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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혁 Mar 28. 2016

요즘은 듀엣이 대세

케미 돋는 요즘 최강 듀오 라인 전격 공개!! 두둥!!

 요즘 들어 설리 설리한 듀엣 곡이 많다. 얼마 전 엑소 백현과 미스에이 수지가 함께 한 'Dream' 이후 남녀 듀엣 곡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원래 콜라보는 가요계에서 만연한 문화지만 요즘 들어 아이돌들의 협연이 계속 이어지면서 여러모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은 음원과 팬덤 모두를 사로 잡는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나가면서 가요계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달달함이 포인트. 노래를 듣는 남녀 모두 설레게 할 살 떨리는 투샷이 이들의 주된 활동 이유다.


 듀엣 이전에 아이돌의 세계에는 유닛이란 게 있다. 팀 전체가 활동하지 않는 동안 몇 명의 멤버가 함께 공연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룹의 전체 활동을 준비하는 동안 유닛은 대중들의 머릿 속에 다시금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심지어 기존의 컨셉과는 다른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으니 그룹 내 유닛 활동은 요즘 연예계에서 필수라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유닛은 컴백 전 브릿지로서 팀 전체를 견인하기도 하고 숨겨져 있던 멤버를 대중들에게 알리기도 하는 제 2의 그룹인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대중에게 인지도가 있는 그룹일 수록 잘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듀엣은 어떨까? 유닛과는 조금 다르다. 팀 내에서 꾸려지는 유닛과는 다르게 듀엣은 일종의 콜라보로 성사된다. 그룹과 그룹, 혹은 그룹과 솔로의 협연으로 무대 활동보다 주로 음원을 타겟으로 한다. 가벼운 예를 들자면 태연과 더원, 서인국과 정은지, 그리고 무시무시했던 정기고와 소유 등이 있겠다. 특히나 매드 클라운, 산이와 같은 랩퍼와의 듀엣이 한동안 음원차트를 장악하는 키 포인트가 되기도 했었다. 이들은 힘을 합쳐 음원 차트를 정복했고 그 영광은 양측 모두에게로 돌아갔다. 유닛처럼 듀엣 역시 팀 전체 활동 전까지 이어지는 개별 활동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성공적인 듀엣곡은 뒤이어올 그룹 메인 앨범에 대한 발판으로서 굉장한 탄력을 더해주기도 한다. 


  보통의 듀엣은 아이돌의 메인보컬과 실력파 가수들이 꾸려간다. 아무래도 음원을 노렸기에 보컬이 두드러지는 가수들이 듀엣에 앞장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은 보컬 실력 못지 않게 곡의 분위기나 컨셉 역시 중요하다. 굳이 가창력이 아니더라도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매력이 있다면 듀엣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요즘 핫한 아이돌 듀엣 라인. 현재 차트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혹은 머물렀던 훈훈한 남녀 듀엣을 소개해볼까 한다. 이미 조금 늦었을 수도 있다. 이들이 또 다른 행보를 이어나간다는 보장도 없고 발 빠르게 옮겨가는 인기에 조금 잊혀진 감도 있다. 하지만 아이돌 듀엣이 앞으로도 인기를 이어나갈 것은 분명하기에 한 번쯤 소개하면 좋겠다. 어떤 조합이던 매력이 있다면 곧 죽어도 듣겠다.


첫 번째, 수지 & 백현 


 수지와 백현은 올해 첫 듀엣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수지와 백현 두 이름이 만든 시너지가 음원 공개 전부터 엄청난 팬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실질적으로 실력파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 두 사람이지만 함께하는 그림 자체에 주목하면서 곡에 대한 관심 역시 커졌다. 공개 직후 각종 음원 차트를 비롯해 음악 방송까지 장악하면서 무지막지한 위력을 과시한 듀엣 되시겠다. 물론 로맨틱한 뮤비도 성공에 한 몫을 했겠지만 결국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두 사람의 아름다운 화음이다. 재즈풍의 멜로디는 두 사람의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의 귀에 정확히 들어앉았다.


