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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혁 Apr 23. 2016

조만간 뜹니다 OMG
오마이걸 'LIAR LIAR'

밤새 난 이불을 뒤척뒤척 상상의 바다를 첨벙첨벙

 언제나 요동치는 아이돌 세계에서 누군가를 기억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모두가 기억되고 싶어하지만 모두를 기억할 수 없기에 머릿 속에 남을 만한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저마다 약간의 팬덤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보이그룹과는 다르게 걸그룹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여야만 한다. 여기 어느덧 신인 라인의 선두주자로 오를 예정인 그룹이 있다. 그 이름 참 놀라워 기억에 남지만 그만큼 부끄러워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오마이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여자친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걸'이 들어간 걸그룹 이름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들은 의외로 슬금슬금 듣보(이런 표현을 쓰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적절하기에) 라인에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예전부터 행보가 기대되는 그룹이었기에 살살 올라오는 반응들이 내심 반갑기만 하다. 그 이름 참 견뎌내고 좋아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좋다, 나는 기대된다.


 이번에 공개한 앨범 'Pink Ocean'은 오마이걸의 무려 세 번째 앨범이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미미한 반응만을 이끌어왔던 이들이었기에 세 번째 타이틀곡 'Liar Liar'은 나름대로 선전했다고까지 볼 수 있다. 거기에 한 수였던 선공개 곡 '한 발짝 두 발짝'이 좋은 시너지를 내면서 다음을 더욱 기대케하는 소녀들이 된 것이다. 이번 앨범을 언급하기에 앞서 이들의 행보에 조금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에이핑크와 러블리즈의 중간 단계에 트와이스 한 작은 술을 더한듯한 이들은 애초에 다소 모호하던 컨셉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앨범 활동으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당연한 얘기같지만 어느덧 세 번째 앨범으로 돌아온 오마이걸의 행보는 조금 의외의 측면이 있다. 이처럼 나름 독특한(?) 행보를 보인 걸그룹이 많았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앨범이었던 'Cupid'는 최근 나온 청순 컨셉의 노래들 중에서 가장 하이템포의 락 멜로디라고 할 수 있다. 브릿지와 후렴구가 모두 높고 빠른 데다가 특별한 아웃트로 없이 후렴구로 끝맺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신나고 경쾌하다. 무엇보다도 멜로디가 보컬 전반을 강하게 잡고 있음에도 가사나 보컬이 강해서, 전체적으로 지루함 없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눈에 띄는 컨셉이 아니었다 뿐이지 곡이 가진 에너지 만큼은 여느 신인 걸그룹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여리여리한 이미지와는 달리 의외로 랩 베이스가 탄탄하기도 해서 후렴에서 벌스로 이어지는 부분을 꽉 잡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어쨌든 오마이걸의 첫 곡은 굉장히 긍정적인 기운을 발산하기에 무리 없는 준수한 데뷔였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하지만 정말이지 놀랍게도 두 번째 앨범인 'Closer'는 기존의 시류를 철저히 거부한다. 기존 걸그룹들의 청순 이미지를 살짝 변주한듯 보이지만 결과는 실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오마이걸은 청순 레드오션에 맞불을 놓기 보다는 'Closer'를 통해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한다. 천사 중에서도 신비로운 힘을 담은 몽환적인 소녀들로, 단지 컨셉만이 아니라 노래의 분위기나 감성까지 신인 그룹 답지 않은 잔잔하고 차분한 멜로디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아쉽게도 그들의 두 번째 앨범은 잘 되기 어려웠고 잘 되지 못했다. 신나지 않는 걸그룹 음악이 한동안 대중들에게 낯설었기에 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새드한 감성이 지배적인 타이틀곡 'Closer'는 곡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주목을 받기에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인상이다. 미국 음원 사이트에서 선정한 2015년 최고의 K POP 5위에 선정될 정도로 호평을 이끌어낸 이들이었지만 국내 인지도와 곡의 생소함 때문에 크게 주목 받지 못한 것이다. 


 'Closer'는 컨셉과 보컬, 멜로디가 섬세하게 조응하는 곡 중 하나이다. 동화 속 숲의 비주얼을 더해 만든 뮤비는 순수의 본질에 접근한 곡의 컨셉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 뿐만 아니라 각 멤버들의 보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유아의 목소리가 제일 매력 있다. 처음에는 기대하던 걸그룹 노래가 아니라 놀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듣다보면 새롭고, 의외로 좋고 그래서 듣게 된다.  



