성향을 가진 분이다. 기준에 엇나가는 행동이 있으면 다소 격하게 그 부분을 지적하신다. 그러다보니 이번주에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주말동안 여러 감정과 생각이 들었다. 이미 팀원이 된 이상 나는 팀장님과 적어도 1년은 같이 일을 해야 했다. 억압받는 기분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며 잘 해낼 수 있을까?
30명의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학생들을 1년동안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악의든 선의든 선생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학생들. 어린 마음으로 상처를 주는 학생들이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 학생들과는 1년동안 함께 해야했다.
누구나 그런 순간들이 있는 거 같다. 다른 결을 가진 사람들과 어쩔수없이 지내야 하는 시기가 있다. 나는 지금 그런 시기에 있다.
가장 힘든 점은 팀장님의 말에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들을 마주할 때 나 자신을 보호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하는 말을 떠안지 말아야겠다.
오는 주에는 감정적인 말을 받지 말고 내 일을 묵묵히 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나에게 다가오는 존재가 인연이 될 지, 악연이 될 지는 모를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존재에게 나 자신이 상처받도록 방관하지 않는 자세다. 일주일 동안 그 순간들을 즐기며 잘 헤쳐나가보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