 'Dream'은 가창력보다는 음색과 분위기를 살린 감성 코드가 정확히 적중한 케이스다. 소름 돋는 가창력으로 음악적 전율을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름 돋는 음색으로도 좋은 감상을 전해줄 수 있다. 이번 수지와 백현의 듀엣이 갖는 의의는 사실 여기에 있다. 백현은 섬세하고 수지는 맑다. 두 사람 모두 팀 내에서 보컬 라인을 책임지는 멤버라 할 수 있지만 함께하는 듀엣곡은 목소리와 재즈풍 멜로디만으로 심쿵을 유발한다. 듀엣을 통해 그룹 활동으로 쉽게 보여주지 못한 보컬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케미가 중요한 러브송 계열의 곡으로서 백현과 수지는 충분히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인상이다.


 사실 수지와 백현의 'Dream'은 각 그룹 상승 효과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은 주목 받는 아이돌 엑소와 미쓰에이의 멤버인만큼 사실상 이번 듀엣으로 그룹 전체의 음악적 기대 효과를 유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둘의 조합은 다음을 기대하게끔 하는 하나의 장르로서 더욱 의미 있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른 'Dream'은 기존의 아이돌 음악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생 장르처럼 느껴진다. 인디 감성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재즈풍의 팝 멜로디가 두 아이돌 보컬의 목소리를 통해 팬들에게 낯설지만, 그만큼 새로운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10대 아이돌 팬층에게는 더욱 새롭겠고 20대 이상의 대중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듣기 좋은 감성 곡으로 남겠다. 다음 음원에 대한 기약은 없지만 백현과 수지는 분명히 또 다른 음원을 들고 대중들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두 번째, 지민 & 시우민


 언프리티 랩스타 이후 실력파 이미지를 수혈받은 AOA 래퍼 지민의 첫 솔로곡이다(feat.시우민). 현재 유닛인 크림이 대부분의 활동을 끝마치고 소속사 FNC는 자연스럽게 지민에게로 힘을 실었다. 그녀의 옆에는 무려 엑소의 시우민이 함께한다. 시우민은 엑소의 보컬라인, 흔히 말하는 백디첸(백현,디오,첸)은 아니지만 높은 음역대를 지닌 보컬로 상대적으로 발랄한 이번 곡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다. 전혀 생각지 못한 여성 래퍼와 남성 보컬 조합이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다.


 물론 이번 곡 '야하고싶어'는 조금 호불호가 갈린다. 빈약한 랩 구성과 약간 무리수로 보이는 피처링 욕심이 개인적으로도 조금 과하게 느껴지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큼한 러브송 같은 이번 듀엣 역시 나름대로 호조를 보이며 선전했다. 사실 지민과 시우민은 의외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수줍은 지민의 모습은 AOA 팬들에게 어필하던 귀여운 인상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는데 언랩으로 만들어놓은 아이돌 래퍼 이미지를 전혀 수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언랩 출신의 솔로곡 치고는 많이 아이돌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곡에서 그녀는 랩이 아닌 노래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략은 오히려 호조로 작용했다. 가요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류를 타는 능력이다. 심쿵 유발 사랑 노래들이 등장하는 시기에, 막 AOA 크림이 활동을 끝마친 직후에, 지민의 행보는 자연스럽게 러블리에 가까워져야 맞다. 개인 음반의 성공뿐만 아니라 팀 활동의 연장선상의 개념으로 봤을 때도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랩을 강조한 강인한 모습의 솔로 앨범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을 얻기 힘들었음이 분명하다. 옆동네에 벚꽃이 피는 봄에 홀로 소나무가 되어봤자 주목을 받기는 어려운 노릇이니 말이다. 참 많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야하고싶어'는 덕분에 참으로 건전하고 귀여운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언프리티 래퍼 지민 feat. 도끼였다면 참으로 달라졌을만한 내용이겠다.


세 번째, 웬디 & 에릭 남


 SM 스테이션으로 함께한 웬디와 에릭 남의 '봄인가 봐'도 참 좋다. 레드벨벳의 메인 보컬인 웬디는 예전부터 그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뮤지션이었다. 데뷔 전 SM 루키즈 시절부터 실력 있는 멤버로 거론되곤 했었는데 얼마 전 복면가왕 출연으로 대중들에게 실력파의 인상을 더욱 강하게 심어줬다. 그런 그녀와 함께하는 에릭 남은 요즘 리포터로 더 친숙하지만 사실 굉장히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닌 가수라고 할 수 있다. 인성과 외모로 사랑 받던 그였지만 이번 듀엣, 웬디와 함께 한 음원 공개로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좀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웬디와 에릭 남 듀엣을 언급하면서 SM의 스테이션 프로젝트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스테이션은 음반에서 음원으로 옮겨가는 소비 경향에 발맞춰 SM에서 준비한 새로운 음원 공개 채널이다. 태연의 'Rain'을 시작으로 총 52주 동안 새로운 가수들이 새로운 음원을 선보인다. 정해진 컨셉이나 이미지 모두 없다. 정해진 프레임 없이 가수들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음원들로 대중들을 공략하겠다는 SM의 전략이자 포부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스테이션 포맷의 가장 큰 장점은 소속 가수들이 부담없이 음원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컨셉에서 자유롭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 자신 있는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SM은 스테이션을 통해 의외의 솔로, 윤아를 출격시키기도 했다.