 다시 이번 앨범으로 돌아오자. 신곡 'Liar Liar'는 'Closer'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의 곡이라 할 수 있다. 이전 곡이 걸그룹으로서 색다른 노선을 선택한 곡이었다면 '라이어 라이어'는 '큐피드'에서 보여준 에너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팝 음악이다. 강렬한 비트가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이어지면서 귀를 잡아끄는 힘이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아쉬운 점도 조금 있다. 보통 중독성이 굉장히 강한 곡은 기본적으로 벌스가 단조롭고 브릿지로 이어지는 호흡이 조금 성급한 감이 있다. 이런 경우 최대한 후렴구를 많이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곡의 중독성을 만드는데 때문에 전체적으로 후렴구에만 집중된 인상이 큰 것이다. 이번 곡에서 이러한 경향이 조금은 엿보인다. 전곡들이 균형감이 좋은 편에 속했기에 이번 타이틀곡이 중독성과는 별개로 전체적인 완성도에 조금의, 아주 조금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나름 탄탄한 구성의 랩 파트가 이번 곡에서는 기능적으로 균형을 잡아주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들어간 느낌이 있다. 의외로 랩 파트가 중요한 걸그룹인데 말이다.


 하지만 정말 약간 아쉬웠던 타이틀곡의 갈증을 달래주는 선 공개곡 '한 발짝 두 발짝'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같은 소속사 선배님인 B1A4의 진영이 작곡한 이번 곡은 작곡가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프로듀스 101에서 선보인 '같은 곳에서'로 그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던 찰나에 선보인 이번 '한 발짝 두 발짝'은 그의 재능에 확신을 더해주는 곡이라 할 수 있다. 'closer'와 같이 보컬의 매력을 한껏 살린 노래에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까지 더해져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는 곡이 되었다. 아마도 '한 발짝 두 발짝'은 '라이어 라이어'와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경쟁을 벌였을 것이다. 서로 다른 컨셉의 두 곡이지만 타이틀로 활동하기에 두 곡 모두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liar liar'가 타이틀 곡이 되었고 이는 꽤나 괜찮은 선택이었다 할 수 있겠다.



 팬덤을 만들어가야 하는 신인의 입장에서 현재 활동하는 곡이 무척이나 중요한 건 사실이다. 당장 나온 곡이 매력이 없다면 그 이전 곡들을 찾아들을 사람도 없고 다음 곡을 기대할 사람들도 없다. 우선 노출 빈도가 높은 메인 타이틀곡을 통해 입덕(?)의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이전 곡과 수록곡을 찾아 듣게 되고 다음 곡을 손꼽아 기다리는 소중한 팬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 활동 곡의 입덕률(?)이 신인 걸그룹의 팬덤을 만들어가는 가장 큰 창구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타이틀곡 '라이어 라이어'는 정말이지 입덕에 최적화된 곡이라 할 수 있다. 비주얼 담당 지호를 전면에 앞세운 센터 공략에 강렬한 색감을 앞세운 코스튬까지 여덟 소녀들을 존예로 만들어 주기에 최적화된 컨셉인 것이다. 'Closer'가 주로 여덕 몰이에 주력한 컨셉이었다면 이번 'liar liar'는 남덕까지 사로 잡을 수 있는 꽤나 포괄적인 컨셉 곡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움직이는 팬덤이 되는 여성 팬들과 전체적인 팀의 인지도와 활동 수명에 기여하는 남성 팬들의 지지를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꽤나 유리한 고지다.  


 이번 곡은 이전 곡으로 팬들을 유입하는 기점으로나 다음 곡에 대한 기대 심리를 유도하기에 좋은 곡이기도 하다. 만약 '한 발짝 두 발짝'을 타이틀 곡으로 선보였다면 전 곡인 'closer'와 유사한 여성 팬들을 그대로 가져오는 순행적인 팬덤 형성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훨씬 더 경쾌하고 발랄한 이번 타이틀 곡은 조금 낯설었던 전 곡에 비해서 오마이걸을 모르던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상당히 유리하다. 좀 더 대중적인 선택처럼 보이는 컨셉이 여러모로 어필할 구석이 많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정적인 곡 'closer' 이후의 컴백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발랄했던 'cupid'의 에너지를 기대하게끔 하는데 '라이어 라이어'가 이에 딱 맞는 곡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발랄한 컨셉을 기대하던 기존 팬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어필하면서 더욱 확산적인 팬덤 형성을 가능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클로저'를 좋아하던 팬들도 분명히 이번 곡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오마이걸은 현재 예능과 같은 TV 프로그램에까지 얼굴을 내비치며 대중들에게 점점 인식되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앨범이 공개된 이후 앨범이 나름 주간 상위권에 맴돌고 있다는 건 실팬덤이 확실히 늘었다는 증거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멤버들의 비주얼이 여덕 몰이에 유리하기도 해서 분명 다음 곡에서, 다음 곡이 괜찮기만 하다면, 충분히 신흥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와이스 만큼 다음 곡까지의 비활동 텀을 줄인다면 더욱 좋은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중소 기획사 신인 라인 중에서 가장 우위에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싶다. 다들 잘 모르겠다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멤버별 팬들이 꽤나 있다. 팬들이 조금 더 힘을 내서 한 번 빵 띄워 봅시다. 이름만 참 어떻게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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