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언뜻 보기엔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듯 하지만 각자의 하루는 다르게 흘러간다. 그렇게 각자의 하루를 하나둘씩 쌓아가며 30년 정도를 산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직장에 모인다. 그러다 보니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같은 상황에 놓여도 취하는 생각과 태도가 꽤 다르다.
나는 할 일이 주어지면 그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지는 편이다.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고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동시에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으면 내 입장보단 상대방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들어주는 편이다.
박사 학위 과정 동안에는 밥 먹는 시간을 줄이며 일을 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했다. 학위 과정 동안에는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쓰는 것이 가능했기에 매번 도시락을 들고 다니며, 자투리 시간들도 알차게 쓰는 편이었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밥은 먹고 움직여야 하는 게 많았다. 특히 신입인 입장에서 기존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현재는 일을 효율적이고 빠르게 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고려해 잠시 물러나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함께 일하는 팀장과 약간의 오해가 생겼다.
우리는 팀 단위로 일을 한다. 월, 수 작업반과 화, 목 작업반으로 나누어서 팀끼리 작업공간을 쓰고 있다. 나는 월, 수 작업반으로 월, 수에만 작업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이번 주는 작업공간을 쓰지 못하는 화요일에 잡다한 행정업무를 처리하고자 여러 미팅약속을 잡은 상태였다.
하지만 화요일 아침, 동료와 일정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규칙을 알게 됐다. 평일이 공휴일인 경우, 작업 요일이 하루씩 밀린다는 것이다. 즉 이번 주에는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화, 목에 작업공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퍽 당황스러웠다.
화요일 당일에는 이미 미팅들이 잡혀있었다. 미팅들이 끝난 후에 작업을 시작하면 작업공간에서 같이 장비를 써야 하는 사람들의 퇴근시간까지 늦추는 꼴이 될 거 같았다. 나는 늦게 퇴근해도 상관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퇴근시간까지 지연시키는 민폐를 범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화요일엔 작업공간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목요일을 기약했다.
하지만 팀장님은 화요일에 작업 공간에 있지 않는 나를 의아해하셨다. 그 상황에서 팀장님과 나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생겼다.
화요일 미팅들을 끝내고 혼자 오피스에 앉아 팀장님과의 대화를 찬찬히 되짚어 봤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긴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오해의 원인은 팀장님께서 나의 화요일 일정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팀장님의 입장에서 보자면, 내가 이번주는 화, 목에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규칙을 늦게 알았더라도 장비를 같이 쓰는 사람들과 얘기해서 그 당일날 바로 작업을 할 수도 있었다.
수요일이 되어 점심을 먹은 후 팀장님께 대화를 건넸다.
화요일에 작업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 하나씩 설명을 드렸다. 화, 목으로 작업시간이 바뀐 것을 알지 못했다. 월, 수 작업을 대비해 화요일에 미팅 약속들을 잡아 놓은 상태였다. 미팅을 끝내고 작업을 시작하면 다른 동료들의 퇴근 시간을 늦출 거 같다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작업을 하지 않았다. 팀장님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하나씩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할 때 내가 가지면 좋을 자세들을 생각했다. 배려해야겠다는 마음보다 나의 입장을 충분하게 전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입장을 펼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서로 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애매한 부분, 난감한 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내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자. 내 입장을 들으면 상대방은 거절이든 동의든 자신의 입장을 말할 것이다. 그러면 오해없이 모두에게 좋은 방향을 논의할 창이 열린다.
내가 이번에 취했던 태도는 어쩌면 배려가 아닌 눈치였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낯선 공간에서 적응하며, 내가 세운 계획들이 거절당할 때가 있었다. 매번 거절당하는 느낌이 피곤하고 두려웠다. 그래서 내 입장을 표현하자는 마음보다는 그냥 내 일을 좀 접어두고, 때가 되면 내 일을 좀 더 자유롭게 해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진정한 배려는 다른 사람을 향한 것도 있지만 나 자신을 향하기도 해야 한다. 눈치와 배려를 구분하자. 두렵더라도 내 입장을 충분히 표현하는 태도를 가지자.
이번 주말에는 제철음식인 봄동으로 봄동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제철음식. 계절마다 그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이 삶의 행복에 중요하다. 이처럼 상황마다 그에 맞는 태도를 가지는 것도, 제때제때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한 한 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