 '봄인가 봐' 역시 웬디의 가창력보다는 음색을 살린 음원으로 큰 의미가 있다. 어쿠스틱 풍의 달달한 사랑 노래인 이 곡은 마치 인디 밴드의 신곡처럼 기타 선율의 멜로디와 남녀 보컬의 음색이 돋보이는 노래다. 매번 그룹의 곡을 견인하는 메인 보컬로서 힘을 주어 노래해야 했던 웬디에게 에릭 남과 함께한 인디 감성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기에 충분히 큰 매력을 지닌다. 의외의 모습으로 다가올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컨셉에 가려 보여주지 못했던 가수 개개인의 매력을 물씬 담아내면서 SM의 스테이션은 앞으로도 더욱 큰 기대를 모은다. 물론 레드벨벳의 새 앨범과 에릭 남의 보이스 프로젝트를 앞둔 시점에서 두 사람이 함께한 '봄인가 봐'는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 효과적인 마케팅이기도 하다. 특히나 에릭 남에게는 더욱 큰 호조로 작용했다.


마지막, 유주 & 선율


 유주와 선율. 유주는 좀 알겠는데 선율은 아직 낯설다. 한동안 가요계를 휩쓸었던 '여자친구'의 메인 보컬 유주가 아직은 좀 생소한 보이그룹 '업텐션'의 메인보컬 선율과 함께했다. '보일듯 말듯 알듯 말듯'한 이 둘의 조합은 올해 초부터 이어온 듀엣 라인의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개인 팬덤이 두터운 SM 소속 가수들의 듀엣보다는 미진한 반응이었지만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콜라보는 그룹의 상승 효과와 맞물려 더 큰 시너지를 기대케 한다.


 두말할 필요없이 올해 최고의 걸그룹은 아직까지 '여자친구'이다.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의 인기도 모자라 두 번째 곡 '오늘부터 우리는'까지 차트 역주행을 하는 등 이제는 어엿한 대세 소녀들이 되었다. 얼마 전 '시간을 달려서'의 활동을 마친 여자친구는 바로 유주의 듀엣으로 인기의 여진을 이어나갔다. 가만 보면 요즘 신인 걸그룹들은 거의 일을 쉬지 않는다. 특히나 부상하는 신인 라인들은 곡 활동이 끝나도 예능이나 개인 활동을 통해 다음 활동까지의 튼튼한 다리를 놓기 위해 노력한다. 신인인 만큼 멤버의 개별 활동은 개인이 아닌 팀의 활동으로 인식되고 이는 다음 앨범으로 이어지는 나름의 견인책이 되는 것이다. 요즘 대세인 여자친구 역시 그렇다. 이번 콜라보는 선율의 완전한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점에서 실제로 유주에게 가는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업텐션 선율이 누구길래 유주랑 듀엣을 했어?와 같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이그룹의 멤버는 데뷔와 함께 어느 정도의 팬층을 확보한다. 아이돌이 가장 감사해야 할 10대 소녀들이 신인 그룹 업텐션의 뒤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실패 확률을 감수해야할 것같은 조합이지만 실제로 실패하지 않는 조합이라 볼 수 있다. 오히려 유사한 팬층을 공유하는 두 멤버의 조합으로 업텐션과 여자친구 모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경우로 보인다. 얼마 전 복면가왕에도 출연한 선율은 유주와의 듀엣과 더불어 대중들에게 그룹 업텐션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었다. 




정말 매번 글을 쓰면서 느끼지만 매번 새로운 이 바닥에 대해 글을 쓰는 것만큼 바쁜 일이 없다.

새로운 신인 그룹도 나오고 잊혀졌던 그룹들도 컴백을 기다리니 보통 복잡한 세계가 아니다.

어쨌든 듀엣 활동이 가요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니 다음 타자에게도 기대와 관심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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