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간에 있던 당신을 처음으로 듣겠습니다.
당신을 바라본 순간. 나도 모르게, 당신은 더욱 모르게, 우리를 잇는 끈을 놓겠습니다.
그 끈이 이끄는 대로 당신 가까이 가겠습니다.
행여나 부딪힐까 두려워하며, 당신 주변만을 서성이겠습니다.
당신도 나를 향해 끈을 놓았습니다.
그 끈에 대한 궁금증과 설렘에 밤을 지새우겠습니다.
서로에게 놓은 끈의 결이 다를 수 있다고 실망해 보겠습니다.
당신에게 끌리지 않으려, 멀어져 보겠습니다.
시간이라는 조력자 '덕분에', 서로에게 놓은 두 개의 끈을 양손으로 하나씩 마주 잡았습니다.
우리를 에워싸고 돌아가는 세상에 잠시 비틀거려 보겠습니다.
모질게도 우리에게 마지막 순간이 왔습니다.
그대와 나누었던 신명남을 잠시 가라앉혀보겠습니다.
"너 언제 떠나?"
"지금. 우리 이제 못 보겠다."
멀어진 우리 발 사이의 거리. 그 거리만큼 더 긴 끈이 필요하겠습니다.
그 끈이 느슨해지지 않으려면, 서로 더 강하게 끌어당겨야 되겠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 속에 자신감을 잃겠습니다.
처음 만난 그때도, 지금 이때도. 당신에게 놓은 끈, 그리고 당신이 놓은 끈이 나를 끌어당깁니다.
떨쳐낼 수 없는 끌림 들을 지금은 그대로 느껴보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라는 조력자'때문에' 느슨해진 끈을 내려놓겠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